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경계

Posted at 2009/08/04 17:31// Posted in 쓰기(skribi)/일기_I
2009년 7월 31일 밤. 길을 잘못 찾아든 우리는 문명이 끝나는 가파란 산고갯길에서 뒷걸음으로 회차하여 겨우 길을 찾아 올라가고 있었고 어둠과 폭우, 그리고 생소한 환경에 놀란 동료들은 밤을 지낼 다른 길을 찾으려고 내려오고 있었다. 새로운 문명을 찾다가 문명의 밖을 만난 셈일까? 곡성마을도서관 정자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도서관을 빌려 하룻밤을 신세진 우리는 다시 남양리의 산길을 타고 올랐다. 정말로 외부에서 보아서는 집이 있다고 믿기지 않는 곳에 황토집이 숨겨져 있었다. 일부는 나뭇가지를 모아와 불을 지피고 일부는 정리되지 않은 작은 방을 청소한다. 먼지와 쥐들의 흔적들. 쥐들은 한지에 섞인 풀을 먹고 사는 듯, 사방 벽의 벽지가 모두 쥐파먹힌 상태다. 우리는 도로를 점거하고 그곳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모기장으로 쉼터를 만들고 텐트를 쳤다. 8월 1일 오후 계곡 선녀탕에서는 깔깔거리는 소리가 멎질 않았고 또 다시 심술궂게 찾아온 폭우로 모든 물건들이 흠뻑 젖었다. 모기장 위에 텐트용 후라이을 덮어쓴 상태에서 술과 고기를 돌려 먹는 맛은 쉬이 잊혀질 기억이 아니다. 비가 잦아들었지만 두런거리는 소리는 끝나지 않았고 날이 밝아왔을 때에야 준비해 간 술이 모두 동났다. 8월 2일은 작열하는 태양 때문에 하루를 선녀탕에서 시작했다. 피로를 도로 위에서 낮잠으로 푼 후 태안사를 둘러보고 처음으로 비 없는 하루밤을 맞이했다. 기다리던 반딧물은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졌다. 늦은 밤까지 합창 소리가 들리던 밤이 지나고 8월 4일, 금생춘에 들러 짜장을 먹은 후 우리는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으로 갔다. 촛불문화제 끝에 풍등과 폭죽으로 연대의 화답을 나누는 사람들. 2일부터 물과 가스에 이어 전기가 끊겼다고 한다. 문명의 기본 공통재를 모두 끊은 것이다. 목마름, 날 것 상태, 어둠. 평택시 칠괴동 도장공장과 곡성군 죽곡면 남양리는 문명의 경계지대라는 점에서 공통적인 데가 있다. 하나가 타율적임에 반해 다른 하나가 자발적인 것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역사 이전의 공통재는 역사적 공통재로 서서히 대체된다. 아니 역사적 공통재가 전역사적 공통재 위에 새로운 공통재의 층으로 얹힌다.

-역사적 공동체의 형성은 희생자를 갖고 있다. 토지 공동체의 언어적 공동체로의 전화는 농민의 희생을 통해 달성되었다. 저임금을 유지하기 위한 저곡가 정책이 농민의 소득을 최저 수준에 묶어 두었다.

-농민이 희생되었듯, 이제 공동체의 새로운 전환을 맞아 노동자도 희생되고 있다. 농민이  저곡가라는 방식으로 희생되었다면 노동자는 정리해고, 비정규직, 실업 등의 형식으로 희생된다.
2009/08/04 17:31 2009/08/0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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