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와 경험담이 뒷받침하는 윤지오 증언의 진실성과 신빙성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13.04.10일자 <일요신문> [제1091호] 김다영 기자의 기사는 ‘연예인이 직접 전하는 성상납 실태’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부제는 “병아리 땐 ‘데뷔’가, 뜨면 ‘스폰’이 미끼”로 되어 있다. 이미지로는 고 장자연 씨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 <노리개>의 스틸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이 기사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여성 연기자의 45.3%가술시중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고, 60.2%는성상납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또한 31.5%는성추행, 6.5%는성폭행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여성 연기자 111명과 지망생 약 240명, 연예산업 관계자 11명 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다. 여성 연기자의 절반 이상이 성상납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http://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53676, 강조는 인용자)

윤지오는 술시중이 본인(과 장자연)이 직접 그리고 여러 차례 강요 당했던 경험이라고 진술했다. 여성 연기자의 거의 절반(45.3%)이 이런 강요를 겪는 것으로 나타난다. 윤지오는 <13번째 증언>에서 자신이 성상납 제의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15장 ‘끔찍한 제안’에서 어떤 드라마 제작자로부터 성상납 제안을 받은 경험을 자존감을 파괴하는 경험으로 서술한다.

빨리 갈 수 있는 길이 있는데 왜 사서 고생하며 긴 시간을 뺑뺑 돌아가려 하냐? 신호를 어긴다고 뭐라고 나물할 사람 하나 없다. 너는 기회를 잡은 거다. 이런 제안을 받고 싶어서 나를 만나려는 배우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냐? 얼마나 유명한 배우들이 날 만나고 싶어 하는데.” 계속 되는 그의 이상한 제안은 너무나 불쾌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불쾌감을 넘어 이런 일을 당하면서까지 이 일을 해야 하는지 회의가 들었다. 자존감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서 나는 자연 언니 생각이 났다. “얘기야, 넌 정말 발톱의 때만큼도 모른다.”(183)

여성 연기자 60.2%가 이런 유형의 성상납 제안을 받는다는 통계는 여성 연기자들의 자존감이구조적으로파괴되고있는현실을 보여준다. 연기노동자들은 가진자들, 힘센자들의 먹잇감으로 위치지워져 있다. 

윤지오는 조선일보 기자였던 조희천이 장자연을 성추행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윤지오의 증언 덕분에 조희천에 대한 기소가 이루어지기까지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야 했고 전국적인 촛불과 미투 봉기가 있어야 했으며 정권이교체되어야 했다. 그런데 그런 성추행을 여성 연기자의 31.5%가 겪는 것으로 나타난다. 

윤지오는 취할 만큼 술을 마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장자연의 눈이 풀려 있었던 것을 본 경험을 토대로 장자연이 자신도 모르는 상태에서 마약을 섭취당하고 성폭행 당했을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문건작성 시에 장자연이 성폭행 당했다고 썼지만 자신이 지우라고 했다는 유장호의 비공식면담 진술, 이미숙이 자신에게 김종승을 혼내 달라고 압박하면서 장자연이 쓴 A4 용지에 ‘술에 약을 탔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는 감독 정세호의 진술 등이 윤지오의 증언을 뒷받침해준다. 과거사조사위원회는 “이들의 진술만으로는 구체적인 가해자, 범행 일시, 장소, 방법 등을 알 수 없으므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객관적 혐의가 확인되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한이 있”다는 식의 기묘한 변론술로 드러난 문제를 회피했지만 통계는 여성 연기자의 6.5%가 성폭행 피해를 당하고 있음을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여성 연기자들의 성을 누가 착취하고 여성 연기자들을 폭행하는가? 윤지오는 장자연의 리스트 증언조서에 정계 재계 법조계 언론계 연예계 권력자들의 이름이 쓰인 페이지들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위의 일요신문 기사는 연예인들의 경험담을 통해 이 증언을 뒷받침해 준다.

김현아는 매니저로부터 애인이 되는 조건으로 스폰서를 붙여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여기서 스폰서가 돈/권력을 가진 사람을 지칭한다는 것은 두 말 할 것 없을 것이다. 가수 아이비는 ‘만나만 줘도 3억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한다. 함소원은 백지수표를 제안 받았다고 말했다. 정세희도 재계인사로부터 하룻밤 대가로 백지수표를 제안받은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전 대기업 법무팀장 출신인 어떤 변호사는 해당 대기업 특정 부서 관계자들이 비자금을 가지고 연예인 윤락을 한다고 고발했다. 돈이 아니면 신인데뷔, 배역(캐스팅)이 ‘미끼’가 된다. 

이 경험담은 잠입취재를 통해서도 확인되었다. 2013년 3월 29일 방송된 연예계 성접대 실태에 대한 한 종편채널의 취재방송은 이렇게 요약되고 있다.

“제작진은 연예기획사 연습생으로 활동했던 한 여성을 통해 실태에 대해 파헤쳤다. 해당 여성은 “당시 미성년자였지만 술자리에 나오라는 제의를 수차례 받았다. 실제로 연습생을스폰서에게제공하는브로커로전락한기획사도 있다”고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했다. 또한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모델과연예인, 연습생을스폰서와연결시켜주는브로커도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한 브로커는 “연예인 지망생, 예술대학 재학생은 물론 유명 홈쇼핑이나 대형기획사 소속 연습생의 프로필도 확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이들과의 만남은 1회에 평균 25만원 선이며 나이가 어리거나 대형기획사 소속인 경우 80~100만 원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어 “하루 전 예약은 필수며 자신들의 고객리스트에 저장돼 있어야만 만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13/03/243540/)

연예노동자와 자본가/권력자를 브로커와 기획사가 매개하는 성착취와 성폭력의 구조가 구축되어 있다. 버닝썬 사건이 보여주는 것처럼 마약은 이 구조를 가동시키는 윤활유다. 이것이 인지자본주의의 핵심분야인 연예산업의 적나라한 실태이다. 이 연예산업은 한류라는 이름의 준국책산업으로서 세계시장에 자신을 자랑스레 내놓고 자랑하고 있다. 

윤지오는 장자연의 죽음을 가져온 조건과 원인에 대한 증언자이면서 한류로 유명한 대한민국 연예산업의 민낯에 대한 증언자이다. 윤지오의 증언들은, 장자연의 죽음 이후에도 아무런 변화 없이 어쩌면 더 심각하게 계속되고 있는 성착취와 성폭행 실태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통계에 의해, 그리고 연예인들의 직접 경험담에 의해 그 진실성신빙성이 모두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것들임이 분명하다. 증언과는 무관한 인신공격을 통해 그 증언의 신빙성을 떨어뜨림으로써 이득을 보는 것은 성착취와 성폭행을 수행한 과거의 가해자 집단, 지금도 성착취와 성폭행을 자행하고 있는 현재의 가해자집단, 그리고 성착취와 성폭행의 의지/욕망을 가진 예비 가해자 집단이며 대개는 재력이나 권력 혹은 생산과정에서의 지위를 이용해 다른 생명들을 착취하는 자들(학술용어로는 ‘부르주아지’들)이다. 이들을 위해 일선에서 증언 신빙성을 격하시키는 행위를 직접 수행하는 것은 그 가해자 집단에게 물질적 정신적으로 예속된 끄나풀 집단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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