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리스트’를 없애는 것이 실패한 후 나타난 가해권력의 새로운 시도: 리스트의 문구나 이름을 없애기(1)

요점

장자연 리스트를 없애려는 시도가 김수민, 김대오, 박훈 등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시도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논의했다. 장자연 리스트를 없애는 것은 10년 전 진술증거들의 명확한 실재로 인해 실패로 돌아갔다. 과거사진상조사단이 그것의 실재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리스트의 실재를 부정하기 어렵게 되자 그 속의 핵심 문구나 이름을 지우려는 시도들이 나타났다. 이 중 주목할 만한 것 중 하나는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와 특이하게 이름이 같은 정치인”의 이름을 지우려는 시도이고 또 하나는 “성상납 강요를 받았습니다”라는 문구를 지우려는 시도이다.

홍준표라는 이름

정의연대 김상민 사무총장이 박훈 변호사를 무고죄로 고발하는 자리에서 국회의원 홍준표를 민형사소송할 것이라고 말한 기자회견을 인용한 윤지오의 인스타그램 피드에  한 네티즌이 “누나 홍준표 의원은 왜요? 누나가 홍의원은 잘못 지목한거 맞다고 하지 않았어요? 제가 누나 기사들은 거의 다 읽어서 어렴풋이 그런 내용 본 것도 같은데.. 제가 잘못 본 걸수도 있으니까 누나가 설명 해줬으면 좋겠어요.”(hwook91)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 댓글에 내 생각을 밝히고 싶었으나 나는 지난 4개월간 어떤 인스타그램에도 댓글을 달아본 적이 없고 불가피한 필요가 생기기 전에는 이 원칙을 지켜나갈 생각이기 때문에 이 블로그에 그 물음에 대한 나의 생각을 써보고자 한다.

정독해와 이미지독해

어떤 말이나 글을 듣고 읽을 때 여러가지 독해 방식이 있겠지만 지금 우리가 다루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독해와 이미지독해가 구분될 필요가 있다. 정독해가 문장/말의 전후맥락, 지시관계, 의미연관 등을 정밀하게 따져 읽는 것이라면 이미지독해는 문장/말이 연상시키는 것을 중심으로 읽는 것이다. 전자는 능동적 독해력을 요구함에 반해 후자는 수동적 독해력을 더 많이 요구한다. 전자는 이성적 능력을 요구함에 반해 후자는 상상적 능력을 요구한다. 영상문화가 지배적으로 되면서 사람들은 이미지독해의 능력을 얻는 대신 정독해 능력을 잃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윤지오의 증언에 대해서도 정독해보다는 이미지독해가 널리 유행하면서 오해/상상에 또 다른 오해/상상이 누적되어 진실이 가려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가해권력이 바라마지 않는 것이고 또 적극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그 부풀려진 상상, 환영체계 뒤로 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라는 이름의 문제는 그 중 하나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크게 오해된 말 : “그 이슈를 이용해서 영리하게”

홍준표 문제를 다루려면 이 세상에서 가장 크게 오해된 말이라고 해야 할 “그 이슈를 이용해서 영리하게”라는 윤지오의 한 마디로 돌아가야 한다. 김수민이 이 구절을 ‘사기 프레임’ 속에 집어 넣어 이미지독해한 이후로 변호사, 기자, 그리고 군중의 두뇌 속에 확고하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굳어져 있는 말이 이것이다. 영리함은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되어 ‘영리한 사기’로 해석되었다. 그리고 이 말이 ‘사기 프레임’ 속에서 기능하기 위해서 김수민은 앞뒤 맥락을 모두 절단했다. 책의 출판과 관련하여 계약금, 인세, 홍보비용, 매대노출, 미디어노출, 매체인터뷰, 유튜브 강연 공연 방송출연 등 <13번째 증언> 출판과 관련된 여러 문제들에 관해 대화하던 중인 2018년 12월 7일에 윤지오는 이렇게 말한다.

“난 책도 책이지만/ 그후 내 행보가 더 중요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고 판단되서/ 지금 만나고다니는 다른사람들도 그렇고/책은 그냥 출판자체에 의미를 두는거라/많이 안팔려도 나는 별로 감흥이 없을거같아/많이팔려도 그렇고/하지만 분명한건 이슈는되니까/그 이슈를 이용해서 영리하게/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해보려고/그래서 출판하는거고”

나는 이 인용에서 윤지오의 말 전체를 통일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중간에 끼어들어 윤지오의 말을 분절시키는 김수민의 세 마디 “응/응/응 책 판매가 그렇게중요한게아니라면 큰 신경안써도될거야”는 뺐다. 화제는 책인데 위의 인용은 책을 출판하는 것의 위치에 대한 윤지오의 인식을 명확하게 밝힌다. 책에 대해서 윤지오는 1)책이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책도 책이지만”) 그것이 핵심은 아니다(“책은 그냥 출판자체에 의미를 두는거라/많이 안팔려도 나는 별로 감흥이 없을거같아/많이팔려도 그렇고”). 2)그런데 책의 출판이 [고 장자연 사건과 관련하여] 이슈가 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분명한건 이슈는되니까”) 3)출판을 매개로 한 이 이슈화를 이용해서 영리하게 그 동안 못했던 것들을 해보려고 한다.(“그 이슈를 이용해서 영리하게/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해보려고/그래서 출판하는거고”) 4)그것은나의 이후의 행보에 관한 것인데 지금 만나고 다니는 다른 사람들도 나의 이후의 행보를 규정하는 일부다. 

