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혐오: 김수민의 “사기야!”의 경우(5)

증언의 진실

김수민의 이 주장들 중 (1)이 사실이 아님은 여러 증거들이 보여준다. 그 증거는 무엇보다도 윤지오가 지난 10년간 어떤 보상도 주어지지 않고 오히려 위험만이 따르는 열여섯번의 증언을 고 장자연 사회적 타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감내한 것에 의해 입증된다. 수사관들도 윤지오가 수 십 차례에 걸쳐 가해권력자들을 만나는 술자리에 장자연과 동행했고 어느 연예인보다도 장자연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으며 핸드폰 통화기록에 그 사실이 나타나 있기 때문에 윤지오에 대한 참고인조사를 남보다 더 많이 요청했음을 인정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윤지오가 장자연의 죽음에 관한 소식을 듣자마자 자정 시간에 빈소로 달려가 조문하고 사흘을 장례식장에서 유가족과 함께 보내면서 조문객을 맞이하고 맞절을 하기도 하였다는 점, 고 장자연씨의 시신을 화장하고 유골을 뿌리는 과정을 유가족과 함께 했다는 점, 유장호가 자신과 말조차 섞기 싫어하는 유가족과 장자연이 남긴 문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윤지오에게 유가족과의 만남의 장소와 날짜를 조율하는 중간매개자 역할을 부탁했다는 점, 유장호가 장자연의 문건을 보여준 (유가족 이외의) 유일한 사람이었다는 점, 유가족과 함께 문건을 읽고 소각하는 현장에 있었다는 점 등은 김수민의 말이 거짓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2)도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2009~10년 전의 진술자료들이 명확히 증명해 주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장자연 리스트에 관한 여러 편의 글에서 이미 상세히 비판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더 이상 논하지 않을 것이다.

 (3)의 윤지오와 과거사조사위원과의 대화에 대해서는, 증언자의 안전에 대한 어떤 고려도 없이 증언을 요청하는 과거사조사위원회의 요구를 거부하기 위해 윤지오가 사용한 기술적 답변을 김수민이 맥락에서 분리하여 읽음으로써 오독한 것이라는 점을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괄호 속 문제들과 관련해서는 김수민이 사실을 모르는 탓에 빚어낸 왜곡이다. 왜냐하면 윤지오는 장자연이 방사장을 만난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만남의 날짜 장소 상황을 당연히 알 수 없고 기억할 수도 없다. 또 조사과정에서 추행이 문제로 된 것은 조0천이지 김종승이 아니었다. 조0천의 추행에 대해서는 이미 10년 전의 윤지오 진술서에 또렷이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김수민의 이러한 예시는 김수민이 말들을 임의로 지어내고 있으며 이 사건에 대해 얕은 차원에서 잘못된 정보를 갖고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증언이 거짓이라는 이 주장들은 무엇으로도 입증될 수 없는 김수민의 ‘혼잣말’로 남아 있다. (그런데 티비조선이나 SBS를 비롯한 제도방송들과 여러 신문들이 김수민의 이 근거 없는 혼잣말에 어떤 진실이 담긴 양 증거자료로 인용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이런 식으로 김수민은 이수역 사건에 뒤이어 다시 장자연 사건에서 “윤지오는 사기를 쳤고 나는 속았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나는 윤지오에게 여러 가지를 증여했지만 그는 나에게 그에 상응하는 답례를 하지 않았다’는 인식을 표현한다. ‘윤지오는 이기적이고 일방적이며 의존적이었다’, ‘윤지오의 태도가 불만스러웠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 관계를 유지했다.’는 생각이 그러하다. ‘서로 증여하며 살자고 했지만 나의 증여에 그가 답례하지 않았다’는 느낌은 ‘윤지오는 변덕스럽고 믿을 수 없는 사람, 표리부동하고 배은망덕한 두 얼굴을 가진 사람, 위선적인 사람, 거짓말쟁이’라는 생각으로 표현된다. 김수민이 이수역 사건의 피해 여성과 결별한 것이 후원금 요청, 즉 언어 증여를 넘는 화폐 증여의 요구였던  것처럼, 그가 윤지오와 결별한 것도 청원에 대한 동의서명 요청 즉 새로운 증여의 요청이었다. 이에 비추어서 우리는, 김수민이 ‘자신이 상응하는 답례를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그것이 양자 관계에서 사실인가 아닌가는 여기서 중요치 않다) 증여-수증의 관계를 사기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또 우리는 여기서 김수민이 ‘화폐(돈)는 증여의 수단일 수 없다는 판단을 기초로 화폐를 증여해 달라는 요구를 사기라고 보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전자는 증여를 교환으로 환원하는 경향이다. 그리고 후자는 화폐(돈)는 교환수단이지 증여수단일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 두 경향은 본질적으로는 증여에 대한 부정, 증여에 대한 혐오, 증여를 교환으로 대체하려는 의지를 표현한다. 오직 인간들 사이에는 교환만이 가능하며 등가가 교환되는 관계 외의 관계는 사기라는 인식은 이러한 의지에 기초한다. 

