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퇴의 정치적 의미와 사퇴 이후의 검찰개혁에 대한 연구노트

  1. 조국의 조기사퇴는 검찰개혁 전선에서의 후퇴다. 조국에게 맡겨졌던 최소한의 개혁목표조차 불투명한 상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조기사퇴는 검찰개혁에 저항해온 언론과 검찰 및 자유한국당의 압력에 민주당 지도부가 동화된 결과이다. 
  2. 검찰-언론은 오늘날 신자유주의적 기업국가를 사법과 문화로 비선(秘線)지배하면서 강탈적 축적을 가속시키는 두 개의 ‘비선(秘線)축’으로서 서로 연합하여 작동한다. 이것은 과거 발전주의 국가를 군부가 권위주의적으로 비선지배했던 것에 비교할 수 있다.
  3. 언론과 검찰은 표적보도(편의보도)와 선별기소(편의기소)를 통해 다중의 인지적 정치적 삶을 왜곡하며 착취적이고 수탈적인 사회관계를 온존, 강화한다. 
  4. 이 두 축은 국가에 대한 다중의 아래로부터의 절대민주주의적 섭정능력을 찬탈하고 왜곡한다. 이 두 축은 국내적으로 지배하는 엘리뜨와 복종하는 군중, 그리고 국제적으로는 지배하는 제국과 종속하는 주변국 사이의 구조적 연합(국민통합과 미일한 동맹)으로서의 국가를 표상한다. 지배, 사대, 전쟁, 경쟁, 승리가 이들의 지향성이다. 이 두 축은 전쟁으로서의 삶이라는 호전적 이미지를 삶의 본질로 제시한다. 
  5. 이것은 자율, 자주, 평화, 연대, 공통이라는 현시기 촛불다중의 염원과 대립한다. 그러므로 현 시기에 전 국민적 의제가 되어 있는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은 이 두 비선축의 비선지배를 촛불다중의 민주적 섭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필수적 통과절차다.
  6. 조국의 법무부 장관임명은 촛불다중의 검찰개혁 요구에 대한 자칭 촛불정부의 최소한의 부응조치였다. 즉 다중 섭정의 정치적 첨점이었다.
  7. 검찰은 국민의 검찰개혁 요구에 저항했고 그 수단이 조국 일가에 대한 먼지 털이식수사였다. ‘검찰개혁’ 메시지에 ‘사기꾼 일가’라는 메신저 죽이기로 응수한 것이다. 이것은 ‘권력형 성폭력 리스트(장자연 리스트)’ 메시지에 ‘사기꾼 윤지오’라는 메신저 죽이기로 응수한 것과 동일하다. 
  8. ‘윤지오 사기꾼’ 만들기를 통해 권력형 성폭력이라는 성착취-성수탈 관계가 사회적 의제로 표면화하지 못하도록 막는 작업은 조선일보가 주도했고 ‘조국 일가 사기꾼’ 만들기를 통해 검찰권력을 침식하지 못하도록 막는 작업은 검찰 특수부가 주도했다.
  9. 증언자 윤지오 사기꾼 만들기는 윤지오의 인성, 도덕성에 대한 비난을 통해 증언의 신빙성을 추락시키는 마녀사냥을 통해 이루어졌고 조국 일가 사기꾼 만들기는 조국 일가의 자산가적 계급성을 비난하고 말과 삶의 불일치를 집중 공격하는 것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도덕’과 ‘정의’의 담론은 ‘인권’을 짓밟는 무기로 사용되었다. 
  10. 이 두 공격 모두에서 “누구를 사냥하는가?”는 분명했지만 “누가 사냥하는가?”는 어둠 속에 가려져 있었다. 그런데 이 질문을 던져보면, 실제 상황은, 성폭력 가해권력이 피해여성의 노출을 비난하고, 거대한 규모의 착취수탈자가 임금 외의 가외지대(extra-rent)를 수취하는 정규직노동자를 비난하는 아이러니한 성격의 것이었다.
  11. 좌파 일부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입장에서 정규직 노동자 상층의 (상당히 일반화된) 지대수취(‘사모펀드’), 기회수취(‘장학금’, ‘표창장’)를 비판하기 위해, 도덕주의적 정의를 내걸고 거대 권력이 주도하는 이 마녀사냥에 동참하거나 쟁점회피하면서 기권하는 태도를 취했다.
  12. 조국은 검찰발 사퇴압박을 거부했고 검찰개혁의 ‘최소한(불쏘시개)’을 전진시켰다. 그것을 뒷받침한 힘은 조국 자신에게서 나왔다기보다 촛불 집회에 결집한 수백만 다중에게서 나왔다.
