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권력과 가해자중심주의의 논리: 조0천 강제추행 사건에 대한 오덕식 판사의 판결에 대해(2)

부장판사 오덕식이 내린 무죄판결의 논리: 강제추행이 과연 있었던가 의심스럽다?!

부장판사 오덕식이 무죄판결의 이유로 든 것은 (내 손에 판결문이 없으므로 여러 신문의 취재기사와 법정에서 들었던 판결조각들을 종합하여 정리해 보면) 다음 두 가지다.

첫째 2008년 8월 5일에 청담동 가라오케에서 강제추행 사건이 있었는지를 확인할 증거가 부족하다.

1)5인 중 고인이 된 장자연 외에 변0호, 김종승은 강제추행이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조0천도 극구 그런 일이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오직 한 사람 윤지오만이 강제추행이 있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지오 한 사람만의 진술로 강제추행의 증거로 삼기에는 충분치 않다.(“윤씨 진술만으로 피고인을 형사 처벌할 정도로 공소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

2)당시 술자리는 접대 자리가 아니라 생일 축하 자리였고 피고인이 조선일보 기자와 총선 출마자라는 지위를 갖고 있다고 해도, 같이 참여했던 다른 사람들 가운데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많았으므로 피고인이 이런 사람을 처음 소개 받는 자리에서 주의를 기울였을 것으로 보여진다.

3)(조씨의 강제 추행 행위를 주장한) 윤지오씨 진술에 의하더라도 만약 이런 강제 추행이 일어났다면 피고인이 주변 사람들의 강력한 항의를 받는 상황 등이 일어나야 하는데 1시간 이상 노래를 부르는 행위 등을 계속했다.(“윤씨의 진술에 따르더라도 (고인의) 소속사 대표는 오해받는 것을 두려워했고, 고인과 친밀한 행동을 했으며, 고인이 술도 따르지 않도록 관리했다고 한다”면서 “그렇다면 공개된 장소에서 추행이 벌어졌다면 최소한 피고인이 강한 항의를 받았어야 하는데 한 시간 이상 자리가 이어졌다.”)

둘째 강제추행 사건이 있었다 하더라도 윤지오가 피고인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근본적 의문이 든다. 당시 술자리에 있던 남성 4명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조0천을 추상적으로라도 지목하지 못한 게 의문스럽다. 면전에서 조0천의 추행 장면을 목격했다면 7개월 뒤 조사에서 가해자를 정확히 특정하지는 못했더라도 ‘일행 중 처음 보는 가장 젊고 키 큰 사람’ 정도로 지목할 수는 있었을 것인데 기자들의 보도를 추측해 50대 사장이 추행했다고 진술한 것에는 문제가 있다.

이처럼 부장판사 오덕식은 강제추행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의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강제추행 사건에 대한 윤지오의 진술 자체의 신빙성까지 의심하고 있다. 조0천이, 사건 당일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던 것으로 확인된 홍0근이 그 자리에 참석했었다고 거짓 진술을 하고, (잠시 그 자리에 왔다가 떠났던) 주변 지인에게도 홍0근이 그 자리에 있었다고 거짓 증언하도록 청탁을 하고, 심리생리검사에서도 피해자(고 장자연)를 만난 적 있냐는 질문에 현저한 그래프 변화를 보였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데 부장판사 오덕식이 아닌 다른 사람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이해했던가?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2018년 5월, 일관성이 있는 핵심목격자 윤지오의 진술을 배척한 채 신빙성이 부족한 술자리 동석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불기소 처분한 것은 잘못이라며 검찰에 재수사를 권고한 바 있고 이런 인식 위에서 검찰은 재수사 끝에 조0천을 기소했다. 그리고 2019년 7월 15일 검찰은 “(증인인) 윤지오씨의 진술이 굉장히 일관된다”, “요즘 문제되는 윤씨의 신빙성 문제는 본건과 무관하다”, “윤씨는 장씨가 속해 있던 기획사 대표 김종승씨의 재판에 나가서도 ‘(장씨가) 김씨 생일에 추행당하는 것을 본 적 있다”고 증언했다”, “윤씨 진술의 자연스러움과 일관됨을 고려해 조씨에게 유죄를 선고해달라”며 1년 형을 구형한 바 있다.