그런데 현실에서 김수민은 스스로 증여행동을 한다. 자신과 “일면식도 없는” 이수역 피해 여성을 옹호하기 위한 여론투쟁에 에너지를 쏟고 윤지오의 질문들에 답하며 카톡을 통해 애정의 표현들을 준다. 그런데 이것들은 등가로 교환될 수 없는 것들이다. 바로 이 등가로 교환될 수 없는 증여관계를 ‘모든 것은 등가로 교환되어야 한다’는 자신의 주관적 관념 아래에 종속시킴으로써 김수민은 스스로 증여행동을 하면서 등가교환을 기대하는 모순에 빠진다. 이 모순된 기대가 충족되지 못할 때 김수민은 돌변하여 자신과의 증여-수증-증여의 호혜 관계에 있었던 사람들을 갑자기 사기꾼으로 모는 악순환 속으로 들어가곤 한다. 그리고 이것은 김수민과 증여관계를 맺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 상처를 남긴다.

증여혐오: 김수민의 “사기야!”의 경우(4)

윤지오의 증언을 사기로 둔갑시키기    

김수민이 인스타그램을 통한 2차 가해의 흔적을 지운 것은 자신이 이수역 피해여성을 사기꾼으로 몰아세움으로써 자신의 살길을 도모한다는 비난이 쏟아진 이후였다. 그로부터 몇 개월 뒤인 2019년 4월 23일 김수민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수역 사건에서의 ‘사기’ 혐의를 ‘공론화’(피해 여성 입장에서는 ‘무고’)하기 위해 기자와 변호사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한 바 있는 윤지오를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한다. 이 고소에서 김수민이 든 주요 고소사유는 윤지오가 자신을 “이수역 사건 2차 가해자”라고 “비난했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두 사람의 개인적 관계 차원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는 2019년 4월 16일  김수민이 “윤지오의 말은 100% 진실일까요?”라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윤지오의 고 장자연 사건에 대한 증언과 후원금 모집이 ‘사기’라고 비난하기 시작한 것이 파열의 시발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비난과 관련하여 윤지오는 김수민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이수역 피해 여성과 동일한 입장에 처했음을 깨닫고 김수민이 자신에 대한 2차 가해자인 것처럼 이수역 사건 피해 여성에 대한 2차 가해자라고 대응했다.

김수민은 윤지오와 수 개월 동안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어 왔고 2018년 12월에는 한 차례 윤지오를 만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수민은 윤지오와 도움을 서로 주고 받으면서 윤지오의 입장을 이해하고 받아주며 지지하는 “언니”로서의 역할을 맡는다.  2018년 11월 27일 이수역 사건과 관련해 윤지오로부터 JTBC 기자를 소개받은 후 김수민은 “지오야 진짜 고마워. (윤지오: 고맙긴요 한것도 없는데.) 왜 한게없어 이렇게 도움을 마니주는데. 우리 서로 지금처럼 서로에게 도움도 되고 의지도 하면서 좋은 인연으로 살아가자”고 말하는데 이 말이 두 사람의 관계와 분위기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윤지오도 이에 대한 화답으로 “앞으로 잘부탁해요 울수민언닝❤/난 늘 언니편이니까/힘내/우리 힘내자”고 말하고 다시 김수민도 “우린 의리! 나도 언제나 늘 너 편이야”라고 화답한다. 이러한 관계는 우리의 논의 맥락에서 보면 증여에서 증여로 이어지는 비적대적 증여관계이다. 서로 돕는 것은 교환의 관계가 아니며 서로가 필요로 하는 것을 주고 받는 증여-수증-답례의 반복적 순환을 통한 협력관계이기 때문이다.

이 협력관계의 파열을 사회적으로 선언하는 ‘윤지오씨 말은 100% 진일일까요?’가 나오기 전에 두 사람 사이의 이 증여적 협력관계가 위기에 처하는 두 번의 순간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 첫째 위기는 카톡을 통해 만난 두 사람이 오프라인에서 처음으로 만나기 위해 약속을 정할 때이다. 김수민이 12월 10일 윤지오를 만나기 위해 광주에서 서울로 온 것은 12월 9일이었다. 그런데 12월 10일 약속 당일 새벽 2시에 윤지오로부터 “언니 언제까지 서울에 있어요?”라는 문자가 와서 “언니 너땜에 올라왔지. 너보구내려갈거야 왜? 오늘 안볼려고?”라고 묻는다. 이에 윤지오는 “아 오늘만 잇다가 내일가요? 언니 일정이 어찌돼요? 몸이 안좋아서 ㅜㅜ 술을 못마실거같아서. 맛난거먹고 수다수다는 좋아요. 종검[종합검사: 인용자]하고 못쉬고 계속 사람들 만나가지고 ㅜㅜ”라고 답한다. 김수민이 관계의 단절까지 고려할 정도의 불쾌의 감정을 드러낸 것은 이 순간이다.

