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오의 증언이 장자연 유가족들의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 결정적 패소 원인이었다”는 박훈 변호사의 주장이 어떻게 윤지오의 진실을 가려버렸나?

박훈은 2019년 4월 *일의 페이스북에서 “윤지오의 증언이 장자연 유가족들의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 결정적 패소 원인이었다”고 주장하면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인용한다. 여기에 그 구절과 박훈의 주장, 그리고 그 주장이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보여주는 댓글 일부를 캡쳐한 이미지가 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캡쳐할 당시) 무려 37회 공유되었고 231명이 좋아요를 달았으며 4개의 댓글이 달려 있다. 이후 윤지오는 유가족 편이 아니라 가해자의 편을 들었던 인물이라는 이미지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유통되었다. 정말 그럴까?

박훈이 인용한 위 캡쳐대목의 핵심내용은, 윤지오가 “피고[김종승]가 부른 모임에 연예 관계자들이 많이 있는 편이었고 참석할 때 신인 배우로서 얼굴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노래와 춤을 출 때도 있었지만 강압적으로 한 것은 아니고 피고가 술을 따르게 하거나 술을 마시게 하는 등 술 접대를 요구한 적이 없고 성 접대를 하라고 강요한 사실이 없다”라고 증언한 점을 들어, ‘김종승이 장자연을 폭행 협박하여 식사나 술자리에 참석하도록 강요하였다거나 술 접대를 강요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성매매를 알선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라는 이유로 전부 혐의 없음 불기소 처분을 했다는 것이다. 정확히 위의 인용문건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밝혀져 있지 않지만 문투로 보아 아마도 사건 판결문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이 구절에 기초해서 박훈은 “2010년 장자연 유가족들이 김종승을 상대로 한 술접대, 성접대 강요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을 묻는 항목에서 윤지오 증언은 결정적인 패소 원인으로 나온다. 이런 논리는 대법원까지가 확정된다. 유가족들은 김종승이 장자연을 때린 것과 잦은 술자리에 대한 위자료로 거의 무의미한 수준의 금액만을 판결 받았을 뿐이다.”라고 결론 내린다.

판사[위 캡쳐 이미지가 판결문이라고 가정하여 판사라고 부른다]가 윤지오의 진술을 인용근거로 원고[유가족] 패소(사실은 부분승소였지만 여기서는 무시한다) 판결을 내렸다고 해서 윤지오가 피고[김종승]의 편을 들었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판단인가? 판사가 윤지오의 참고인 진술들로부터 몇몇 단편만을 들어 편의적으로 인용하거나 혹은 오판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아야 하지 않는가? 여기서 나는 박훈에게 윤지오의 참고인 진술들로부터 판사가 요약인용하고 있는 것이 윤지오의 진술들에 대한 정확한 요약인지 잘못된 요약인지 직접 윤지오의 진술들을 읽고 다시 평가해 줄 것을 요청한다.  박훈이 윤지오의 진술문으로부터 직접 인용하는 것이 아니라 판사가 인용한 것을 재인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박훈이 판사[?]의 판결문 만으로 윤지오를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심각한 엘리뜨주의를 느낀다. 참고인의 진술을 읽지 않고도 그 진술에 대한 판사의 인용만으로 그 참고인을 판단할 수 있다는 태도가 그렇다. 이것은 참고인을 무시하는 태도이며 지금 이 경우에는 사태를 오판하는 위험한 조건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나는 윤지오의 진술조서 속에서 정말 윤지오가 저 인용에 나와 있는 것처럼 김종승(가해자)를 편들었는지를 판결문이 아니라 윤지오의 진술문을 가지고 검토해 보려 한다. 

먼저 윤지오는 김종승 회사에서의 노동이 매우 좋지 않았고 김종승이 욕과 폭행을 하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다. 예컨대 “김종승은 평소에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직원들에게 욕을 하고 폭행을 하는 것을 봤고 언니들로부터 그날그날 분위기에 따라 행동을 조심해야 된다는 말을 들었고 계약기간 동안에 방송활동 기회는 한 번도 얻지 못하고 김종승이 요구하는 식사자리 술자리에 무조건 나가는 상황에서 이러다가 연기활동은 전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러웠기 때문에 이런 악조건에 동의하고 해약을 했다.”는 진술이 그것이다.

계약을 해지하는 조건도 매우 나빠 부당한 조건들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계약을 해지했다고도 했다. 예컨대 “계약해지를 할 때 600만원의 합의금을 김종승에게 지불하는 것 외에 연예계 활동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해야 했다. 이 약속을 하지 않으면 김종승이 위약금을 많이 요구하거나 민사소송을 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713)는 진술이 그것이다.

그 외에도 윤지오는 김종승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은 진술을 했다. 아래에서는 각 진술주제 하에 윤지오의 진술문을 그대로 옮겨둔다.

1. 김종승의 폭행

2. 김종승의 부당한 노동강요

3. 부당계약을 배경으로 한 접대 강요

4. 또 다른 노동강요

5. 직접 폭력은 없었지만 술접대를 계약에 의해 강요당했다

6. 장자연도 노동을 강요당해서 싫어하는 표정이었다.

7.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때는 보복이 두려웠다

8. 접대 자리에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억지로 나갔다

9. 전속계약서가 아니었으면 나는 또래 친구들과 놀지 접대 자리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술자리에서 노래부르고 춤추게 한 것은 김종승 대표가 잘못한 것이다.

10. 조희천이 강제로 장자연의 손목을 끌어당겨 가슴과 허벅지를 만졌다(앞부분 일부 생략)

11. 김종승은 약속한 생활비도 제대로 입금해 주지 않았다

이상은 윤지오가 김종승의 노동강요에 관해 집중적으로 질문받았던 2009년 7월 8일 진술로부터의 부분 발췌이다. 2010년 6월 25일에 윤지오는 다시 한 번 김종승에 관해 진술한다. 이때의 질문은 주로 문건에 집중되었고 김종승에 관한 진술은 오히려 부차적이었다. 이 진술에 법관이 김종승에게 유리하도록 인용할 수 있는 진술이 부분적으로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참고인 윤지오가 가해자의 편을 드는 진술을 한 것이라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 윤지오는 앞의 2009년 진술에서는 김종승이 자신과 체결한 계약의 구조적 부당성과 폭력성에 대해 진술했고 뒤의 2010년 진술에서는 그럼에도 술자리에 나가 접대하는 개개의 행동에서 직접적 압박을 받은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판결문은 후자의 발언에서 인용을 해서 작성되는데 이것은 윤지오 진술을 전체적으로 고려한 위에서 나온 인용으로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판결문에 기초하여 윤지오의 도덕성과 입장을 문제삼고 있는 박훈의 판단은 일면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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