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의 촛불은 다중의 직접적인 정치행동이었습니다. 그것은 향후 우리의 정치적 상상력을 근원에서 규정할 역사적 사건으로 남을 것입니다.
쌍용자동차 이후 촛불은 새로운 재구성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촛불운동의 보전과 혁신을 위한 고민의 시간이 닥쳐왔습니다.
이 시간을 패배주의적으로 맞이하지 않는 길은 촛불의 고유성과 그 특이성을 깊이 인식하고 지난 시간에 우리가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을 재평가하면서 새롭게 꿈을 꾸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나는 지역의 촛불운동들이 직접행동적 차원을 보전하면서도 현재의 정세에 개입할 수 있는 담론적 차원을 새롭게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 담론적 차원이란 이미 촛불들이 자연발생적으로 다양하게 전개해온 선전홍보 활동과 궤를 같이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난 시기의 선전활동은 많은 부분이 정당들의 정책홍보와 은연중 결합되면서 그 실효성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촛불의 독자성을 침식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봅니다.
지금 촛불의 독자성을 보전하면서 촛불 나름의 고유한 정치적 사고를 전개하고 촛불 고유의 정책대안을 들을 수립하면서 그것을 촛불행동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긴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촛불운동이 지역촛불행동과 지역촛불의회라는 두 개의 중심으로 분화되고 특별히 개헌이 서서히 공론화되고 있는 지금 시기에는 촛불의회의 활동에 초점을 맞추면서 아래로부터 삶과 권력의 상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촛불의회는 주민의회, 시민의회의 상과 유사하지만 선거가 아니라 참여의지를 가진 사람 중에서 추첨에 의해 의원이 정해지는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촛불의 국가로부터의, 정당으로부터, 노동조합이나 사회단체로부터의 자립성을 견지하고 촛불다중들의 에너지를 결집하는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촛불행동에 지혜와 방향을 부여하면서 그것이 단순한 동원행동으로 되기를 멈추게 할 수 있는 진지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기존의 권력기구들(국가, 국회, 당 등)과 경합하지 않고 그것으로부터 비스듬하게 탈주하면서 궁극적으로는 그것들에 영향을 미치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통도시, 다중의 로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