  13. 9월 28일 이전에 개국본은 다른 시민단체와의 연대 없이 단독으로 촛불을 꾸려가면서 사법개혁의 주도권을 쥐고자 했다. 9월 28일 국민-다중의 분노의 폭발은 개국본/사국연을 놀라게 하고 후퇴시켰다. 더 이상 ‘주최측’이 무의미해지는 다(多)중심의 시간이 열렸다. 이것은 검찰개혁의 급진화, 더 급진적인 검찰개혁을 가져올 다중지성적 에너지였다. 10월 12일을 마지막으로 한 집회중단(그것은 ‘최후통첩’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는데 결국 검찰이 아니라 문재인과 조국을 향한 최후통첩이 되고 말았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개국본/사국연의 대응방식이다.
  14. 촛불의 혁명적 폭발이 집회에 가져온 충격(‘중단’) 외에 권력장에 가져온 충격도 있다. 9월 28일의 촛불혁명은 조국을 일거에 대선 유력 후보로 끌어올렸다. 그런데 10월 5일 촛불다중의 더 폭발적인 참여는 민주당까지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민주당은 자유한국당과 검찰 및 광화문 집회의 압박에 짓눌린 상태였지만 서초 집회의 촛불에 결정적으로 놀라서 후퇴를 시작했다.(다음날인 10월 6일 조국, 주진우 만남. 주진우-김건희[윤석열] 네트워크를 고려할 때 이것은 의미심장한 만남이다. 대화내용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결과를 놓고 볼 때 사퇴의 의사타진과 일정 조율 및 사퇴형식의 조율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15. 지금까지 조국사퇴를 요구해온 자유한국당, 노동당 외에 이제 민주당 지도부가 조국사퇴 대오에 가담한다. 명분은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 하락이다. 그런데 리얼미터의 통계적 지지율이 하락을 보이는 순간에 거리에서 촛불이 보여준 현실적 지지율은 상승하고 있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거리의 현실다중이 아니라 통계 속의 가상 군중을 입장선택의 근거로 삼았다.
  16. 10월 11일 ‘동교동계 원로들’이 이낙연 총리를 불러 조국 사퇴를 권유한다.(https://news.v.daum.net/v/20191011145155705 ) 이후 민주당 내에서 11월 조국의 명예사퇴론이 나왔다. 10월 12일 촛불집회는 ‘주최측’에 의해 잠정 마지막 집회로 계획되었는데(김어준은 그 잠정성과 관련하여 “다시 집회가 열리는 상황은 없어야 할 텐데”라고 말했다.)  이것은 권력장 내에서 이미 일정정도의 교감이 있었을 것을 짐작하게 한다. 
  17. 10월 12일 집회에 대학생진보연합을 비롯한 단체가 촛불 집회 지속을 주장한 것. 시민들이 촛불집회를 계속하겠다는 플랭카드를 내건 것은 촛불집회의 중단에 대한 거부심리가 촛불 다중 속에 있었음을 시사한다. 그런데 주최측은 집회계속 플랭카드 철거를 요구했다. 이미 인쇄되어 참가자들이 든 피켓은 검찰개혁-조국수호인데 연단에서 조국수호 발언은 억제되었다. 일찍이 조국이 법무부장관 후보자였던 8월 28일 후보자사퇴를 주장했던(https://www.hankyung.com/politics/article/201908284024H) 이부영을 촛불집회 연사로 내세웠다. 이런 현상들은 촛불집회 주최측이 다중의 폭발적 참여로 인해 점점 ‘조국수호’와 내적으로 연결되어 가는 ‘검찰개혁’을 ‘조국수호’로부터 분리시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18. 10월 12일 촛불집회의 열기가 여전히 폭발적이었던 것, 그리고 노무현-문재인-조국을 잇는 이미지가 자생적으로 등장하면서 조국을 더욱 더 확고하게 차기 대통령 후보로 부상시키는 것을 확인한 후 11월 퇴진보다 더 이른 ‘조기’퇴진을 권유할 필요성이 민주당 기득권 세력 내에서 더 커졌던 것으로 보인다. 
  19. 또 다른 계기들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윤석열 원주 별장 접대 진술에 대한 수사회피 보도(한겨레)가 나오고 이 문제가 가져올 파장에 대한 조기단속의 필요성. 12일의 촛불집회에서 윤석열체포 주장의 대중적 등장. 윤석열이 국회의 뜻에 따를 의사를 표현한 것. 이런 여러 계기들이 결합하여 국회-검찰이 합세하여 서초집회의 촛불을 끄고 청와대를 포위하여 조국의 사퇴를 부분 명퇴의 형식(‘검찰개혁의 불쏘시개’)으로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20. 