조선일보는 최근 가족의 재구성을 자신의 주제 중의 하나로 다루기 시작했다. 그 골자는 다음과 같다.
가족은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전통적인 대가족이 1970년대 산업화를 거치면서 '핵가족'으로 분화했고, 90년대엔 자녀를 안 갖는 '딩크족(族)'이 출현했다. 그리고 지금은 한 부모 가족, 다문화가족, 동성애 가족, 딩크펫 가족 등 가족의 '해체와 재탄생'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 가족의 변화의 최대 원인은 이혼 증가 등에 따른 전통적 가정의 해체다. 2000년대 들어 이혼이 급증해 1998년 11만6300건이던 이혼 건수는 2003년 16만6000건 등으로 늘었다. 다만 지난해는 이혼 숙려제(熟慮制) 도입에 따른 신고 공백으로 11만6000건의 이혼 건수를 기록했다. IMF 경제위기 등을 겪으면서 아이를 버리는 부모도 많아졌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부모+자녀로 구성되는 전통적 가족이 줄어들고 대신 싱글맘, 싱글대디, 조손(祖孫) 가정 같은 새로운 가족 형태가 늘어난 것이다. 국제결혼이 증가하고 국내 체류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다문화 가족'이 주요한 가족 형태로 정착한 것도 새로운 가족 트렌드다. 맞벌이하면서 자녀를 낳지 않고(DINK·Double Income No Kids) 대신 애완동물(pet)을 키우는 '딩크펫 가족'은 다양한 형태로 새롭게 탄생하고 있는 가족의 한 유형이다. 압축 경제성장과 IT산업의 발달로 가치관과 사회 변화 속도가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빠른 것이 급속한 가족 해체와 재구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 가족의 의미가 '혈통'에서 '정서적 공동체'로 바뀌고 있다. 과거엔 자식을 낳는 것이 '대(代)를 잇는다'는 차원의 의무였지만, 이제는 부부의 행복과 즐거움을 위한 '선택 사항'이 되었다. (정리와 강조는 아멜라노. 원문은 여기).여기서 이혼의 증대, 경제위기, 세계화는 가족 재구성의 역사적 계기들로 파악된다. 그 귀결은 혈통 중심에서 정서 중심으로의 가족의 변화이다. 여전히 족벌 중심으로 구축된 재계와 언론계는 아직 재구성되지 않은 가족에 속하는 것일까? 하여튼가족 재구성의 역사적 계기들이 스쳐지나가는 강물처럼 평탄하게 묘사된다. 왜 이혼이 증대할까? 왜 경제위기가 왔을까? 왜 세계화가 몰아치고 있을까? 등의 질문은 감추어진다. 그래서 이 평탄한 문화사적 서술은 가족의 재구성 과정이 지배와 저항이 갈등하는 장소임을 드러내지 않는다. 세태적 변화를 묘사하는 데 머무르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가족은 지배가 관철되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속에서 저항이 재조직되어 나오기도 했다. 혈통의 약화와 정동의 부상은 바로 지배로서의 가족에 대항하는 가족 재구성의 새로운 경향을 시사한다. 이제 문제는 어떤 정동들이, 어떤 정서공동체가 가족이라는 공간에서 생성되어나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공통도시, 다중의 로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