“영리하게”의 목적: 장자연 사건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 

여기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그 후 내 행보”와 “지금 만나고다니는 다른사람들”이다. 윤지오가 영리하게 사기를 치고자 했다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이미지독해법(이것은 변호사 박훈의 동일한 이미지독해법과 영향을 주고 받으며 상승작용한다)에 따르면 이것은 사기와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2018년 12월 초 당시 윤지오가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던가? 그리고 “그 후 내 행보”의 윤곽이 무엇이었던가? 위의 말을 듣고 김수민이 “그래 너가 알아서잘할거라믿어”라고 말하자 윤지오는 이렇게 덧붙인다.

“아녀 ᅮ/ 그냥 하는거지 뭐/어차피 인생이 계획한바대로 되는것도아니고/뭐든다해봐야지/ᄏᄏᄏ기대치가 애초에없엉”

“그 동안 못했던 것을 해보려고”, “계획한바”, “뭐든다해봐야지”, “기대치”는 모두 행보와 연관된 말, 즉 미래의 행동과 관련된 말들이다. 윤지오는 김수민에게 책출판과 관련해서는 꼼꼼하게 물어보고 또 자신의 생각과 계획도 밝히지만 미래 행보와 연관해서는 말을 아끼고 구체적인 것을 밝히지 않으며 묻지도 않는다. 즉 김수민이 이 문제에 대해서는 상의할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을 드러낸다. 만약 상의할 대상이라고 생각했으면 이런 계획, 이런 행동은 언제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는지 물었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것은 윤지오의 “영리하게”가 표현되는 한 양상이다. 

그렇다면 그 행보에 대해 우리는 더 이상 추론할 수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가 비교적 구체적으로 밝힌 말인 “지금 만나고다니는 다른 사람들”이 그 미래행보의 단서, 실마리가 될 수 있기 대문이다. 이 실마리를 더듬어 나가기 위해 2018년 12월 7일 전후 윤지오가 어떤 사람들을 만났는지 살펴보자. 

 12월 7일은 윤지오가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방문해서 체류하고 있던 시점이다. 그는 두 가지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첫째는 장자연에 대한 조희천의 강제추행 사건의 법정 증인신문을 위해서였다. 또 하나는 과거사조사위원회에서 진행하는 고 장자연 사건 재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서다. 이 두 가지 목적은 모두 모두 증언과 관련된다. 그러면 12월 14일 태국으로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만나거나 소통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11월 28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숙소로 이동할 시의 신변보호를 해준 수사관 3명, 11월 29일 검찰과거사조사단의 김00변호사와 손00 검사, 조희천 강제추행 사건 증인신문조사를 도와줄 민변 변호사들, 법정출석 시 자신을 보호해줄 보호자 2명, <13번째 증언> 출판을 맡은 가연출판사의 대표와 측근들 및 출판조언을 해준 김수민(12월 10일) 그리고 12월 12일 JTBC 뉴스룸 전화인터뷰를 담당한 기자와 앵커 등이다.

여기에 증언과 관련되지 않은 어떤 사람도 없다. 윤지오는 지난 9년간의 증언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김종승 유장호 외의 모든 가해권력자들이 무혐의 처분된 과정을 숙고하면서 어떻게 증언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에 집중한다. JTBC 손석희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9년 전에 수사에서도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셨을 텐데 지난번에 인터뷰에서 말씀하셨듯이 그 당시 검찰은 그 진술을 믿을 수없다, 이렇게 결론을 내리지 않았습니까?”라는 앵커의 질문에 윤지오는, 

“9년 전 검사들은 이 사건을 그저 연예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접대 사건의 하나로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너도 성상납을 해 놓고 왜 숨기냐라며 성상납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저까지 몰아붙이는 질문들이 너무나 화가 났고 억울했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었던 남자들 모두가 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입을 맞춰서 두려웠지만 이게 제 일이었다면 자연 언니도 똑같이 증언을 해주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저도 진실을 말했습니다.”

라고 말한다. 윤지오는 남자들이 “입을 맞춰” 자신의 말을 거짓말로 몰아붙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한다. 이 두려움은 지금의 상황에서 권력자들, 언론들, 변호사들, 기자들, 작가들이 입을 맞춰 자신을 사기꾼으로 몰아붙이는 식으로 과거와 유사한 방식으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윤지오는 “자연 언니”와 자신이 입장이 바뀌었다면 “자연 언니”도 자신을 위해 진실을 증언해 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에 진실을 말했다고 말한다. 

다른 요인도 있다. 그것은 이명박 정부하의 검찰과 문재인 신정부 하의 검찰이 보여주는 차이이다.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신 것 외에도 검찰 조사에도 적극적으로 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말씀을 하셨습니까?”라는 앵커의 질문에 윤지오는 “이 사건을 재수사하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검사님들을 지난 8개월 동안 접해왔습니다. 9년 전과 달리 검사님들께서 편견 없이 그리고 열성적으로 수사한다는 인상을 받아서 더욱 용기를 낼 수 있었고요. 무엇보다 이 사건을 성폭력 사건으로 인정하고 바라본다는 점에서 달랐던 것 같습니다.”라고 동문서답한다. 그러나 이것은 실제로는 “동문서답”이 아니라 “영리하게”의 일부이다. 진상조사단에서의 조사내용은 “진상조사단에서 이렇게 진술했다”는 형식으로는 외부에 말할 수 없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질문에 충실한 형태로는 답할 수 없는 이 간극을 윤지오는, 9년전 검찰과 현재 검찰 사이에서 본인이 느끼는 정동적 차이를 설명하고 이 사건을 검찰이 연예계 관행이 아니라 성폭력 사건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점을 높이 평가하며 이런 것들이 자신으로 하여금 증언의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조건이었음을 설명하는 것으로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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