“언니 너랑 약속 아니였음 부산에서 바로 광주내려갔어 일부러 서울 가는 케텍스 시간때문에 부산에서 저녁까지 기다리다가 어제 12시에 서울도착한거야 언니는 안피곤할거같니? 넌 다른사람들하고의 약속은중요하고 언니하고 약속은안중요해? 니맘대로 미뤄도되는거야? 너14일까지 밖에 시간없다고해서 또 13,14는 너 약속있다고해서 피곤해도 얼굴이라도볼려고올라왔더니 이게무슨 행동이니 내가 너 보자고 사정하는거야? 언니기분매우안좋다 언니도 머리아픈일많고 안좋은일많고 너무피곤하고쉬고싶어도 그래도 지금아니면또못만나니까 힘들어도왔더니 너 약속당일날 이게 무슨태도야? 나랑 술안마시면 못보고 그러는거야?? 내가너한테 어떤 사람인지는모르겠으나 지금 너의 그런태도는 실수인거같다. 만나서 우리가 술먹는것밖에는할게없었니?? 그래?? 너는 그래서 언니를볼려고했어? 너 푹쉬고 볼일들보고 잘 돌아가라”

나의 몸도 마음도 좋지 않은 상태지만 나는 너와의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서울까지 어려운 걸음을 했는데 당일날 갑자기 약속을 변경하는 것은 나와의 약속을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보이고 이렇게 하는 것은 ‘실수’하는거다, 라는 지적이며 너를 더 이상 보지 않겠다는 절교선언이다. 이수역 피해 여성을 향해서도 김수민은 “날 후회하게 만들지마/당신들이 나와 많은 사람들을 속인거라면/큰 실수한거야.”라고 말했었다. 이에 윤지오는 이렇게 대응한다. 

“언니 너무 극단적으로 말하시는거같아요. 언니에게도 상황이있듯이 저도 상황이라는게 있고 당연히 언니가 저보러온것도 고맙고 언니를 술마시면 보고 안마시면 못보고 이런게아니라 위에다보면 언니 내일가는지 일정이 어떤지 물어보고 종검후에 사람들 계속만나서 술못마셔서 맛난거먹고 얘기하는거 좋다고한거에요. 저도 제일이 사건자체도 크고 저는 10년을 넘게 겪어오고 이번에 판사도 판결안하고 또 넘겨주고 귀국전에도 그렇고 언니도 이수역일로 힘드신거 알기에 저도 기자나 변호사 연락하는거 저도 도우려했고 언니 가족분들이랑 시간보내시고 그런 일정도 있으시니까 컨디션좋을때 좀 쉬다가 보던지 아니면 오늘 가볍게보던지 하려했던거고요 언니야 말로 절 어찌생각하는지 모르겠네요. 아직 절 한번도 보시지 못한상태에서 문자 몇개로 너는 그런애구나라고 판단하고 말하시는거에 저는 더 상처받았어요”

윤지오가 만나지 못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만나서 수다를 떠는 것은 좋은데 술을 마셔야 할 것 같으면 날짜를 바꾸고 싶은데 일정이 되는지 물었던 것은 대화맥락에서 분명하다. 김수민이 윤지오의 이 질문을 “오늘은 못만나겠으니 일정을 바꾸자”고 한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즉 ‘실수’는 오히려 김수민 편에 있었다. 김수민은 자신의 이 ‘실수’에 대해 다른 정황을 들어 변명한다.

“언니 오래된팬이 내가 정말 믿었던사람인데 언니친분을이용해서 뒤에서 내 지인들과 사람들에게 돈을요구했다는 소식을 알았다 지금 확인된사람들만5명이넘어 손이떨린다 언니가 충격도크고 오늘 대표가 회사로찾아가봤는데 그런회사도없고 언니도 진짜마니힘들다 언니때문에 상처받았다면 미안하다 널 상처주려고한게아닌데 지금 내가 많이 예민해져있어서 그런가보다 미안하다지오야 언니가 흥분을해서”

믿었던 사람의 “사기” 행각 때문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윤지오에게 상처를 주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과인 셈이다. 그런데 김수민이 “사기”라고 판단하여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 사건도 당사자가 김수민을 반박하는 글을 올려 이수역 사건과 동일한 논쟁 상황 속으로 들어갔고 이 때문에 김수민이 “머리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비활성화한 점을 고려하면, 김수민이 윤지오에게 처음에 했던 말, 즉 자신의 팬으로서 자신이 믿었던 그 사람이 자신과의 친분을 이용해 사기행각을 벌였다는 주장은 비판적으로 분석될 필요가 있는 주장으로 보인다. 아무튼 이 위기는 김수민이 사과하고 윤지오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파국에 이르지 않고 넘어갔고 두 사람은 만나서 첫 만남(이자 마지막이 될 만남)을 가졌다. 

그런데 두 번째 위기는 바로 파국으로 이어졌다. 시점은 2019년 3월 7일[한국시간 3월 8일]이다. 윤지오가 김수민에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윤지오 씨 신변보호 요청” 청원글 링크를 김수민에게 알려주고 동의서명을 해 줄 것을 요청한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고 우리의 주제 안에서는 내가 당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리는 “증여”의 요청이다. 이에 대해 김수민은 이렇게 답한다. 

“너는 언니 연락을 두번이나 계속 씹더니 니할말만 딱 하러 나한테 톡 보내니?? 그리고 글에 페미 저격글을 그대로 올렸던데 너 나보라고 쓴 글이야?? 너는 니가 필요하고 뭐가 궁금할땐 신나게 연락하더니 너 다른 사람한테도 이런식으로 연락하니?? 니할말만 딱 내뱉어?? 내가 너 부탁들어주고 모른거있음 알켜주고 그런 사람이야? 나한테 글 올려주란 부탁을 참 쉽게도한다 너 ㅎㅎ 일 잘봐라”

