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론: 김학의 사건에서 검찰이 “성상납 강요”(성폭행)를 “성상납”(뇌물)으로 바꿔치기한 방법에 대해

“성상납 강요”는 ‘성폭행’을 의미한다(3/끝)

2019년 6월 검찰은 전 법무부차관 김학의를 뇌물 혐의로 기소했다. 오랫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김학의의 성범죄 혐의는 소리소문도 없이 사라지고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되었다. 어떤 마술로 검찰이 그 들끓던 여론을 잠재운 것일까? 김학의에 대한 특수강간 혐의를 “무죄” 처분하기 위해 검찰이 사용한 핵심 기술이 바로  “성폭력”(성접대 강요, 성상납 강요)에서 ‘강요’를 제거하여 ‘성접대’, ‘성상납’으로 바꿔치기함으로써 그것을 “뇌물”로 간주하는 것이었다. 

분명히 김학의에 대한 구속영장 범죄일람표에는 피해를 주장한 A 여성의 진술을 토대로, 16개월간 주 2~3회씩 관계를 가졌고 신원불상의 다른 여성들과의 성접촉 내역도 포함됐었다. 하지만 이제 검찰은 여기에서 김학의에 대한 성범죄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더 기묘한 것은 2007년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윤중천이 이씨를 성폭행한 것은 성폭행으로 인정한 반면 그와 동시에 이루어진 김학의와 이씨의 성관계는 성폭행이 아닌 ‘성접대’로 판단한 것이다. 사람들의 공분을 산 장면, 즉 강원도 원주 별장에서 이뤄진 성관계도 ‘성접대’로 판단해 성범죄 혐의가 아니라뇌물 수수 혐의에 포함시켰다. 폭행과 협박, 즉 ‘강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성상납 강요’에서 ‘강요’만 지울 수 있다면 얼마든지 ‘성폭행’도 ‘뇌물’로 둔갑될 수 있고 성범죄가 증발될 수 있다는 것이 검찰의 김학의 기소방식이 남기는 교훈이다.

그런데 정말 김학의 사건에 강요가 없었을까? 검찰 수사단의 논리는 다음 세 가지이고 그 결론의 특징이 강요가 없었다는 판단이다. 

(1)A씨에 따르면, 김학의가 직접 폭행·협박한 사실이 없다 

(2) A씨는 김학의에게 자신이 윤중천의 폭행·협박으로 (김 전 차관과의) 성관계에 응해야 하는 처지를 알리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3)윤씨도 자신의 폭행·협박 사실을 부인하면서 구속 이후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어 김 전 차관의 성범죄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런 식의 논리, 이런 식의 판단이 나왔을까? 단적으로 말해 수사단이 피해여성의 진술을 배제한 결과이다. 피해여성 지원 조력인단의 이찬진 변호사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김학의는 윤중천이 A에게 고함‧욕설‧위협하고 힘으로 제압하는 과정을 지켜보다 간음했다’고 진술했다. 이 진술은 2013년 A씨가 처음 경찰에 진술한 뒤 지금까지 일관적이다. 김학의는 윤중천이 A에게 성관계를 강요한 인사 가운데 가장 많이 A를 간음했다”고 한다.(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0486

피해자의 말에 의하면, 김학의가 지켜보는 가운데 윤중천이  피해자를 위협하고 강요하여 제압했고 그 과정을 지켜본 후에 김학의가 피해자를 ‘간음’했다는 것이다. 즉 공범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황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김학의가 직접 폭행, 협박한 사실이 없다는 것에 기초하여 성범죄에 대한 무혐의를 도출한다. 고함 욕설 협박 후 성관계한 윤중천은 ‘성폭행’(강간치상)으로 기소했음에 반해 그 고함, 욕설, 협박을 지켜본 후에 성관계한 김학의는 ‘성상납’을 받은 것으로 간주했다.

이런 방식을 통해 성폭행이 뇌물로 둔갑된다. 기가 막힌 연금술이다. 피해자는 윤중천의 고함 욕설 협박으로 주눅이 들고 공포에 휩싸였다고 하더라도 김학의가 그것을 지켜본 후 간음하려 할 때 용기를 내어 ‘지금 당신이 행하는 것은 강간인데 내가 윤중천의 위협과 욕설 때문에 두려워서 이것이 강간이라고 당신에게 차마 말을 못합니다’라고 알려주고 또 그것을 어떤 유형의 증거로 남겼어야만 했다! 그럴 때에만 그것은 성폭행에 해당된다! 만약 당신이 그 상황에서 그런 용기를 낼 수 없고 지략을 발휘할 수 없다면 당신이 경험한 것은 성폭행이 아니라 성상납(뇌물)이다!

이것이 검찰의 법논리학이다. 이런 방식으로 권력자들에게 성폭행을 할 자유를 폭넓게 열어주는 검찰 앞에 2009년의 3월 7일 이전의 장자연이 “성상납을 강요 받았습니다”라는 문구를 적은 리스트를 내밀고 관련 진술을 직접 했었다고 가정해 본들, 그것이 뇌물(성상납)이 아닌 성폭행으로 기소될 수 있었을까? 

이런 낙담스런 현실 때문인지, 검찰개혁에 시동을 걸었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면서 했다는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서해맹산(誓海盟山)의 정신으로 공정한 법질서 확립, 검찰개혁, 법무부 혁신 등의 소명을 완수하겠습니다.” 검찰개혁을 어떤 방식으로 완수할 것인가, 그것이 완수된다면 개혁된 검찰이 어떤 모습, 어떤 태도로 성폭행 피해자들 앞에 나타날 것인가? 우리가 앞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 봐야 할 지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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