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리스트” 논란과 그 성격에 대해(2)

윤지오는 정말 수사기관에서 처음 리스트를 봤을까?

장자연 리스트가 없었다는 주장의 또 하나의 논거는 앞의 둘 중의 첫번째 즉 김수민이 윤지오로부터 ‘봉은사가 아니라 수사기관에서 그 리스트를 봤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김수민은, 이 말을 들은 것이 2018년 12월 10일 윤지오와 만나 새벽까지 술을 마시던 3차 술자리에서라고 말한다.

“3차째 술자리에서 지오가 장자연님과 소속사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었고 솔직히 자기는 장자연이랑 친하지 않았었고 나이차이가 워낙 많이나서 장자연님이 자기를 보면 이름을 부르지 않고 애기야~ 애기네~ 라고 했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장자연님이 그런 일을 당하고 있었는지 자기는 전혀 알지도 못했었고 친하지도 않았고 어울리지도 않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엄마가 와서 위약금을 내주고 다시 외국으로 돌아가서 살고 있었고 외국에 있을때도 장자연님과 따로 개인적으로 연락을 한적은 없었고 한국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전혀 알지도 못했었고 자살소식을 소속사 연락으로 듣고 그 소속사에 있었던 사람들의 조사가 이뤄줘야 해서 본인도 가서 조사를 받았었고 조사를 받고 진술을 하는 와중에 책상에 어떤 문서들이 놓여져 있었는데 그걸 우연히 봤었다. 원래 그걸 놓고가면 안돼는건데 책상에 놓여져 펼쳐져 있는 부분을 봤고 그 펼쳐져 있는 부분에서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을 보게 됐었다. 그때 장자연 언니 자살과 이 사람들과 관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저에게 말했었습니다.”

이 진술 내용은 얼마든지 의사소통상의 오해가 생길 수 있는 술자리 환경에서의 대화에 대한 기억이고 윤지오가 ‘소설을 쓰고 있다’고 부인하는 내용이므로 큰 가치를 가질 수 없는 내용이다. 그런데 주목받기 어려웠을 김수민의 이 주장이 힘을 얻게 된 것은, ‘장자연 문건에는 리스트가 없었다’고 주장해온 김대오가 김수민의 그 말을 자신의 말을 뒷받침하는 보충증거로 채택하면서다. 김수민이 윤지오에게서 들었다는 그 말이야말로 리스트가 없었다는 자신의 말과 리스트를 봤다는 윤지오의 말 사이의 간극을 메워준다는 것이다. 즉 장자연 문건 원본에는 리스트가 없었으며 윤지오가 본 것은 수사기관이 만든 2차 리스트라는 것이다. 김수민의 이 말은 또 변호사 박훈과 연결되면서 더욱 더 큰 대중적 힘을 얻었다. 박훈은 미투운동 과정에서 정봉주와 김어준에 맞서 미투를 지지한 바 있기 때문에 박훈이 윤지오를 불신하는 것은 단순히 여성에 대한 남성적 편견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박훈과 김대오의 개입으로 인해 김수민의 진술이 사회적 호응을 얻었지만 그 진술은 전체적으로 너무 부정확하고 이미 확인된 사실과도 배치된다. 

(1)친밀성: 윤지오는 김병승의 회사에서 나오기 전에는 장자연과 친밀했지만 나온 후에는 소원했다고 수사기관에서 진술하고 또 <증언>에서 기록한다. 그런데 김수민은 윤지오가 장지연과 일관되게 친밀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쓴다. 유장호가 장자연의 죽음 후에 이 문제를 다른 사람이 아니라 윤지오와 상의하는 것도 유장호가 윤지오와 장자연의 관계를 각별한 것으로 보았기 때문임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윤지오는 김병승과의 계약해지 후 장자연과의 관계가 소원했던 것에 마음에 걸려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여러 차례 쓰고 있고 김수민의 말에 대해 ‘장자연과는 가족보다 더 친밀했던 때가 있었다’말했다. 수사기관에서의 진술도 이 말과 유사하다.

(2)장자연에 대한 윤지오의 앎: 김수민은, 장자연이 ‘그런 일’을 당하고 있었는지 윤지오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윤지오는 성상납 강요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장자연이 겪은 성추행에 대해서는 직접 목격했으며 그 가해자인 조희천은 윤지오의 증언에 기초하여 기소되었다.

(3)윤지오에 대한 김수민의 앎: 김수민은 윤지오가 계약해지후 캐나다로 돌아가서 살았다고 말한 것으로 쓰고 있다. 그런데 윤지오는 <증언> 14장과 15장에 상세히 서술되어 있듯이 계약해지 후에도 오랫동안 드라마 <선덕여왕> <애자>에 단역 출연하고 치어리더로 돈을 벌고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의 전속모델선발대회에 출전하고 케이블티비 예능프로그램 <초.건.방>에 출연하고 메인모델 몸대역으로 돈을 벌고 미인대회와 뮤직비디오와 연극에 출연하는 등 배우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한국에서 계속하고 있었다. 김수민의 글에 따르면 장자연이 자살했을 때 윤지오가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온 것처럼 읽히게 되는데, 윤지오는 안성에서 뮤직비디오 촬영을 마치고 전 매니저로부터 자살 소식을 듣고 자정이 넘어 장례식장으로 달려갔다.