이 대화 전에 김수민이 두 번 카톡 메시지를 보냈고 윤지오의 응답이 없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한번은 3월 5일에 “책 온라인판매시작한거야?”라고 물었고 또 한 번은 3월 7일에 “8시뉴스 인터뷰한거봤어 한국나오자마자 계속 인터뷰하고다니느라 진빠지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 메시지에서 김수민도 말하고 있듯이 장자연 10주기인 이 시기에 윤지오는 매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윤지오는 그 상황을 “저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시차적응할 시간도 갖지 않은채 ‘김어준 뉴스공장’생방송 인터뷰에 임했습니다. 그후 어제 자연언니의 10주기에 맞춰 ‘김현정의 뉴스쇼’, ‘이이제이’, ‘SBS 8시 뉴스’, ‘KBS 9시 뉴스’ ‘연예가 중계’에 생방송과 녹화촬영을 진행하였습니다. 공중파와 종편을 포함하여 2곳의 언론사를 제외하곤 연예소식을 전하는 매체부터 각종 매체에서 출연제의를 받았습니다.”라고 3월 7일[8일] 인스타그램에서 묘사한 바 있다. 

이러한 일정과 증언행동에 대한 두 가지 반응이 있었다. 하나는 “더러운년. 최소한 고인의 아픔을 덜어주는게.? 고인을 니 야욕에 이용하지 말라. 더불어 정치액션 그만둬”(sim1****) “시체팔이 그만해라”(thde****), “장자연이는 죽어서도 좌빨들 노리개 신세로구나 ㅎㅎㅎㅎㅎㅎㅎ!!~*”(inte****) “책 홍보하러 나오셨나봐요~그저 좋게만은 안보이네요”(show****) 방향의 비난반응이고 또 하나는 “미투 어쩌구저쩌구 하던 여성가족부 한 마디도 없네 신변보호라도 해줘야 하는거 아니니 세금 축내면서”(kol3****) “정말 큰 용기가 필요햇겟다. 이렇게 거악에 맞선 사람들은 국가차원에서 신변을 보호하고 보복이 잇을시엔 가중처벌을 해야 한다”(tlag****) “이분 대단하시네 신변보호확실히재줘라 이 썩어빠진 나라야”(ckj8****) 방향의 지지반응이다. 모두 3월 7일[8일] 전후 하루 이틀 사이의 반응이다. 

이런 두 가지(가해권력중심주의적 반응과 피해자중심적 반응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반응 방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윤지오는 김수민의 반응을 본 후 김수민이 자신을 ‘전혀 배려하고 있지 않다’는 판단에 이르게 된다. 

“언니 말을 좀 너무 쉽게하시네요. (….) 저는 잠한숨 못잔체 인터뷰 7개를 했고요. 언니야 말로 제 신상을 올리기도전에 제 얼굴을 올리시고 응원글을 올리겠다고하셨었고 이번에 제 동의도 없이 글이 아닌 함께 찍은 사진도 올리셨는데 기분이 내키지 않았지만 아무말하지 않았습니다. 말씀 그렇게 함부로 하시는거 아닙니다. 절 전혀 배려하시지 않음을 잘 알게되었고요. 지금 제가 처한 상황을 한번이라도 생각하셨더라면 저런 말씀은 안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첫번째 위기 순간과는 달리, 이 두 번째 위기 순간에는 윤지오의 이런 항변이 김수민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도리어 이 순간 김수민은 위에서 언급한 첫 번째 가해권력중심주의적 반응 방향을 취하면서 윤지오에 대한 비난자로 변신한다.

“그리고 너가 10년동안 계속 숨어지냈다고 말하는거 좀 웃기지않니. 너랑 나랑 나눈 대화들이 있는데 책 홍보도 좋다지만 너 나한테 장자연이랑 그렇게 깊이 친하지는않았다고 말했는데 그냥 너가 어려서 널 애기야라고 불렀다고 넌 위약금내고 나간후에는 모른다고 말하더니 너 방송에서나 인터뷰에서나하는말들보니 좀 가식이 많이느껴지더라 너 그리고 니 신상을 올리기도전에 니 얼굴을 올렸다고 이미 너 인스타 프로필 네이버에 다 떠있는거 보고올린거다 내가 사진밑에쓴말은 안읽었니? 그리고 방송은 니 욕심에서 하는거아냐?? 솔직해져라. 니가 니욕심이없다고 장자연만을 위해서라고 니모든걸걸고 말할수 있어?? 사람이 가식이느껴지는건 어쩔수가없더라 일보고가라 그리고 니 사진은 지울란다.”

이에 대해 윤지오가 “절 생각하는 지인들은 함부로 연락조차하기 어려워하고 상황이 정리될 때 연락을 달라고합니다.언니가 변호사의 도움을 필요하다고 말씀한 순간에 제가 어떤상황이었는지 알고도 계셨고 제 상황도 버거웠지만 도움드렸고요. … 언니? 말 앞뒤 자르고 그렇게 인식하시는거 아니에요. 저는 누굴 위해 단한번이라도 증언하신적있나요? 법적인 공방과 지난 사건으로 언니가 함부러 말하는 바람에 언니는 스트레스 많이 받고 함구했고 저는 그런 경솔한 행동에도 도우려했습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소용이 없다. “ㅎㅎㅎ 가식이나그만떨어라 못봐주겠다 너랑나랑 지금껏 나눴던대화들 톡 공개하면 볼만하겠네ㅎㅎ죽은사람가지고 니 홍보에 그만 이용해라”가 답이었다. 윤지오는 김수민이 “영리하게”라는 말을 오독하여 악용하고 있음을 느끼고 “위에 말한것은 그 이슈를 이용해서 영리하게 그간 못했던 말을 한다고 했도[고] 그러고 있어요”라고 해명해 보지만 역시 돌아온 것은 “ㅎㅎㅎ”였다.

