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리스트를 없애는 것이 실패한 후 나타난 가해권력의 시도: 리스트의 문구나 이름을 없애기(3)

홍준표라는 이름이 공개된 경위

윤지오는 어떤 언론에서도 홍준표라는 이름을 실명 전체로 거명하지 않았다. 4월 말경 윤지오의 변호조력을 제공하고 있는 정의연대와의 대화에서 이름의 그 특이함을 조금 더 구체화해서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와 특이하게도 이름이 같아서” 그 이름을 기억한다고만 밝혔을 뿐이다. 역시 실명은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증언한다’는 원칙에 따라 말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진술에 기초하여 정의연대가 4월 23일 구준표와 이름이 같은 정치인이라면 ‘홍준표’일 것이라는 데 착오가 없을 것으로 보아 홍준표 국회의원을 경찰청에 수사의뢰함으로써 홍준표가 장자연 리스트에 있는 정치인일 것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하지만 윤지오는 장자연 리스트에 “홍준표”라는 이름이 있었다고 그때까지 말한 적이 없으며 지금도 그렇게 말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히려 이것을 기정사실로 인정한 것은 홍준표 자신이다. 홍준표가 윤지오를 비난하는 유튜브 영상(‘윤지오의 거.짓.말’, 2019. 6. 26)에서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어떤 여자가” “장자연 리스트에 홍대표님 이름이 있으니까 잠시 나와 줄 수 없느냐”는 동부지검의 전화를 받았다, “본 정신이 아닌 여자가 한 마디 하는 것 가지고 그걸 나를 나오라 마라 하느냐” 그 검사에게 야단을 쳤다, “그 뒤에 보니까 또 어느 이상한 단체하고 합작해서 그 리스트에 홍준표 이름이 있었다. 말하자면 뭐 특이한 이름의 국회의원이 있었는데 그게 홍준표였다, 그 여자가 그 말을 했다는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윤지오는 ‘홍준표’라는 이름을 조사기관 외에서는 말한 적이 없다. 그것이 오랜 숙고 끝에 ‘영리하게’ 증언하기 위해 고안한 그 나름의 방법이고 기술이기 때문이다. 조사기관에서의 실명 언급은  ‘공연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형법상 명예훼손에 저촉되지 않는다. 그런데 언론에서의 실명 언급은 ‘공연성’ 요건을 충족시켜 형법상 명예훼손에 저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여자”가 그렇게 말했다고 하고 그 영상에 “윤지오의 거.짓.말”이라는 이름을 붙여 “윤지오가 리스트에 홍준표라는 이름이 있었다”고 말했다고 자백하듯 공표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홍준표 자신이다. 윤지오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피하면서 “영리하게” 진술한 것과는 대조되는 태도이다. 홍준표는 오히려 법을 위반하면서 ‘윤지오가 홍준표라는 이름이 리스트에 있었다고 말했다’고 있지도 않은 사실, 즉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윤지오의 명예를 훼손하고 나아가 “본 정신이 아닌 여자” 식으로 인터넷에서 그 인격을 모욕하고 있기 때문이다(공연성이 충족되는 형법상 모욕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반하장식으로 홍준표는 자유한국당 강연재 변호사를 대리로 정의연대만이 아니라 윤지오까지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발했다(2019년 4월 29일). 고발 이유는 윤지오가 홍준표 대표의 실명을 거론했다는 것인데, 앞서 말한 것처럼 윤지오는 홍준표의 실명을 거론한 적이 조사기관 외에서는 없다. 만약 고발자가 조사기관에서의 실명 언급을 명예훼손의 내용으로 삼는 것이라면 그 고발자가 국가기관의 공익적 조사행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거나 아니면 대한민국 법에 대해 완전히 무지한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홍준표라는 이름이 지워지는 경위

이런 경위를 통해 ‘장자연 리스트에 홍준표라는 이름이 있었다’는 이미지는 굳어졌다. 그런데 2019년 5월 20일 전북대 조기영 교수는 이동형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문제에 관한 윤지오의 진술신빙성은 인정하면서도 “특이한 이름”의 국회의원과 관련해서는 윤지오가 착오를 일으켰고 본인도 그 진술 착오를 인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래에 그 인터뷰의 해당 구절이 있다.

이동형> 그렇군요. 배우 윤지오 씨 증언과 관련해서는 신빙성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윤지오 씨의 증언은 대부분이 탄핵된 겁니까? 아니면 받아들여진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습니까?

