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친척 관계는 지배적 관념들/관계들이 승인되고 유통되는 회로이다. 죽은 조상은 지배적인 것들에 의해 이용되는 상징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죽은 조상들은 돈을 벌라, 권력을 잡으라고 말하는 존재, 그렇게 하도록 돕는 존재, 그렇게 하는 자들을 지켜주는 존재로 확고히 자리매김된다.1 "부자 되세요"라는 텔레비전 메시지는 죽은 조상의 욕망이며 가족의 욕망이다. 오래 은폐되었던 그 욕망이 껍질을 벗고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가족의 욕망일 뿐 아니라 기업의 욕망이고 국가의 욕망이며 가장 근저에서는 부르주아적 개인들의 욕망이다. 개인, 기업, 국가는 부르주아적 사적 주체들이며 이들의 욕망은 사유재산(과 그 증식)이다. 가난뱅이에서 부자로, 여성에서 남성으로, 약자에서 강자로, 소수자에서 다수자로 되는 것이 이 부르주아적 사적 주체들의 욕망이다. 이명박은 G20 유치를 "우리가 더 이상 주변이 아니고 세계의 중심이 된" 사건이라고 자랑했는데, 이것이 바로 가족, 기업, 국가 및 그에 속한 개인들의 사적 소유 욕망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주변에서 중심으로, 중심을 지키기.

가족/친척은 특이한 삶, 괴물성을 결코 인정하지 않으며 추방한다. 특이한 자들은 명절이 되면 전전긍긍하지 않을 수 없다. 명절이 탄압 당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둘러앉은 사람들의 혀는 특이한 자들을 손가락질하고 욕하고 배척하고 처벌하는 무기로 사용된다. 공부 못하는 아이들, 돈이 없는 어른들, 가부장적 질서를 흐트린 사람들은 탄압당한다. 여성이라는 사실만으로 가장 잔인하게 혹사되고 차별되는 시간이 명절(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모임)이다. 가족/친척은 여성, 빈자, 경쟁을 거부하는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탈주자들을 배제하는 관계이며 인종차별, 성차별, 빈부차별, 적서차별의 제도화이다. 친척들이 모였을 때 형식적 관계는 장유유서적(나이), 가부장적(성별)이지만 본질적 관계는 빈부차별적(돈)이다. 해마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사람이 더 적게 번 사람을 물리치고 실질적 발언권, 지배권을 높여가는 과정이 전개된다. 돈의 수준만큼 권력이 안배되지 않을 때, 백색반란이 일어나고 가족/친척 관계에서의 지위 재조정을 위한 긴 투쟁의 시간이 도래한다. 동창회가 그렇듯이, 가족 관계에서도 돈만큼의 권력과 자유가 결국은 할당되게 된다. 

가족관계로부터의 탈주, 국가형태의 해체, 사적 개인들의 변신은 사유재산 체제를 넘어서기 위한 기본적 과제이다. 새로운 세계는 개인, 가족, 국가, 사유재산으로부터 벗어난 세상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대학])는 신, 가, 국을 닦고, 바로 세우고, 다스리는 것을 천하 평정의 세포 단위로 본다. 혁명은 이것들을 해체하는 일이다. 변신(몸을 바꾸기), 출가(가족 관계에서 벗어나기), 파국(국가형태를 깨뜨리기)이 사적 소유를 넘는 세계를 건설하는 혁명적 정치적 행위의 방법들이다.


  1. 조상 대신 하나님이 그 자리에 대신 앉기도 한다. 이 때는 큰 가족 대신 핵 가족이 하나님의 권능의 혜택을 받는 대상으로 나타난다. 조상에서 하나님으로의 이동은 게걸음치기일 뿐이다. [Back]
2009/10/05 06:24 2009/10/05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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