이 대화 속에 이후 윤지오에 대한 마녀사냥에 사용되는 기본 프레임의 상당 부분이 제시된다. (1)10년동안 계속 숨어지냈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2)고인이 된 장자연을 이용하여 책을 홍보한다. (3)장자연과 윤지오는 깊이 친하지 않았다 (4)윤지오가 자신의 욕망을 위해 방송과 인터뷰를 한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윤지오가 자신의 이익(돈벌이)을 위해 가식을 떨고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김수민의 감정적 반응에서 시작하여 결별과 적대에 이르는 이 대화는 3월 7일[8일] 불과 10분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고 김수민이 “8시뉴스 인터뷰한거봤어 한국나오자마자 계속 인터뷰하고다니느라 진빠지겠다”고 (공감이 담긴 메시지를 보낸 때로부터) 불과 16시간 정도 뒤에 벌어진 대화이다. 이 짧은 시간 동안에 김수민의 관점은 180도 뒤바뀌어 지지자에서 비난자로 돌변한다. 이것이 이수역 사건 피해 여성에 대해 보인 돌변에 이어 김수민이 보인 두 번째 돌변이다.

첫 번째 돌변과 더불어 김수민이 이수역 사건 여성 피해자에게 ‘피해자를 빙자한 사기’ 혐의를 씌웠듯이 두 번째 돌변과 더불어 김수민은 윤지오에게 ‘고인을 이용한 사기’ 혐의를 씌운다. 이 비난 작업은 2019년 4월 16일 SNS에 올린 ‘윤지오씨 말은 100% 진실일까요’에서 본격화되어 이후 수 개월간 지속적으로 그리고 점점 강도 높게 이루어진다. 이수역 사건 피해 여성에 대해서 김수민은 그 후원금 모집의 비공개성, 비밀성을 사기의 단서라고 고발했는데 윤지오를 사기로 문제삼기 위해 김수민은 윤지오의 증언이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려 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글에서 다음처럼, 즉 (1)윤지오는 장자연에 관해 증언할 만큼 친하지 않았다.(왜냐하면 윤지오가, 자기는 장자연이랑 친하지 않았다고, 어울리지도 않았고, 개인적 연락도 없었다고 말했으며 장자연이 겪은 경험을 자기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2) 윤지오는 장자연 문건을 본 적이 없다.(왜냐하면 윤지오가 경찰 조사를 받는 중에 책상에 놓여 있는 문서를 우연히 봤다고 말했으며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도 거기서 봤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3) 윤지오는 장자연 사건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왜냐하면 윤지오가 진상조사단과의 대화에서 김종승이 장자연씨 추행한 것이나 방00 얼굴 본 날짜 장소 상황에 대해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기 때문이다.)고 씀으로써 윤지오의 증언이 거짓말이라는 극단적 주장을 하기에 이른다. 

증여혐오: 김수민의 “사기야!”의 경우(2)

이수역 사건에서 증여를 사기로 둔갑시키기

김수민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2018년 이수역 사건 때이다. 이 사건은 2018년 11월 13일 새벽 4시 이수역 근방의 주점에서 여성 두 명과 남성 네 명 사이에 시비와 싸움이 일어나 여성 한 명과 남성 한 명이 전치 2주의 부상을 입고 기소 되기에 이른 사건이다.

이 사건이 발생한지 이틀이 지난 2018년 11월 15일부터 김수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 사건의 여성 피해자를 옹호하기 시작했다. “계단에서 밀지 말라고 계속 말을 하는데도 피해 여성의 손목을 잡고 놔주지 않고 남자들은 여성 피해자를 발로 차버리고 계단으로 밀어버립니다.” 여기서 김수민은 여성을 피해자로 남성을 가해자로 파악한 후, 남자 가해자들이 경찰 진술, 언론 플레이, 동영상 조작, 목격자 진술 조작을 통해 여성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남자 가해자들은 경찰 진술에서도 언론플레이로도 자기들은 손끝도 때린 적이 없다 건들인 적이 없다. 여자혼자 넘어진거다. 자기들이 되려 폭행당했다며 피해자들을 가해자로 몰아갔습니다. 유튜브 영상에서도 피해자들이 욕한 부분만 편집해서 올려댔고 사람들은 피해 여성들을 또 다시 2차 가해를 하였습니다. 목격자 진술도 주작인 걸로 밝혀졌습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사람들이 여성 피해자를 “사기꾼”으로 몰고 있었다는 점이다. 김수민은 이러한 여론몰이에 맞서면서 “한국 사람들”이 피해자 말은 듣지도 않고 피해자들을 “사기꾼”이라고 하면서 가해자들에게 감정이입하고 편집된 영상만 보고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언론보도가 가짜 기사인데 사태의 진실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가해자들의 말만 듣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의심부터 한다는 것이다. 김수민이 보기에 이 의심은 “피해자 증거사진들”, “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호소”를 외면하는 처사이다.