◆ 조기영> 윤지오 씨 진술 신빙성이 많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그 이유가 최근 진술한 내용이 일부 번복되었다는 건데, 전반적으로 수사 당시에 윤지오 씨가 열세 번 증언을 했는데요. 거기에 나와 있는 수사기록들을 보면, 신빙성이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 다만, 최근 진술 번복, 장자연 리스트나 성폭행 사건 관련해서 신빙성 의심이 되고 있는데, 성폭행 의혹은 윤지오 씨만 제기한 게 아니라 실제 중요 참고인도 처음에는 문건에 심각한 성폭행 부분이 기재가 되어 있었다고 진술을 하기도 했습니다.

◇ 이동형> 윤지오 씨가 방송에서 특이한 이름의 국회의원이 장자연 리스트에 있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진상조사단에 조사받을 때 이야기를 했다고 이야기했거든요?

◆ 조기영> 네.

◇ 이동형> 이것은 크로스체크가 됐습니까?

◆ 조기영> 윤지오 씨가 특이한 이름이라고 한 분이 맞는지 조사를 해봤는데요. 그것은 윤지오 씨가 착오를 일으킨 것으로 판단됐습니다.

◇ 이동형> 본인도 인정했습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 조기영> 네, 그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대화 기사는 아마도  맨 앞에 언급한 네티즌의 기억 속에 “누나가 홍의원은 잘못 지목한거 맞다고 하지 않았어요?”로 남아 있는 그 내용일 것이다. 조사위원 조기영은 “윤지오 씨가 특이한 이름이라고 한 분이 맞는지 조사를 해봤는데요. 그것은 윤지오 씨가 착오를 일으킨 것으로 판단됐습니다”라는 말을 함으로써 사람들의 뇌리에서 6월 26일 홍준표가 자신이라고 밝힌 그 ‘특이한’ 이름을 장자연 리스트에서 지우는 역할을 떠맡는다. 이것이 본의였는지 아니었는지는 알 수 없고 또 그다지 중요한 문제도 아니다. 하지만 이 인터뷰 대화는 그 ‘특이한’ 이름의 국회의원 이름이 장자연 리스트에 없었다는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윤지오의 주장과 진술은 조기영의 생각과는 다르며 착오하고 있는 것은 윤지오가 아니라 조기영임을 보여준다. 애초에 윤지오는 장자연 리스트에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와 이름이 같은’ 그 정치인의 이름이 있었고, 그 외에 장자연과 함께 술자리에서 한 사람의 국회의원을 만났는데 그 두 사람이 동일인일 수 있다는 가정하에서 과거사진상조사단 재조사 진술을 시작했다. 그런데 재조사 과정에서 당시 국회의원 사진들과 자신의 기억을 대조해 본 결과 이 두 인물이 동일인이 아닐 수 있다는 정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신이 술자리에서 본 국회의원의 인상착의와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와 이름이 같은’ 그 국회의원의 2009년 당시 사진의 이미지의 인상착의가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조사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는 장자연 리스트에서 본 이름의 국회의원과 술자리에서 본  국회의원이 일치하는가 않는가이지 장자연 리스트에 ‘이름이 특이한’ 그 국회의원이 있었느냐 없었느냐가 아니다. 다시 말해 (1)자신이 리스트에서 본 이름은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와 이름이 같은’ 그 정치인이라는 것이 맞고, (2)술자리에서 만났던 국회의원과 ‘리스트에 이름이 있었고 구준표와 이름이 같았던’ 그 정치인이 일치하는가 일치하지 않는가만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이것을 조기영 조사위원이 오히려 착오하여 (2)에서의 불확실을 (1)의 부정으로까지 연장하여 윤지오가 (1)까지 부인한 것처럼 잘못 독해하고 또 그대로 발언한 것이다. 이것 역시 앞서 말한 이미지독해가 가져오는 폐해이다. 그런데 이 잘못된 독해와 발언에 따르게 되면 장자연 사건과 관련된 국회의원은 모두 사라져 0명으로 된다. 하지만 윤지오의 실제 증언에 따르게 되면 장자연 사건과 관련되었을 국회의원은 ‘이름이 특이한’ 사람 한 사람 외에 리스트에 이름이 있는지 없는지 기억에 없지만 술자리에서 만났던 다른 국회의원, 합하여 2명이 될 수 있는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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