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과 신변위협에 대하여(2)

2. 박훈은 어째서 장자연 리스트가 없었다고 허위 주장을 하는 것일까?

이렇게 적어도 세 사람 이상이 장자연 리스트를 만지고 보고 읽고 태운 기억을 갖고 있는데 박훈은 무엇을 근거로 그 리스트가 없었다고 허위주장을 하는 것일까? 

첫째는 윤지오가 수사기관에서 참고인으로 조사 받던 중에 수사기관의 책상에 있던 서류를 얼핏 보았다고 말했다는 김수민의 말이다. 윤지오는 이런 말을 김수민에게 한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으며 카톡기록에도 이런 대화는 없다. 무엇보다도 김수민의 이 말은 봉은사에서 유장호, 장00, 윤지오가 장자연의 문건과 리스트를 함께 보았다는 서로 일치된 증언에 의해 거짓임이 입증된다. 변호사 박훈이 당시의 진술조서조차 읽지 않은 상태에서 김수민의 이 근거 없는 말에 고발장을 의탁하는 실수를 저지른 것은 윤지오를 처벌하고자 하는 어떤 욕망이 사실을 알고자 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의지보다 앞섰기 때문일 것이다.

박훈이 장자연 리스트가 없었다고 말하게 되는 두 번째 이유가 있다. 그것은 기자 김대오가 장자연 리스트는 없었다고 말하고 있고 박훈이 페친인 김대오를 정보원천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대오는, 수사기관에서 증인선서를 한 후에, 장자연의 문건을 전혀 본 적이 없고 그 내용도 본 적이 없다고 말한 사람이다. 내용을 본 바 없는 사람이 그 문건 속에 리스트가 들어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심지어 김대오는 그 문건을 ‘유서’(형식의 심경고백글)라고 보도할 만큼 그 문건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던 사람이다. 조금만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명백히 드러나는 김대오의 이 거짓말을 박훈이 자신의 고발장의 정보 원천으로 삼은 것 역시 윤지오를 처벌하고자 하는 욕망이 실사구시의 의지을 앞지르지 않았다면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 욕망은 박훈이 김광석 사건 재판 과정에서 이상호, 안민석, 추혜선과 맺었던 사법적 적대 관계를 통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박훈은 이상호를 고소한 서해순의 변호사였고 안민석과 추혜선은 이상호의 편에서 ‘김광석 법’을 발의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박훈은 이상호, 안민석, 추혜선에 대해 김광석 사건과 관련해서 갖고 있던 사법상의 적대감을 윤지오에 대한 적대감으로 확대한다. 이0숙 대 윤지오의 관계를 서해순 대 이상호의 관계에 대입시키면서 말이다. 이런 감정에 따라 박훈은 “윤지오 배우가 장자연 사건의 진실 독점자인가? 진짜로? 그이가 하는 말은 다 진실인가? 이렇게 막가겠다는 것인가?”라고 쓰면서 윤지오에 대한 사법적 공격(“이 사건에 뛰어들기로 작정했습니다”)을 할 것임을 협박조로 예고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박훈은 이상호, 안민석, 추혜선에 대해 직업상 발생한 적대적 감정을, 이들과 일시적으로 동행했던 윤지오에게 투사한다. 이러한 심리상태에서 그는, 윤지오와 달리 장자연 문건과 리스트에 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유서로 둔갑시켜 장자연 사건의 진실을 가리는데 앞장섰던 김대오의 일련의 거짓말을 사실로 오인하기에 이른다. ‘장자연 리스트는 없었다’는 생각이 그것인데 그 생각은 이런 인간적 네트워크와 정서적 지적 오작동이 결합하여 만들어낸 인지적 결과이다. 나아가 이 그릇된 생각은 윤지오를 수사기관에 사기혐의로 고발하는 근거로 사용된다. 명백하게 가해권력을 이롭게 하는 이러한 추론이 가해권력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언론방송 보도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확대재생산되어 증언자 윤지오를 범죄혐의자로 만들 뿐만 아니라 오늘날 많은 사람들을 이 그릇된 추론의 인지적 포로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일 뿐만 아니라 반드시 바로 잡혀야 할 정치적 문제거리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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