조국 사퇴 후 자유한국당은 “국민승리”를 외치며 환호하고 나경원, 황교안이 패스트트랙 안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을 보면 검찰개혁의 길이 난망하고 험난할 것임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사퇴 계획을 “몰랐다”고 발빼면서 적어도 말로는 검찰개혁을 지속하겠다고 주장하고 있고 검찰개혁을 더 잘 할 인물을 찾자고 주장하고 있다. 정의당은 “이해하고 존중한다”, 노동당은 “환영한다”, 이다. 즉 국회와 제 정당들은 조국 사퇴 사건의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다. (오히려 긴장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묵묵부답”의 윤석열이다.) 그런데 문재인 지지층은 조국 사퇴를 범 동교동계(이해찬-이낙연-이재명)의 압박의 산물로 해석하고 있고 김어준-주진우-시사타파가 이에 동조했다고 보고 있다. 연착륙은 쉽지 않을 것이며 지지율 회복도 순조롭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1. 조국 사퇴는 어떤 방식으로도 검찰개혁 전선의 승리로 규정할 수 없다. 조국 사퇴가 검찰개혁의 후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조국 사퇴 압박이 거셌고 지지율 하락이 견디기 어려웠다는 점에 동의한다. 즉 조국 사퇴가 외압에 의한 것임을 인정한다. 그러므로 조국의 입장에서 사퇴외압은 두 종류다. 하나는 검찰, 자유한국당, 언론에서의 사퇴압력, 그리고 또 하나는 민주당 내부에서의 사퇴압력.
  22. 조국 사퇴는 검찰개혁을 주장하면 신상이 털리고 가족이 걸레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례가 되었다. 검찰로서는 일벌백계의 효과를 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개혁을 실제로 주장하면서 나설 수 있는 사람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23. 그런 인물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추진할 힘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결코 당 내에 있지 않다. 9월 28일을 분기점으로 거리로 쏟아져 나와 검찰개혁을 한 목소리로 외친 사람들, 즉 촛불이 있다. 조국 사태는 검찰개혁의 필요성과 중요성과 절박성을 학습하는 집단지성적 공간이었다. 촛불이 강하게 밀어준다면 촛불국민의 뜻을 받아 나설 사람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24. 촛불은 조국수호를 외쳤다. 그런데 그 목소리의 잔음이 가라앉기도 전에 조국사퇴가 닥쳐온 것은 조국수호라는 촛불의 주장이 정면에서 거부된 것이다. 이것은 촛불집회의 갑작스런 ‘폐지’와 때를 같이 했다. 그렇기 때문에 촛불다중이 나서지 않으면 검찰개혁의 완수가 이번에도 난망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군사독재”를 대체한 “검찰공화국”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10월 12일 마지막 촛불집회”론을 극복하고 새로운 집회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가 없는가가 관건이다.
  25. “온갖 저항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이 여기까지 온 것은 모두 국민들 덕분입니다.”“검찰개혁을 응원하는 수많은 시민의 뜻과 마음 때문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라는 조국 사퇴 문구 속에 숨어 있는 메시지가 있다. 그것은 “당정청이 힘을 합해 검찰개혁 작업을 기필코 완수해 주시리라 믿습니다”에서의 ‘당정청’보다 훨씬 근본적인 역량에 대한 호소이다. 왜냐하면 이것이야말로 민주당의 검찰개혁 립서비스가 립서비스에 그칠 것인가 실질적인 것으로 전화될 수 있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증여혐오: 김수민의 “사기야!”의 경우(4)

