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오의 증언을 바라보는 “가족주의”와 “순수주의” 시각에 대하여(1)

1.

윤지오 배우의 “13번째 증언” 전에 장자연 사건에 대한 한국사회의 “지배적 진실”(사법적 진실)은  우울증-유서-자살이었다. 이 선언된 진실과 모순되는 다양한 사실들과 진술들, 기사들에도 불구하고 장자연의 죽음의 원인은 우울증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질병에 있는 것으로 판결되었다.

윤지오 배우의 “13번째 증언”은 유서는 없었으며 문건만이 있었고 그것은 이해관계 투쟁 속에서 자의반타의반으로 작성되었을 수 있는 것임을 확인했고 그 문건이 장자연의 죽음에 원인을 제공했을 수 있는 여러 사람(대개는 재계 언론계 정치계 문화계 법조계 등의 권력자들)의 이름과 직함(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증언은 이전의 “지배적 진실”이 잘못된 것이었고 사태를 재조사해서 참된 진실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최근 김수민 작가, 김대오 기자, 박훈 변호사(김김박)는 윤지오 배우의 증언은 거짓말이라고, 즉 1)윤지오는 ‘장자연’ 리스트를 본 적이 없다 2)윤지오는 거짓말로 대중을 속여 인세, 후원금, 해외펀딩으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윤지오 배우를 명예훼손, 모욕죄로 고소하고 또 사기죄로 추가고소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러한 폭로 및 사법 행동은 대검찰청 검찰과거사 진상조사단이 장자연의 성폭력 피해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에 요청한 시점과 일치한다. 이제 윤지오 배우의 증언은 진실성을 의심받기 시작했고 이 논란 여부에 따라 검찰 재수사가 이루어질 것인가 말 것인가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김김박 문제제기와 고소(이하 “김김박론”)의 실제적 효과는 법무부 과거사조사위원회 내부에 이견을 낳고 국민적 여망으로 부상한 장자연에 대한 권력형 성폭력 사건 재조사 문제를 위기에 빠뜨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재조사가 없다면 우울증-유서-자살이라는 기존의 진실담론이 더욱 더 공고하게 굳어질 것이고 권력형 성범죄는 없었던 것으로 귀착될 것이다. 이것은 2018년 미투 운동 이후 한국 사회 각계에서 무수히 제기되고 또 확인된 권력형 성범죄의 실재와 상충하는 진실이 장자연 사건을 이해하는 진실로 굳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제 누구나 거짓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된 낡은 “사법적 판단”이 “진실”로 행세하게 된다는 뜻이다.

어쨌건 증언에 대한 의혹제기와 고소가 있는 만큼 윤지오 배우의 증언을 둘러싼 “사실이 무엇인가?”는 조사와 판결을 기다려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김김박론”은 특정한 도덕적 정치적 관점을 전제하고 있고 그 관점에 윤지오 배우의 증언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왜곡하는 요소들이 들어 있다고 보기 때문에 나는 사실이 무엇인가가 드러나기를 기다리면서 여기서는 드러날 사실들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김김박론”에서 내가 발견하는 것은 두 가지 편향된 관점이다.  그것은 가족주의와 순수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 이제 이 두 가지 관점의 문제에 대해 하나하나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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