“누가 얼마나 큰 피해를 당했는가?”보다 “누가 시비를 먼저 걸었는가?”로 쟁점을 옮기려는 남성측의 반론에 대한 응답으로 11월 16일 김수민은, 시비를 누가 먼저 걸었는가보다 여성 피해자가 죽을 뻔하다 살아났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면서 생명의 위험과 여성인권의 문제를 환기시킨다.  “사람이 다쳤다. 계단에서 남자가 밀쳐서 사람이 다쳤다. 사람이 죽을 뻔하다 살아났다. 그런데 차라리 죽지 그랬냐는 댓글들이 넘쳐나고 그정도 맞은 걸 다행인줄 알라고 말하고 나같아도 때렸을거라고 말하고 맞을짓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게 정상인건가?”라고 물으면서 김수민은 “중립충을 지향하는 사람들”(방관자), “나와 반대되는 의견을 가지는 사람들”(적대자)을 가리지 않고 이들에 맞서 싸울 것임을 선언한다.

사흘 뒤인 11월 19일 김수민은 “가짜 목격자의 증언과 여자들만 욕한 편집된 영상”만을 보고, 가까스로 죽음을 모면한 여성 피해자에게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면서 이 악플러 군중들이야말로 거짓 기사들을 쏟아내는 언론들과 더불어 “여성 피해자들을 벼랑 끝까지 몰고”가서 “죽을 뻔한 피해자들을 진짜 죽이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한다.

이처럼 김수민은 사건 초기에 이수역 피해 여성들에 대한 공감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여론투쟁을 수행했다. 그것은, 남성 가해자들의 일방적이고 거짓된 주장, 가해자들에게 유리하게 조작된 목격자 이야기, 가해자들에게 유리한 거짓 뉴스를 보도하는 언론, 이것들에 지지를 보내면서 여성 피해자들을 공격하는 악플러들을 비판하고 피해 여성들의 생명과 인권을 옹호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세 가지 성격, 즉 (1)SNS 글쓰기를 통한 여성 인권의 옹호로서의 자기 실현이라는 성격 외에 (2) 여성 피해자와의 연대라는 성격을 가지며 나아가 (3)피해 여성들의 절박한 필요를 충족시키는 언어적 증여행동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김수민의 태도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난 것은 약 8일 뒤인 2018년 11월 27일경부터이다. 남성 가해자들이 여성 피해자를 “사기꾼”으로 몰아세운다면서 그들과 맞서 싸우겠다고 선언했던 김수민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여성 피해자를 “사기꾼”으로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의심은 혼자 마음 속에서 하는 의심에 머물지 않고 여성 피해자를 사기꾼으로 의심토록 만드는 SNS ‘공론화’ 행동으로까지 나아갔다.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이 ‘공론화’는 실제로는 피해 여성에 대한 거짓 고발이었다. 

지지 행동에서 공격 행동으로의 이 돌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공교롭게도 우리는 김수민과 (그에 의해 약 5개월 뒤에 갑자기 ‘사기꾼’으로 지목되는 당황스런 경험을 하게 되는) 윤지오가 나누었던 카톡 대화를 통해 김수민의 이러한 돌변의 이유와 맥락을 짚어볼 수가 있다.

2018년 11월 27일 윤지오가 조0천 강제추행 건에 대한 증언을 위해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오는 날 김수민이 윤지오에게 카톡으로 갑자기 “너 아는 기자있지? 언니 소개 좀 시켜줄 수 있어? 뭐 제보할 게 있는데 이걸 기사화시켜줄 기자가 필요해.”라는 부탁의 메시지를 보낸다. 무엇을 위해서 기자가 필요했을까? 그 이유는 “이수역 폭행 피해자들이 나한테 돈을 요구하는 듯한 말을했거든. 페미니스트 욕 먹이는 일일까봐 침묵할려고 했었는데 이 사건을 공론화시킬까말까 고민중이야.”에서 찾아진다.  

이 말 속에서 우리는 ‘페미니스트는 타인에게 “돈을 요구하는” 일은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페미니스트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피해를 빙자하여 돈을 요구하는 사기행동으로 의심될 수 있다’는 김수민의 사고방식을 읽어볼 수 있다.  이상하게도 김수민은 ‘여성 피해자가 왜 자신에게 돈을 요구하는가?’, 라는 기본적인 물음을 던지지 않는다. 즉 사태의 진상에 접근하여 진실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는, 이수역 사건 여성 피해자의 필요가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페미니스트가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이유로 돈을 요구하는 것은 사기행동일 수 있다’는 자신의 주관적 규범이 진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중지하도록 만든다. “돈이 필요하니 도와달라”는 피해여성의 요구에 그는 자신의 이 규범을 기초로 반응하고, 상황에 대한 성찰 없이 즉각적으로 기자에게 제보하려는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돌아보면 초기 대응에서도 이와 유사한 주관적 반응방식이 발견된다. 김수민이 피해 여성을 옹호할 때에도 그는 “잘잘못, 시시비비” 즉 원인보다 “여성이 죽을 뻔하다 살아났다”는 결과의 측면에만 주의를 집중했고 이 결과를 기초로 남성측을 일방적 가해자로 단정했다. 그의 판단과는 달리 2018년 12월 16일 경찰은 남녀 5명 모두를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과 모욕죄 등으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했고 2019년 7월 30일 검찰은 이들 중 남녀 각 1명씩을 약식기소하고 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불기소처분했다. 즉 쌍방 폭행, 쌍방 가해-피해 사건으로 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김수민이 제기하지 않고 있는 그 중요한 질문을 제기해야 한다. ‘피해 여성들은 김수민에게 후원금을 요청했던 것일까?’가 그것이다. 피해 여성들은 사건이 법정으로 옮겨가면서 변호사 선임비가 필요했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논쟁적인 이 사건에서 변호사들은 수임료를 공개적으로 모집하면 변론을 맡기 어렵다고 했다. 변호사의 이런 수임조건을 고려하여 선택한 것이 비공개로 믿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의지하는 후원금 모금이었다. 피해 여성들이 김수민에게 후원금을 요청한 것은 김수민이 인스타그램에서 자신들을 지지하는 글을 쓰고 있고 그만큼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수민은 “돈을 후원해 달라”는 요청은 피해자가 해서는 안 될 요청이라는 자신의 주관적 규범에 따라 여성 피해자의 후원금 요청을 ‘사기’로 의심하고 이를 언론에 제보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김수민은 윤지오에게 아는 변호사가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그것은 이러한 방식의 후원금 모집이 법률적으로 어떤 문제점을 갖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캐나다에서 살고 있었던 탓에 이수역 사건을 모르고 있었고 김수민을 통해 이 사건을 처음 들은 윤애영은 알고 있던 모언론사 기자 2명과 민변 변호사를 김수민에게 소개해 주었다.