윤지오의 증언을 사기로 둔갑시키기    

김수민이 인스타그램을 통한 2차 가해의 흔적을 지운 것은 자신이 이수역 피해여성을 사기꾼으로 몰아세움으로써 자신의 살길을 도모한다는 비난이 쏟아진 이후였다. 그로부터 몇 개월 뒤인 2019년 4월 23일 김수민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수역 사건에서의 ‘사기’ 혐의를 ‘공론화’(피해 여성 입장에서는 ‘무고’)하기 위해 기자와 변호사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한 바 있는 윤지오를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한다. 이 고소에서 김수민이 든 주요 고소사유는 윤지오가 자신을 “이수역 사건 2차 가해자”라고 “비난했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두 사람의 개인적 관계 차원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는 2019년 4월 16일  김수민이 “윤지오의 말은 100% 진실일까요?”라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윤지오의 고 장자연 사건에 대한 증언과 후원금 모집이 ‘사기’라고 비난하기 시작한 것이 파열의 시발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비난과 관련하여 윤지오는 김수민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이수역 피해 여성과 동일한 입장에 처했음을 깨닫고 김수민이 자신에 대한 2차 가해자인 것처럼 이수역 사건 피해 여성에 대한 2차 가해자라고 대응했다.

김수민은 윤지오와 수 개월 동안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어 왔고 2018년 12월에는 한 차례 윤지오를 만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수민은 윤지오와 도움을 서로 주고 받으면서 윤지오의 입장을 이해하고 받아주며 지지하는 “언니”로서의 역할을 맡는다.  2018년 11월 27일 이수역 사건과 관련해 윤지오로부터 JTBC 기자를 소개받은 후 김수민은 “지오야 진짜 고마워. (윤지오: 고맙긴요 한것도 없는데.) 왜 한게없어 이렇게 도움을 마니주는데. 우리 서로 지금처럼 서로에게 도움도 되고 의지도 하면서 좋은 인연으로 살아가자”고 말하는데 이 말이 두 사람의 관계와 분위기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윤지오도 이에 대한 화답으로 “앞으로 잘부탁해요 울수민언닝❤/난 늘 언니편이니까/힘내/우리 힘내자”고 말하고 다시 김수민도 “우린 의리! 나도 언제나 늘 너 편이야”라고 화답한다. 이러한 관계는 우리의 논의 맥락에서 보면 증여에서 증여로 이어지는 비적대적 증여관계이다. 서로 돕는 것은 교환의 관계가 아니며 서로가 필요로 하는 것을 주고 받는 증여-수증-답례의 반복적 순환을 통한 협력관계이기 때문이다.

이 협력관계의 파열을 사회적으로 선언하는 ‘윤지오씨 말은 100% 진일일까요?’가 나오기 전에 두 사람 사이의 이 증여적 협력관계가 위기에 처하는 두 번의 순간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 첫째 위기는 카톡을 통해 만난 두 사람이 오프라인에서 처음으로 만나기 위해 약속을 정할 때이다. 김수민이 12월 10일 윤지오를 만나기 위해 광주에서 서울로 온 것은 12월 9일이었다. 그런데 12월 10일 약속 당일 새벽 2시에 윤지오로부터 “언니 언제까지 서울에 있어요?”라는 문자가 와서 “언니 너땜에 올라왔지. 너보구내려갈거야 왜? 오늘 안볼려고?”라고 묻는다. 이에 윤지오는 “아 오늘만 잇다가 내일가요? 언니 일정이 어찌돼요? 몸이 안좋아서 ㅜㅜ 술을 못마실거같아서. 맛난거먹고 수다수다는 좋아요. 종검[종합검사: 인용자]하고 못쉬고 계속 사람들 만나가지고 ㅜㅜ”라고 답한다. 김수민이 관계의 단절까지 고려할 정도의 불쾌의 감정을 드러낸 것은 이 순간이다.

“언니 너랑 약속 아니였음 부산에서 바로 광주내려갔어 일부러 서울 가는 케텍스 시간때문에 부산에서 저녁까지 기다리다가 어제 12시에 서울도착한거야 언니는 안피곤할거같니? 넌 다른사람들하고의 약속은중요하고 언니하고 약속은안중요해? 니맘대로 미뤄도되는거야? 너14일까지 밖에 시간없다고해서 또 13,14는 너 약속있다고해서 피곤해도 얼굴이라도볼려고올라왔더니 이게무슨 행동이니 내가 너 보자고 사정하는거야? 언니기분매우안좋다 언니도 머리아픈일많고 안좋은일많고 너무피곤하고쉬고싶어도 그래도 지금아니면또못만나니까 힘들어도왔더니 너 약속당일날 이게 무슨태도야? 나랑 술안마시면 못보고 그러는거야?? 내가너한테 어떤 사람인지는모르겠으나 지금 너의 그런태도는 실수인거같다. 만나서 우리가 술먹는것밖에는할게없었니?? 그래?? 너는 그래서 언니를볼려고했어? 너 푹쉬고 볼일들보고 잘 돌아가라”