안희정 사건 판결에서 1심과 2심의 차이: 가해자관점인가 피해자관점인가?

당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방법원 동문에서 열린 녹색당 주최 기자회견에서 여성 발언자들은 한결같이 무죄 선고를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준비해온 발언문을 지금 즉석에서 수정해야 하는 난감함을 호소하면서 말이다. 부장판사 오덕식이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황당하고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일까? 

이 판결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한 가지 사례가 있다. 그것은 위계·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인 안희정 사건의 1심과 2심을 비교하는 것이다. 1심에서 안희정은 무죄를 선고 받았다. 하지만 2심에서 그는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었다. 이 커다란 차이는 어디에서 왔던가?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러시아, 스위스 등 해외 출장지와 서울 등에서 전 수행비서인 김지은에게 전 지사 안희정이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 등 10차례의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었던 이 사건에서 1심의 부장판사 조병구와 2심의 부장판사 홍동기의 견해는 세 가지 쟁점에 관해 상반되었다.(이하 황국상 기자, 안희정 ‘무죄→실형’으로 뒤집은 1·2심 세가지 차이점, 머니투데이, 2019.02.01의 정리 참조)

첫 번째 쟁점인 피해자 진술 신빙성과 관련해 조병구는, “(성범죄 사건의) 유일한 증거는 피해자 진술이고 피해자의 성인지 감수성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피해자의 진술에서 납득가지 않는 부분이나 의문점이 많고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얼어붙은 해리상태에 빠졌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동기는 피해자 진술이 대체로 일관되고 부합하면 객관적으로 도저히 신빙성 없다고 보이지 않는 이상 함부로 배척해선 안 된다.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불리한 진술을 할 동기가 없는 이상, 사소한 부분의 일관성이 없거나 단정적 진술이 불명확하다고 해서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 쟁점인 업무상 위력 여부에 관해 조병구는  “피고인이 유력 정치인이고 차기 유력 대권 주자로 거론되며 도지사로서 별정직 공무원인 피해자의 임면권을 가진 것을 보면 위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도 “권력적 상하관계에 놓인 남녀가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 상대방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위력이 존재하고 행사돼야 한다”고 했다. 또 “안 전 지사가 평소 자신의 위력을 행사하거나 이를 남용해 피해자나 직원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이와 달리 홍동기는 “업무상 위력 등은 자기의 보호와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해 추행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이라 함은 직장 내에서 실질적으로 업무·고용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도 포함한다”며 “이 때의 위력은 유·무형을 묻지 않고 폭행·협박 뿐 아니라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고 현실적으로 자유의사가 제압되는 것까지 인정된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라고 했다.

세 번째 쟁점인 피해 이후의 피해자 행동과 관련해 조병구는, 피해자가 안 전 지사에게 최초의 간음 피해를 입은 후 주고 받은 메시지 내용이 ‘지사님이 고생 많으세요’ ‘쉬세요’ 등 위협적 대화가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하여 “피해자가 동료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보면 이모티콘이나 애교섞인 친근감 등이 있다. 성범죄 피해자로 보일 수 없다“는 변호인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반면 홍동기는 “피해자가 3자에게 이모티콘을 사용했다더라도 별다른 의미 없이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것임을 고려하면 애교섞인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수행비서로서의 일을 수행한 이상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해서 성범죄 피해자로 도저히 볼 수 없다거나 피해자 주장의 신빙성을 배척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 세 가지 쟁점의 차이는 조병구가 가해자의 관점에서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가해자에게 유리한 해석을 한 반면 홍동기는 피해자의 관점에서 가해자에게 성인지 감수성을 요구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피해자에게 유리한 해석을 하는 것에서 발생한다.

그렇다면 오덕식의 관점은 안희정 사건에 비교한다면 누구에 가까운가? 당연히 조병구의 관점, 즉 가해자의 관점에 가깝고 오히려 그 관점을 더욱 극단적으로 표현한다. 이제 오덕식이 무죄 근거로 삼은 것들이 왜 가해자 관점에서 파악된 근거들인가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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