바로 다음날인 11월 28일 김수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수역 피해 여성측이 후원금을 보내달라고 한 메시지의 일부를 공개하면서 “이 일은 꼭 사람들에게 공론화시켜야 하겠습니다. 당신들이 나에게 보낸 메시지를 내가 숨길 필요도 침묵해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쓰고, 이것은 “당신들이 나와 사람들을 속인 거”, 즉 사기라는 강한 함의를 대중에게 전달한다.

“나 지금 좀 회의감이 들려고 하네/내가 그동안 뭘 위해 그렇게 싸워왔던건지/진심을 다해 싸워왔던 마음마저 무너질려하네/난 내 아픔을 진심으로 말했던건데/글쎄 당신들 아픔이 진심인지는 모르겠네/결국 원한 건 무엇이었나/침묵을 가장한 본심이었나/진심을 이용한 거짓이었나/날 후회하게 만들지마/당신들이 나와 많은 사람들을 속인거라면/큰 실수한거야.”

이러한 ‘공론화’의 정체가 무엇일까? 피해를 빙자하여 후원금을 모으는 ‘사기꾼’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린 것일까? 그게 아니라, 돈이 없어 변호사를 구하기 어려운 절박한 곤경에서 벗어나고자 후원금을 필요로 하고 있었던 여성 피해자를 김수민이 사기꾼 혐의를 씌워 2차 가해한 것일까? 이것은 당시 여성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었고 왜 후원금을 요청했는가를 살피지 않고는 판단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이것은 김수민이 외면하고 있는 문제이다.

4. 증여 윤리 타락의 극점: 수증자를 채무자로 만들기

최나리 변호사의 ‘증여의 의사표시 취소로 인한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에 대한 비판(4)

그런데 소장의 구성방식을 보면 최나리가, 자신이 제시한 주위적 청구원인(‘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이 법리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기각되라라는 것을 미리 예상하고 예비적 청구원인을 준비하고 있는 점이 그러하다. 그러므로 본 소송의 실제적 핵심은, 윤지오가 수증자로서 불법행위를 했다는 식의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에 있다기보다, ‘증여의 의사표시 취소로 인한 부당이득반환 청구’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청구는 과연 법리적 타당성이나 근거를 갖고 있는가?

“가사 위와 같은 불법행위가 민법 제75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주위적 청구가 기각된다 하더라도, 원고들은 피고의 기망행위, 즉 사기를 원인으로 하여 증여의 의사표시를 취소하는 바이며, 그 취소의 의사표시는 이 사건소장으로 갈음하는 바입니다. (…) 원고들이 후원금에 대한 증여의 의사표시를 민법 제110조 제1항에 의하여 취소하는 이상, 피고가 받은 후원금은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은 것이므로 부당이득에 해당하여 원고들에게 반환하여야 할 것입니다. 한편 피고는 악의의 수익자라 할 것이므로, 원고들이 지급한 후원금 총 10,231,042원에 연 5%의 비율로 법정이자를 붙여 반환하여야 할 것이고(다만 그 기산점은 계산의 편의를 위하여 이 사건 원고들 중 최후로 후원금을 지급한 2019.4.23을 기준으로 합니다)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로 인한 지연이자를 지급하여야 할 것입니다.”

민법 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되어 있다. 최나리는 피고의 기망행위가 원고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갖는 위법행위가 아니라서 주위적 청구원인이 기각된다면 이제 동일한 원인, 즉 ‘기망행위=사기’를 근거로 하여 이 고소장으로 ‘증여의 의사표시에 대한 취소’를 갈음하니 이 ‘악의의 수익자’로부터 부당이득을 돌려받게 해 달라고 청구한다.

이 청구에서도, 비록 손해배상청구에 비해 청구금액은 축소조정되었지만(손해배상금을 뺀 약 1000만원) 고리대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되어 있다. 법정이자 5%와 지연이자 12%. 즉 ‘선의’의 증여를 고리대를 착복하기 위한 ‘악의’적 수단으로 변질시키고 있는 것이다. 최나리가 사용하는 이런 악의적 방식을 통해 증여자가 채권자로 변신하고 있기 때문에, 증여자의 선의를 받아들인 그 수증자는 고리대 채권자로 변한 그 증여자에게 원금과 상환을 독촉 당하는 억울한 채무자로 위치지어질 수밖에 없다. 