나의 몸도 마음도 좋지 않은 상태지만 나는 너와의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서울까지 어려운 걸음을 했는데 당일날 갑자기 약속을 변경하는 것은 나와의 약속을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보이고 이렇게 하는 것은 ‘실수’하는거다, 라는 지적이며 너를 더 이상 보지 않겠다는 절교선언이다. 이수역 피해 여성을 향해서도 김수민은 “날 후회하게 만들지마/당신들이 나와 많은 사람들을 속인거라면/큰 실수한거야.”라고 말했었다. 이에 윤지오는 이렇게 대응한다. 

“언니 너무 극단적으로 말하시는거같아요. 언니에게도 상황이있듯이 저도 상황이라는게 있고 당연히 언니가 저보러온것도 고맙고 언니를 술마시면 보고 안마시면 못보고 이런게아니라 위에다보면 언니 내일가는지 일정이 어떤지 물어보고 종검후에 사람들 계속만나서 술못마셔서 맛난거먹고 얘기하는거 좋다고한거에요. 저도 제일이 사건자체도 크고 저는 10년을 넘게 겪어오고 이번에 판사도 판결안하고 또 넘겨주고 귀국전에도 그렇고 언니도 이수역일로 힘드신거 알기에 저도 기자나 변호사 연락하는거 저도 도우려했고 언니 가족분들이랑 시간보내시고 그런 일정도 있으시니까 컨디션좋을때 좀 쉬다가 보던지 아니면 오늘 가볍게보던지 하려했던거고요 언니야 말로 절 어찌생각하는지 모르겠네요. 아직 절 한번도 보시지 못한상태에서 문자 몇개로 너는 그런애구나라고 판단하고 말하시는거에 저는 더 상처받았어요”

윤지오가 만나지 못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만나서 수다를 떠는 것은 좋은데 술을 마셔야 할 것 같으면 날짜를 바꾸고 싶은데 일정이 되는지 물었던 것은 대화맥락에서 분명하다. 김수민이 윤지오의 이 질문을 “오늘은 못만나겠으니 일정을 바꾸자”고 한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즉 ‘실수’는 오히려 김수민 편에 있었다. 김수민은 자신의 이 ‘실수’에 대해 다른 정황을 들어 변명한다.

“언니 오래된팬이 내가 정말 믿었던사람인데 언니친분을이용해서 뒤에서 내 지인들과 사람들에게 돈을요구했다는 소식을 알았다 지금 확인된사람들만5명이넘어 손이떨린다 언니가 충격도크고 오늘 대표가 회사로찾아가봤는데 그런회사도없고 언니도 진짜마니힘들다 언니때문에 상처받았다면 미안하다 널 상처주려고한게아닌데 지금 내가 많이 예민해져있어서 그런가보다 미안하다지오야 언니가 흥분을해서”

믿었던 사람의 “사기” 행각 때문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윤지오에게 상처를 주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과인 셈이다. 그런데 김수민이 “사기”라고 판단하여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 사건도 당사자가 김수민을 반박하는 글을 올려 이수역 사건과 동일한 논쟁 상황 속으로 들어갔고 이 때문에 김수민이 “머리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비활성화한 점을 고려하면, 김수민이 윤지오에게 처음에 했던 말, 즉 자신의 팬으로서 자신이 믿었던 그 사람이 자신과의 친분을 이용해 사기행각을 벌였다는 주장은 비판적으로 분석될 필요가 있는 주장으로 보인다. 아무튼 이 위기는 김수민이 사과하고 윤지오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파국에 이르지 않고 넘어갔고 두 사람은 만나서 첫 만남(이자 마지막이 될 만남)을 가졌다. 

그런데 두 번째 위기는 바로 파국으로 이어졌다. 시점은 2019년 3월 7일[한국시간 3월 8일]이다. 윤지오가 김수민에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윤지오 씨 신변보호 요청” 청원글 링크를 김수민에게 알려주고 동의서명을 해 줄 것을 요청한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고 우리의 주제 안에서는 내가 당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리는 “증여”의 요청이다. 이에 대해 김수민은 이렇게 답한다. 

