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납을 강요받았습니다”라는 문구는 어떻게 지워졌나?

장자연 리스트를 없애는 것이 실패한 후 나타난 가해권력의 시도: 리스트의 문구나 이름을 없애기(끝)

홍준표의 경우는 과거사진상조사단에 참가했던 조사위원 개인의 언론 인터뷰에 의해 리스트에 있던 이름이 지워지고 윤지오의 증언이 왜곡되는 경우다. 이런 경우 증언 신빙성의 훼손은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과거사조사위원회 자체가 직접 윤지오의 증언을 왜곡하고 증언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경우다. 리스트에서 “성상납을 강요받았습니다”라는 문구를 지우는 과정이 그러하다. 이제 이 문제에 대해 살펴보자.

앞서 인용한 바 있는 JTBC 뉴스룸 전화인터뷰에서 윤지오는 장자연 리스트에 “성상납을 강요받았습니다”라는 문구가 있었다고 말했고 9년 전인 2010년 6월 25일 진술에서도 거의 똑같은 내용을 말했다. 그런데 과거사조사위원회 심의발표문은 놀랍게도 해당 증언에 대해 이렇게 쓴다. 

“조사단과의 1차 면담에서는 장자연 문건 중 ‘성상납을 강요받았습니다’라는 제목 아래 사람 이름과 직함이 나열된 문건이 2장에 걸쳐 있었다고 진술하였음. 그러나 이후 사람 이름과 직함이 나열된 문건에는‘성상납을 강요받았습니다’라는 내용이 없었다고 종전 진술을 번복하였음

이 발표문을 읽고 나면 누구나가 ‘‘성상납을 강요받았습니다’라는 말이 장자연 리스트에 없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고 윤지오의 증언이 왔다갔다하기 때문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이 발표문을 읽는 사람에게 이런 생각과 느낌이 강하게 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과거사조사위원회 심의발표가 윤지오의 증언을 편집하고 조작하는 방식 때문이다. 

과거사조사위원회 심의발표문은 윤지오가 1차 면담 때 한 번 ‘성상납을 강요받았습니다’라는 문구가 있었다고 말한 바 있지만, ‘이후’에 그러한 내용은 없었다며 종전 진술을 번복했다고 간단히 쓴다. 두 번 중에서 한 번은 ‘있었다’이고 또 한 번은 ‘없었다’이므로 1 대 1의 비중인데 뒤의 한 번이 앞의 한 번을 부정하므로 현재에서는 그 문구가 없었다가 실효적으로 남게 된다. 

게다가 ‘있었다’에서 ‘없었다’로의 번복이 이루어지는 시간이 매우 짧다. 심의발표문이 말하는 ‘1차 면담’이 정확하게 어느 시점의 조사를 지칭하는지도 알 수 없게 쓰여 있지만, ‘1차 면담’이 윤지오가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와서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처음으로 증언한 2018년 12월 초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면 그 ‘이후’란 아무리 길어도 불과 수개월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과거사조사위원회 심의발표문이 사실이라면 윤지오가 “성상납을 강요 받았습니다”라는 문구가 있었다고 했다가 불과 몇 개월 만에 그 문구가 없었다고 말했다는 것으로 된다. 

정말 과거사조사위원회의 이 심의발표가 사실일까? 나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추론한다. 오히려 그것은 사실에 대한 왜곡이며 그 결정적 문구를 지우려는 과거사조사위원회의 조작으로 추론한다. 왜 그렇게 추론하는가?

먼저 그 문구가 사라지도록 만드는 실효를 얻기 위해서 과거사조사위원회가 어떤 조작 방법을 쓰는지 살펴보자. 

첫째로 과거사조사위원회는 윤지오가 무려 9년전의 참고인 진술에서 ‘성상납을 강요받았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장이 있었다고 진술했다는 사실을 빠뜨린다. 기억을 상기시키자면 이렇다. 2010년(2018년이나 2019년이 아니다!) 6월 25일 수원성남지원 증인신문조서에서 질문하는 판사에게 윤지오가 한 답이다.

문: 증인은 문서의 내용에 대해 기억이 나는지요?

답: 다는 아니지만 기억은 납니다.

문: 문서에 사람별로 피해사실이 적혀 있었다는 것인가요?

답:피해사실이 적혀 있는 것도 있고, 성함과 성상납을 강요받았다고 기재되어 있는 것이 있었고 어떤 장에는 성함만 기재되어 있으면서 어떤 언론사에 누구 어디 어느사의 누구라는 식으로 기재되어 있는 것도 있었습니다.

성상납 강요에 관련된 문답은 위에 인용한 것보다 더 길게, 356쪽에서 357쪽까지 이어진다. 윤지오의 진술은 모호하지 않고 뚜렷하다. 과거사조사위원회가 9년전인 2010년의 이 증인신문조서를 읽지 않았을 리가 없다. 만약 이 중대한 사건을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과거사조사위원회가 그 조서를 읽지 않고 발표에까지 이르렀다면 그것은 국민으로부터 조사위임을 받은 국가기관으로서 명백한 직무유기일 것이고 국민이 책임을 물어야 할 사항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누락이 실수일 가능성보다 고의적인 누락일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판단한다. 