(4)장자연 리스트: 김수민에 따르면 윤지오는 첫 조사를 받을 때 경찰의 책상에 놓여 있는 문서에서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을 보고 그것을 장자연 리스트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말 역시 지금까지 드러난 것과는 크게 다르다. 이 점은 조금 뒤에서 논한다.

윤지오가 했다는 말에 대한 김수민의 재구성은 신뢰하기 어렵다. 장자연 사건 이후 수 많은 진술들, 기사들, 증언들, 분석들이 있었다. 여기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불명확한 부분도 있지만 여러 가지 진술들이 일치하고 증거들(카드내역, 통화기록 등)도 있는 명확한 부분도 있다. 그런데 김수민은 이 명확한 부분들조차도 사실과 다르게 재구성함으로써 그가 이 사건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이 복잡한 사건을 한 번 만나 나눈 대화에서 김수민이 윤지오가 말하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귀를 가졌으리라 생각하기는 어렵다. 이런 점에서 윤지오의 말에 대한 김수민의 글을 읽을 때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고 카톡 대화도 그런 맥락을 고려하며 읽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반해 장자연 문건에서 리스트를 봤다는 윤지오의 주장은 김수민이 들었다는 그 말을 부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일련의 자료들 속에서 일관성과 설득력을 갖고 있다. 

(1) 윤지오는 장자연 장례식장(2009년 3월 7일-9일)에 있으면서 장자연의 친언니로부터 유장호와의 통화내용에 대해 듣는다. 유장호가, 장자연이 남긴 심경고백 문건이 있는데 거기에 ‘공개되지 말아야 할 내용’도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2009년 3월 15일 참고인 진술) 

(2) 장례식이 끝난 후 3월 10일 김대오 기자가 유장호로부터 입수한 문건의 실재를 보도한 후 윤지오는 유장호와 통화를 한다(3월 12일). 그 통화에서 유장호가 누군가의 이름을 대면서 윤지오가 그 사람 명함을 갖고 있으면 그의 소속과 직위를 알려 달라고 하는 방식으로 여러 명에 대한 확인이 진행되는 윤지오는 여기서 일종의 리스트(목록)의 실재를 인지하고 그것을 통화녹취하여 검찰에 증거로 제출한다.

(3)유장호가 윤지오와의 통화에서 “내가 …자연이 이거[문건] 경찰서 넘길 때도, 목록이랑 그런 건 넘길 생각이 없었어.”라고 말한다. 이것은 유장호가, 장자연 문건 중에서 ‘리스트’부분은 제외하고 일부만 ‘공개’하려 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이 말은 (1)에서 말한 ‘공개되지 말아야 할 내용’이 이 ‘목록’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유장호는 김종승을 타격하는 데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리스트’에 적힌 인물들의 명단이 모두 공개되는 것은 사실상 불필요한(혹은 이미숙, 송선미 등과의 관계에 비춰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을 수 있다. 3월 15일 진술에서 윤지오가 ‘리스트’의 존재를 암시하면서도 명확하게 진술하지 않은 것은 경찰이 질문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유장호와의 이런 통화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도 볼 수 있다.

(4)윤지오가 ‘리스트’의 실재를 명확하게 진술하는 것은 2010년 6월 25일 진술부터이다. “어떤 장에는 성함만 기재되어 있으면서 어떠한 언론사에 누구, 어디 무슨 사의 누구라는 식으로 기재되어 있는 것”이 그것이다.

(5)윤지오는 봉은사에서 유장호가 넘겨준 사본을 먼저 보았고 경호원이 봉은사 땅에서 파온 원본을 그 다음에 보았다고 한다. 그 두 본에 이름만 혹은 직함과 함께 기재된 ‘리스트’가 있었으며 양자는 일치했다는 이 진술은 2019년 3월에 출간된 <13번째 증언> 11장 ‘장자연 리스트’에서도 일관되게 지속되고 있으며 유장호의 진술도 이와 부합한다.

이상의 진술들과 자료들을 종합해 볼 때, 이지윤 기자가 말하듯이, ’리스트’가 있었고 그 ‘리스트’를 윤지오가 보았다는 추론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판단되며 김수민의 주장은 자신이 이해한 그대로의 진술이라 할지라도 윤지오의 말을 상황의 복잡성 속에서 이해할 상황이해 능력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오인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김대오의 주장은 자신의 경험의 한계 속에서 타인(윤지오)의 말을 재단함으로써 발생하는 프루크루테스 침대 형 인지착오로 보인다. 유장호가 그 ‘리스트’를 윤지오와 가족 외의 경찰이나 기자들에게는 제출하거나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기자 김대오는 ‘리스트’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며 자신의 한계 속에서 윤지오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 윤지오는 수사과정에서 문건의 끝에’“지인분들과 가족분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언니[친언니]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는 글이 작성되어 있었습니다’라고 진술한다. 김대오 기자는 자신이 본 문건에는 이런 내용이 없기 때문에 역시 자신의 경험을 기준으로 윤지오가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단정한다. 하지만 이것은 거꾸로 김대오 기자가 보지 못한 리스트의 실재를 뒷받침하는 반증으로 될 수도 있다. 리스트의 끝에 적힌 바로 그 글귀를 윤지오는 리스트를 봤기 때문에 기억하지만, 김대오는 리스트가 없는 문건의 일부만을 보고 그것을 전부로 오인하고 때문에 그러한 글귀가 없었다고 단정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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