“너는 언니 연락을 두번이나 계속 씹더니 니할말만 딱 하러 나한테 톡 보내니?? 그리고 글에 페미 저격글을 그대로 올렸던데 너 나보라고 쓴 글이야?? 너는 니가 필요하고 뭐가 궁금할땐 신나게 연락하더니 너 다른 사람한테도 이런식으로 연락하니?? 니할말만 딱 내뱉어?? 내가 너 부탁들어주고 모른거있음 알켜주고 그런 사람이야? 나한테 글 올려주란 부탁을 참 쉽게도한다 너 ㅎㅎ 일 잘봐라”

이 대화 전에 김수민이 두 번 카톡 메시지를 보냈고 윤지오의 응답이 없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한번은 3월 5일에 “책 온라인판매시작한거야?”라고 물었고 또 한 번은 3월 7일에 “8시뉴스 인터뷰한거봤어 한국나오자마자 계속 인터뷰하고다니느라 진빠지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 메시지에서 김수민도 말하고 있듯이 장자연 10주기인 이 시기에 윤지오는 매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윤지오는 그 상황을 “저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시차적응할 시간도 갖지 않은채 ‘김어준 뉴스공장’생방송 인터뷰에 임했습니다. 그후 어제 자연언니의 10주기에 맞춰 ‘김현정의 뉴스쇼’, ‘이이제이’, ‘SBS 8시 뉴스’, ‘KBS 9시 뉴스’ ‘연예가 중계’에 생방송과 녹화촬영을 진행하였습니다. 공중파와 종편을 포함하여 2곳의 언론사를 제외하곤 연예소식을 전하는 매체부터 각종 매체에서 출연제의를 받았습니다.”라고 3월 7일[8일] 인스타그램에서 묘사한 바 있다. 

이러한 일정과 증언행동에 대한 두 가지 반응이 있었다. 하나는 “더러운년. 최소한 고인의 아픔을 덜어주는게.? 고인을 니 야욕에 이용하지 말라. 더불어 정치액션 그만둬”(sim1****) “시체팔이 그만해라”(thde****), “장자연이는 죽어서도 좌빨들 노리개 신세로구나 ㅎㅎㅎㅎㅎㅎㅎ!!~*”(inte****) “책 홍보하러 나오셨나봐요~그저 좋게만은 안보이네요”(show****) 방향의 비난반응이고 또 하나는 “미투 어쩌구저쩌구 하던 여성가족부 한 마디도 없네 신변보호라도 해줘야 하는거 아니니 세금 축내면서”(kol3****) “정말 큰 용기가 필요햇겟다. 이렇게 거악에 맞선 사람들은 국가차원에서 신변을 보호하고 보복이 잇을시엔 가중처벌을 해야 한다”(tlag****) “이분 대단하시네 신변보호확실히재줘라 이 썩어빠진 나라야”(ckj8****) 방향의 지지반응이다. 모두 3월 7일[8일] 전후 하루 이틀 사이의 반응이다. 

이런 두 가지(가해권력중심주의적 반응과 피해자중심적 반응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반응 방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윤지오는 김수민의 반응을 본 후 김수민이 자신을 ‘전혀 배려하고 있지 않다’는 판단에 이르게 된다. 

“언니 말을 좀 너무 쉽게하시네요. (….) 저는 잠한숨 못잔체 인터뷰 7개를 했고요. 언니야 말로 제 신상을 올리기도전에 제 얼굴을 올리시고 응원글을 올리겠다고하셨었고 이번에 제 동의도 없이 글이 아닌 함께 찍은 사진도 올리셨는데 기분이 내키지 않았지만 아무말하지 않았습니다. 말씀 그렇게 함부로 하시는거 아닙니다. 절 전혀 배려하시지 않음을 잘 알게되었고요. 지금 제가 처한 상황을 한번이라도 생각하셨더라면 저런 말씀은 안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첫번째 위기 순간과는 달리, 이 두 번째 위기 순간에는 윤지오의 이런 항변이 김수민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도리어 이 순간 김수민은 위에서 언급한 첫 번째 가해권력중심주의적 반응 방향을 취하면서 윤지오에 대한 비난자로 변신한다.

