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진실 시대 진실의 운명: 범죄로 되는 증언, 수배자가 되는 증언자(2)

“사회적으로 중요한 범죄”라는 규율장치의 등장과 경찰의 범주 혼동

11월 6일 적색수배 조치가 내려진 후 있었던 여성단체의 항의에 대해서는 앞에서 말했다. 윤지오에게 씌워진 혐의는 인터폴 적색수배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윤지오도 이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는 강력범죄자로 5억원 이상의 경제사범, 살인자, 강간범 등에 대해서 내려지는 것인데 이러한 적색수배를 자기한테 내린 것은 불법적인 것이며 자신은 이런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더불어서 적색수배까지 내리면서 자신을 송환받으려 하는 것이 ‘공익제보자 보호법’과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항의에 대해 경찰이 언론 앞에 내놓은 대답은 이러하다.

윤씨는 캐나다에 거주해 수사공조가 필요하고, 명예훼손과 사기 혐의 모두 인터폴 자체의 적색수배 요건인 2년 이상 징역에 포함되는 범죄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경찰 관계자는 또 “경찰청 자체 기준에 비춰봐도 윤씨 사건이 사회적 파장이 크고, 수사 요구가 높은 사안인 만큼 중요사범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명예훼손과 사기 혐의가 적색수배 요건인 2년 이상 징역에 포함되므로 윤지오가 적색수배 대상이라면 적색수배라는 말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우선 명예훼손은 오늘날 가장 대중적인 범죄로서 일상에서 누구나가 언제든지 그 범죄 혐의를 뒤집어 쓸 수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 시대에 명예훼손 혐의는 감기 바이러스처럼 우리 모두의 주변에 산포되어 있다.

사기는 어떨까? 윤지오에게 씌워진 사기혐의는 최대 1억 3천 만원을 넘지 않는다. 이것이 적색수배 대상이라면 50억원 이상의 다액경제사범을 대상으로 한다는 규정은 왜 넣어 두었는가? 이런 식의 답변은 경찰과 인터폴이 적색수배 제도를 통해 시민과 대중 일반을 잠재적인 강력범죄자로 사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눈길을 끄는 답변은 후자, 즉 “사회적 파장이 크고, 수사 요구가 높은 사안인 만큼 중요사범으로 볼 수 있다”는 답변이다. 이것은 인터폴 적색수배의 또 다른 사유에 “수사관서에서 특별히 적색수배를 요청하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범”이 포함되어 있음을 근거로 한다. 이호영 변호사도 “흔히 적색수배라고 하는 것은 사형, 무기 등 중범죄자 그리고 폭력조직의 중간보스 이상의 어떤 조직폭력 사범 그리고 특정 금액 이상의 고액 경제범죄 이런 것들에 대해서 발령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윤씨의 그런 말은 일정부분은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에요.”라고 말하면서도 이렇게 해석한다.

그런데 또 하나 사유가 뭐가 있냐면 기타 수사 관서에서 특별히 적색수배를 요청하는 사안 이것도 적색수배는 가능하거든요. 그래서 아무래도 우리 사법경찰 기관에서 윤지오씨가 가지는 그러한 사회적인 파장이 되게 크기 때문에 윤지오씨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건 맞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적색수배를 요청을 했고 그에 따라서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황이어서 윤지오씨가 다소 억울하다고 얘기하고 있긴 하지만 적색수배 자체가 불법적이거나 이렇게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경찰의 답변과 이호영 변호사의 해설을 통해 우리는, 윤지오 증언자가 일반적인 적색수배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경찰이 “특별히” 윤지오 증언자를 적색수배 요청했으리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 “특별”한 요청에 따르는 판단은 윤지오 증언자를 “사회적 파장이 크고, 수사 요구가 높은 중요사범”이라고 본 것이다.

나는 여기서 경찰이 오히려 ‘중대한’ 범주 혼동, 범주 착오를 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증언과 범죄를 혼동하는 것이다. 윤지오 증언자의 증언이 사회적 파장이 컸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 사회의 재계 언론계 연예계 정치계 법조계를 망라한 모든 권력층의 부패와 성폭력 관행에 대한 기록인 장자연 문건과 리스트에 대한 증언이었기 때문이다. 이 증언이 가지고 온 사회적 파장은 분명히 컸고 증언이 지목하는 권력자들에 대한 “수사 요구가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주지하다시피 증언이 지목하는 가해 혐의자들에 대한 수사는 이 큰 사회적 ‘파장’이나 높은 ‘수사요구’에도 불구하고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윤지오 증언자의 증언으로 기소된 사람조차 1심에서 무죄 처분되었다.

경찰은 돌연 여기서 ‘수사 요구’를 가해 혐의자가 아니라 증언자에게로 돌린다. 윤지오의 “증언”이 “사회적 파장이 크고” 증언이 지목하는 “가해 혐의자”에 대한 “수사 요구가 높았다”는 사실을, 경찰은 윤지오의 “범죄”가 “사회적 파장이 크고” “윤지오”의 범죄혐의에 대한 “수사 요구가 높다”는 생각으로 바꿔치기 한다. 증언과 범죄, 증언자와 가해자를를 순식간에 대치하는 이 마술을 통해 적색수배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윤지오 증언자의 “범죄혐의”가 실제로 사회적 파장이 크고 수사요구가 높은 혐의인가? 보복우려가 높은 증언을 한 증언자에게 뜻있는 사람들이 경호비 후원을 해 준 것이 정말로 사회적 파장이 크고 수사요구가 높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범죄혐의”에 해당하는가? 증언자 목격자 피해자 보호를 위해 만든 비영리단체에 뜻있는 후원자들이 후원금을 보내 준 것이 정말로 사회적 파장이 크고 수사 요구가 높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범죄혐의”에 해당하는가? 카톡 친구였던 김수민 작가가  윤지오를 “고인을 이용한 사기꾼”이라고 말하고 윤지오 증언자가 김수민 작가를 “이수역 사건 2차 가해자”로 말하면서 쌍방간 명예훼손으로 제소된 혐의들이 사회적 파장이 크고 수사요구가 높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범죄혐의”에 해당하는가?

상식적으로는 결코 “그렇다”고 답할 수 없을 이 질문들에 경찰이 “그렇다”고 답하고 또 그에 따라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특별히”(상식에 비추어서는 ‘과잉되게’) 요청하는 행동을 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범죄혐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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