증여가 채권으로, 수증이 채무로 둔갑하는 이 경악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우리는 대체 ‘증여가 무엇인가’, ‘인간은 왜 증여하고 수증하는가?’ ‘증여와 수증의 성격이 현대 사회에서 왜 이런 변질을 겪는가?’ 라는 본질적인 물음들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이 물음들에 답하기 위해서는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에서 시작되어 레비스트로스(<마르셀 모스의 저서에 대한 서론>)와 모리스 고들리에(<증여의 수수께끼>)에 의해 비판적으로 정정/확장되었으며 가라타니 고진(<세계사의 구조>)에게서 정치적 대안원리로까지 받아들여진 이 증여의 문제의식과 그것의 유효성을 검토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곳이 그 작업을 하기에 적합한 자리는 아니므로 다른 기회로 미루어두고자 한다. 

다만 여기서 나는, ‘증여의 윤리’의 관점에서 볼 때 한편에서는 경악스럽고 다른 한편에서는 우스꽝스러운 이러한 고소사태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는, 애초에 ‘후원자들이 왜 윤지오에게 후원하고자 하는 의지(선의)를 갖게 되었던가?’라는 질문을 떠나서는 해명될 수 없다는 점만을 강조해 두고 싶다. 즉 ‘후원자들의 증여’에서 출발해서는 안 되고 그에 선행했던 ‘윤지오의 증여’에서 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것은 ’윤지오가 후원자들에게 무엇을 주었길래(원-증여) 후원자들이 그를 후원(답례-증여)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던가?’라는 물음을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 물음은, 후원자를 출발점으로 삼은 ‘증여-수증’의 과정만을 놓고 그것이 ‘사기였던가 아니었던가?’라는 프레임 속에 우리를 가두는, 철저히 시장주의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박훈-최나리의) 소송행렬 속에 묻혀 제기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것은 ‘3월 15일까지 후원의지를 가진 사람들의 거듭된 계좌공개 요구를 받아들이는 데에 주저하던 윤지오가 왜 3월 18일에 후원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던가?’라는 물음을 포함하는 것이다. 명백히 이것은, 수증이 ‘기회’라기보다 ‘의무’가 되고 수증거부가 연대의 거부와 전쟁의 선포로 되는 상황 속에 윤지오가 놓여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르셀 모스는 포틀래치적 증여경쟁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러한 상황의 맥락과 의미를 설명한 바 있다.)

아무튼 최나리는 이 소장에서 윤지오를 ‘증여의사 표시의 취소’를 한 원고들의 채무자로 사로잡는 데 집중한다. 여기서 그는 민법 110조 1항(‘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을 그 포획의 그물로 사용한다. 그런데 그것으로 법률적 포획이 가능한가? 나는 이미 앞에서, 그가 ‘사기=기망’의 근거로 든 것들이 실제로는 근거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 설명했다. 장자연 리스트는 2009년에 그 실재가 인정되었던 것이고 2019년의 진술들에 의해 창작된 것이 아니므로 그 신빙성이 의심될 여지는 없으며 증언자에 대한 가해권력의 위협(보복이나 예방공격의 가능성)은 윤지오에 의해 과장되었다기보다 오히려 과소인식되고 과소평가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이다. 그러므로 ‘사기=기망’은 최나리에 의해 욕망되고 상상되고 있는 것일 뿐 실재하지는 않는다고 보아야 마땅할 것이다. ‘사기’가 없었던 한에서 ‘증여의사 표시의 취소’는 물론 법률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부당이득반환청구는 근거를 잃는다. 그래서 오히려 윤지오의 증언들을 ‘사기=기망’의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장을 내미는 이 집단고소행위야말로 허위사실을 가지고 윤지오를 무고하여 국가형사권과 징계권을 어지럽히고 이를 통해 고리대 수준의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행동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이런 점을 스스로도 의식하고 있었던 것일까? 최나리는 소장의 결론 부분에서 이렇게 덧붙인다. “이 사건과 동일한 사실관계로 박훈 변호사에 의하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피고에 대한 사기고소가 이루어진 상황이므로, 해당 사건의 추이를 보고 추가로 주장 및 입증을 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쓴다. 실제로 최나리는 장자연 리스트에 대한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거나 증언자가 위협을 과장하고 있다는 등의 자신의 청구 원인에 대한 어떤 객관적 입증도 하지 못했으며 유일하게 윤지오의 말이 100% 진실은 아니라는 김수민의 고발문건에 그 해석적 근거를 의존해 왔다. 

이제 결론 부분에서 그는 자신이 청구의 원인으로 삼은 ‘기망행위=사기’와 관련해 박훈의 ‘사기 고발’에 의존하려는 나약한 태도를 보인다. 그런데 최나리에게는 불행하게도 박훈의 바로 그 ‘사기 고발’ 행위가, 2019년 8월 2일 정의연대에 의해. ‘윤지오에 대한 명예훼손과 무고’로 고발되었다. 최나리가 의존하려고 한 지지대가 몸을 기댈만큼 든든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제 자신의 청구를 정당화하기 위해 최나리는 어디에서 의지할 곳을 찾으려고 할까?(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