“그리고 너가 10년동안 계속 숨어지냈다고 말하는거 좀 웃기지않니. 너랑 나랑 나눈 대화들이 있는데 책 홍보도 좋다지만 너 나한테 장자연이랑 그렇게 깊이 친하지는않았다고 말했는데 그냥 너가 어려서 널 애기야라고 불렀다고 넌 위약금내고 나간후에는 모른다고 말하더니 너 방송에서나 인터뷰에서나하는말들보니 좀 가식이 많이느껴지더라 너 그리고 니 신상을 올리기도전에 니 얼굴을 올렸다고 이미 너 인스타 프로필 네이버에 다 떠있는거 보고올린거다 내가 사진밑에쓴말은 안읽었니? 그리고 방송은 니 욕심에서 하는거아냐?? 솔직해져라. 니가 니욕심이없다고 장자연만을 위해서라고 니모든걸걸고 말할수 있어?? 사람이 가식이느껴지는건 어쩔수가없더라 일보고가라 그리고 니 사진은 지울란다.”

이에 대해 윤지오가 “절 생각하는 지인들은 함부로 연락조차하기 어려워하고 상황이 정리될 때 연락을 달라고합니다.언니가 변호사의 도움을 필요하다고 말씀한 순간에 제가 어떤상황이었는지 알고도 계셨고 제 상황도 버거웠지만 도움드렸고요. … 언니? 말 앞뒤 자르고 그렇게 인식하시는거 아니에요. 저는 누굴 위해 단한번이라도 증언하신적있나요? 법적인 공방과 지난 사건으로 언니가 함부러 말하는 바람에 언니는 스트레스 많이 받고 함구했고 저는 그런 경솔한 행동에도 도우려했습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소용이 없다. “ㅎㅎㅎ 가식이나그만떨어라 못봐주겠다 너랑나랑 지금껏 나눴던대화들 톡 공개하면 볼만하겠네ㅎㅎ죽은사람가지고 니 홍보에 그만 이용해라”가 답이었다. 윤지오는 김수민이 “영리하게”라는 말을 오독하여 악용하고 있음을 느끼고 “위에 말한것은 그 이슈를 이용해서 영리하게 그간 못했던 말을 한다고 했도[고] 그러고 있어요”라고 해명해 보지만 역시 돌아온 것은 “ㅎㅎㅎ”였다.

이 대화 속에 이후 윤지오에 대한 마녀사냥에 사용되는 기본 프레임의 상당 부분이 제시된다. (1)10년동안 계속 숨어지냈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2)고인이 된 장자연을 이용하여 책을 홍보한다. (3)장자연과 윤지오는 깊이 친하지 않았다 (4)윤지오가 자신의 욕망을 위해 방송과 인터뷰를 한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윤지오가 자신의 이익(돈벌이)을 위해 가식을 떨고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김수민의 감정적 반응에서 시작하여 결별과 적대에 이르는 이 대화는 3월 7일[8일] 불과 10분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고 김수민이 “8시뉴스 인터뷰한거봤어 한국나오자마자 계속 인터뷰하고다니느라 진빠지겠다”고 (공감이 담긴 메시지를 보낸 때로부터) 불과 16시간 정도 뒤에 벌어진 대화이다. 이 짧은 시간 동안에 김수민의 관점은 180도 뒤바뀌어 지지자에서 비난자로 돌변한다. 이것이 이수역 사건 피해 여성에 대해 보인 돌변에 이어 김수민이 보인 두 번째 돌변이다.

첫 번째 돌변과 더불어 김수민이 이수역 사건 여성 피해자에게 ‘피해자를 빙자한 사기’ 혐의를 씌웠듯이 두 번째 돌변과 더불어 김수민은 윤지오에게 ‘고인을 이용한 사기’ 혐의를 씌운다. 이 비난 작업은 2019년 4월 16일 SNS에 올린 ‘윤지오씨 말은 100% 진실일까요’에서 본격화되어 이후 수 개월간 지속적으로 그리고 점점 강도 높게 이루어진다. 이수역 사건 피해 여성에 대해서 김수민은 그 후원금 모집의 비공개성, 비밀성을 사기의 단서라고 고발했는데 윤지오를 사기로 문제삼기 위해 김수민은 윤지오의 증언이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려 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글에서 다음처럼, 즉 (1)윤지오는 장자연에 관해 증언할 만큼 친하지 않았다.(왜냐하면 윤지오가, 자기는 장자연이랑 친하지 않았다고, 어울리지도 않았고, 개인적 연락도 없었다고 말했으며 장자연이 겪은 경험을 자기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2) 윤지오는 장자연 문건을 본 적이 없다.(왜냐하면 윤지오가 경찰 조사를 받는 중에 책상에 놓여 있는 문서를 우연히 봤다고 말했으며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도 거기서 봤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3) 윤지오는 장자연 사건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왜냐하면 윤지오가 진상조사단과의 대화에서 김종승이 장자연씨 추행한 것이나 방00 얼굴 본 날짜 장소 상황에 대해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기 때문이다.)고 씀으로써 윤지오의 증언이 거짓말이라는 극단적 주장을 하기에 이른다. 