‘성상납을 강요받았습니다’라는 문구가 리스트에 있었다고 10년 전에 처음 진술했는가 몇 개월 전에 처음 했는가는 결정적인 차이를 갖는다. 10년 전에 했다면 정황상 사익취득이라는 사기목적과 연관될 하등의 동기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말한 것처럼 윤지오는 10년 전에 이미 동일한 내용의 진술을 증인신문에서 했다. 과거사조사위원회는 이 사실을 고의로 누락시킴으로서 윤지오의 진술이 최근에 지어낸 말일 수 있음을 은근히 암시하고 사익 동기와도 연관시킬 수 있는 시간 여지를 남겨 놓았다. 성상납을 강요받았습니다, 라는 문구를 최근에 한 것처럼 만듦으로써 말이다. 매우 심각한 왜곡이다. 

둘째로 과거사조사위원회 심의발표는 조사단과의 ‘1차 면담’ “이후” 언제, 어디에서 윤지오가 “‘성상납을 강요받았습니다’라는 내용이 없었다고 종전 진술을 번복”했는지 밝히지 않는다. “그러나 이후 사람 이름과 직함이 나열된 문건에는‘성상납을 강요받았습니다’라는 내용이 없었다고 종전 진술을 번복하였음”이라는 심의발표 문구에는 누구에게 했다거나 어디에서 했다거나 어떤 방식으로(대면진술인지 전화진술인지 혹은 간접 전언인지 등등) 했다거나 하는 6하 원칙 상의 핵심 특정이 빠져있다. 시간에 대한 규정만이 있는데 거기에는 “이후”라는 막연한 말이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그 “이후”가 언제인지 아무 것도 특정하지 않음으로써 심의발표는 사실을 숨기고 왜곡하면서도 그 은폐와 왜곡을 정확하게 밝히내기 어렵게 만들어 놓는 교묘한 술책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래봐야 소용 없는 일이다. 윤지오가 ’성상납을 강요받았습니다.’라는 문구가 장자연 리스트에 있었다고 말한 것은 과거사조사위원회의 심의발표와는 달리 (1차 면담 때) 단 한 번 한 것이 아니라 적어도 네 번에 걸쳐서 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가 앞서 인용한 바 있는 2010년 6월 25일 증인신문에서다. 

두 번째는 과거사조사위원회가 쓰고 있는 대로 ‘1차 면담’ 조사 때였다(자료가 미공개상태지만 2018년 12월 아니면 2019년 3월일 것이다). 

세 번째는 역시 앞에서 인용했듯이 JTBC 뉴스룸 앵커 손석희와의 전화인터뷰(2018년 12월 12일)에서다. 

그리고 네 번째가 2019년 3월 19일 ‘오늘밤 김제동’에서의 인터뷰 때다. 

이 밖에도 내가 알지 못하는 동일한 진술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 윤지오의 진술은 10년간에 걸쳐 일관되며 이 점에서는 번복은 물론이고 변동조차 없다. 적어도 네 번 이상되는 10년간의 이 일관된 증언을 뒤집고 윤지오가 이 진술을 2019년 3월 19일 이후에 번복했다고 말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말이다. 

비록 참고인 진술이라 할지라도 증인신문에서의 증언은 리스트에 이름이 있는 사람들을 중죄로 처벌받게 만들 수 있는 말이다. 그리고 증인신문 전에 이러한 사실은 통상 증인에게 통보된다. 10년 전의 윤지오가 있지도 않은 문구를 있다고 할 동기가 있는가? 없다. 게다가 권력자들의 이름을 거짓으로 증언했다가 받을 보복은 또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목숨을 걸고 거짓말을 한다는 말인가? 윤지오가 “성상납 강요를 받았습니다”라는 문구가 가해권력자들의 이름 앞에 적혀 있었다고 거짓을 말할 이유를 찾아내는 것은 숲의 나무 위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를 찾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그 10년 후에 윤지오가 지금에 와서 또 무슨 동기로 그러한 문구가 없었다고 10년 전에 한 진술을 번복했겠는가? 가해권력자들로부터 뇌물이라도 받았단 말인가? 그랬다면 지금처럼 윤지오가 전국가적이고 총력전적인 마녀사냥을 당했겠는가? 또 뇌물을 받고 진술을 번복할 바에야 리스트에 쓰인 문구에 대한 진술을 번복하기보다 리스트 자체가 없었다고 말해 버리면 훨씬 더 간편한 방법으로 더 큰 대가를 얻을 수 있지 않았겠는가? 아니면 권력자들로부터 협박을 받아 굴복했던 것일까? 역시 이 경우에도 리스트를 부정해 버리는 것이 “성상납 강요” 문구가 없었다고 번복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고 확실하게 굴복하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가정하건 저렇게 가정하건 과거사조사위원회의 심의발표에서 주장하는 “성상납 강요 문구에 대해 윤지오가 진술을 번복했다”라는 말은 결코 납득할 수 없는 말이다.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왜 윤지오가 이런 “번복”을 했는지 과거사조사위원회가 증거를 내놓지 않는 한 이 말은 과거사조사위원회가 국민에게 한 역사적 거짓말로 남아 있을 것이고 과거사조사위원회의 고 장자연 사건 심의결과와 사건종결이 허구임을 증명하는 것으로 기록될 것이며 고 장자연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불가피함을 가리키는 이정표로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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