‘왜 성폭력이 일어날까?’에 대한 단상.

‘왜 성폭력이 일어날까?’에 대한 단상.

 

가부장적 일부일처제는 본질적으로는 일부다처제인데, 일부일처제가 매춘에 의해 보충되고 있기 때문이다. 혼인관계와 매춘(성매매)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성관계를 지탱하는 양축이다. 성폭력은 이 두 범주의 경계지대에 서식한다. 그렇다면 성폭력은 왜 어떤 근거에서 생겨날까?

진화적 심리 일반에서: 남성은 여성의 호의적 신호를 성적 신호로 환원하여 읽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그러한 환원이 문제점이 있었지만 번식의 기회를 잃지 않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이 환원 때문에 사회관계에서 여성의 다양한 유형(예의, 친절, 동정 등)의 호의적 태도를 ‘성적 구애’의 신호로 착각하는 많은 경우가 있게 되고 이 때문에 성폭력이 발생한다. 이 환원의 습관이 굳어지면 여성이 보내는 비호의적 신호마저 성적 구애 신호의 역설적 형태로 착각하게 되고 이럴 때 성폭력은 반복적 습관적인 것으로 굳어진다.

자본관계에서: 자본주의는 그 발생기에 여성 착취의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발명했다. 그것은 마녀사냥이었다. 자본주의 이전부터 유전되어온 가부장제에 이 마녀사냥을 결합시킴으로써 자본은 여성의 가사노동을 무상으로 착취할 수 있었다. 가사노동을 무상노동화하고 여성을 남성의 임금에 의존하도록 만든 결과, 남성은 여성을 자신의 소유물, 보잘 것 없는 종속자, 마음 대로 할 수 있는 대상으로 취급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여성의 의사를 무시한 성적 행동, 즉 성폭력이 생겨난다.

사회적 권력관계에서: 위계제에서 권력자는 상하관계 때문에 취할 수 밖에 없는 하위주체의 순종적 태도를 ‘성적 구애’의 제스쳐와 쉽게 혼동한다. 위계제는 정치권, 군대, 교회, 병원, 학교, 연예계, 문화예술계, 재계, 기업, 공장 등 현대 사회 제도의 모든 곳에 편재하는 동형원리이다. 기존 사회 제도에 저항하는 운동단체들도 많은 경우에 위계제를 원리로 구축된다. 오늘날의 위계제 사회에서 남성이 여성의 우위에 있는 경우는 여성이 남성의 우위에 있는 경우보다 훨씬 많다. 특히 이 비대칭은 위계제 사다리의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훨씬 심해진다. 그 결과 위계적 현대 사회 자체가 성폭력의 온상이 된다.

문화적 헤게모니에서: 최근의 성폭력 사건이 진보적 정치단체 예술단체 학술단체 대학 등을 중심으로 터져나오고 있는 것은 문화적 헤게모니가 성폭력을 조장하는 조건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화에서 새로운 헤게모니는 사회개혁과 사회변동의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헤게모니는 억압과 동의의 양측면을 갖는다.  많은 부분 남성이 장악하고 있는 문화적 헤게모니 체제에서 헤게모니 주체는 남성의 진화적 경향과 결합되면서 문화적 헤게모니를 성적 헤게모니와 오인하는 경향이 발생한다. 문화적 헤게모니를 성적 헤게모니를 전환시키는 데 실패하여 동의의 축이 빠지게 되면 억압만 남게 되고 여기에서 성폭력의 여러 유형들(희롱, 추행, 폭행)이 출현한다.

오늘날 성폭력이 권력관계의 산물이라는 데에는 거의 사회적 합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의 3항이 그러한 진단에 가장 가깝다. 그런데 성폭력 현상의 근절을 위해서는 권력관계 외에도 자본관계, 문화적 헤게모니, 진화심리와 같은 요인들을 고려한 좀더 총체적인 관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