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진실 시대 진실의 운명: 범죄로 되는 증언, 수배자가 되는 증언자(2)

“사회적으로 중요한 범죄”라는 규율장치의 등장과 경찰의 범주 혼동

11월 6일 적색수배 조치가 내려진 후 있었던 여성단체의 항의에 대해서는 앞에서 말했다. 윤지오에게 씌워진 혐의는 인터폴 적색수배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윤지오도 이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는 강력범죄자로 5억원 이상의 경제사범, 살인자, 강간범 등에 대해서 내려지는 것인데 이러한 적색수배를 자기한테 내린 것은 불법적인 것이며 자신은 이런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더불어서 적색수배까지 내리면서 자신을 송환받으려 하는 것이 ‘공익제보자 보호법’과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항의에 대해 경찰이 언론 앞에 내놓은 대답은 이러하다.

윤씨는 캐나다에 거주해 수사공조가 필요하고, 명예훼손과 사기 혐의 모두 인터폴 자체의 적색수배 요건인 2년 이상 징역에 포함되는 범죄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경찰 관계자는 또 “경찰청 자체 기준에 비춰봐도 윤씨 사건이 사회적 파장이 크고, 수사 요구가 높은 사안인 만큼 중요사범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명예훼손과 사기 혐의가 적색수배 요건인 2년 이상 징역에 포함되므로 윤지오가 적색수배 대상이라면 적색수배라는 말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우선 명예훼손은 오늘날 가장 대중적인 범죄로서 일상에서 누구나가 언제든지 그 범죄 혐의를 뒤집어 쓸 수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 시대에 명예훼손 혐의는 감기 바이러스처럼 우리 모두의 주변에 산포되어 있다.

사기는 어떨까? 윤지오에게 씌워진 사기혐의는 최대 1억 3천 만원을 넘지 않는다. 이것이 적색수배 대상이라면 50억원 이상의 다액경제사범을 대상으로 한다는 규정은 왜 넣어 두었는가? 이런 식의 답변은 경찰과 인터폴이 적색수배 제도를 통해 시민과 대중 일반을 잠재적인 강력범죄자로 사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눈길을 끄는 답변은 후자, 즉 “사회적 파장이 크고, 수사 요구가 높은 사안인 만큼 중요사범으로 볼 수 있다”는 답변이다. 이것은 인터폴 적색수배의 또 다른 사유에 “수사관서에서 특별히 적색수배를 요청하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범”이 포함되어 있음을 근거로 한다. 이호영 변호사도 “흔히 적색수배라고 하는 것은 사형, 무기 등 중범죄자 그리고 폭력조직의 중간보스 이상의 어떤 조직폭력 사범 그리고 특정 금액 이상의 고액 경제범죄 이런 것들에 대해서 발령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윤씨의 그런 말은 일정부분은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에요.”라고 말하면서도 이렇게 해석한다.

그런데 또 하나 사유가 뭐가 있냐면 기타 수사 관서에서 특별히 적색수배를 요청하는 사안 이것도 적색수배는 가능하거든요. 그래서 아무래도 우리 사법경찰 기관에서 윤지오씨가 가지는 그러한 사회적인 파장이 되게 크기 때문에 윤지오씨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건 맞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적색수배를 요청을 했고 그에 따라서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황이어서 윤지오씨가 다소 억울하다고 얘기하고 있긴 하지만 적색수배 자체가 불법적이거나 이렇게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경찰의 답변과 이호영 변호사의 해설을 통해 우리는, 윤지오 증언자가 일반적인 적색수배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경찰이 “특별히” 윤지오 증언자를 적색수배 요청했으리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 “특별”한 요청에 따르는 판단은 윤지오 증언자를 “사회적 파장이 크고, 수사 요구가 높은 중요사범”이라고 본 것이다.

나는 여기서 경찰이 오히려 ‘중대한’ 범주 혼동, 범주 착오를 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증언과 범죄를 혼동하는 것이다. 윤지오 증언자의 증언이 사회적 파장이 컸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 사회의 재계 언론계 연예계 정치계 법조계를 망라한 모든 권력층의 부패와 성폭력 관행에 대한 기록인 장자연 문건과 리스트에 대한 증언이었기 때문이다. 이 증언이 가지고 온 사회적 파장은 분명히 컸고 증언이 지목하는 권력자들에 대한 “수사 요구가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주지하다시피 증언이 지목하는 가해 혐의자들에 대한 수사는 이 큰 사회적 ‘파장’이나 높은 ‘수사요구’에도 불구하고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윤지오 증언자의 증언으로 기소된 사람조차 1심에서 무죄 처분되었다.

경찰은 돌연 여기서 ‘수사 요구’를 가해 혐의자가 아니라 증언자에게로 돌린다. 윤지오의 “증언”이 “사회적 파장이 크고” 증언이 지목하는 “가해 혐의자”에 대한 “수사 요구가 높았다”는 사실을, 경찰은 윤지오의 “범죄”가 “사회적 파장이 크고” “윤지오”의 범죄혐의에 대한 “수사 요구가 높다”는 생각으로 바꿔치기 한다. 증언과 범죄, 증언자와 가해자를를 순식간에 대치하는 이 마술을 통해 적색수배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윤지오 증언자의 “범죄혐의”가 실제로 사회적 파장이 크고 수사요구가 높은 혐의인가? 보복우려가 높은 증언을 한 증언자에게 뜻있는 사람들이 경호비 후원을 해 준 것이 정말로 사회적 파장이 크고 수사요구가 높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범죄혐의”에 해당하는가? 증언자 목격자 피해자 보호를 위해 만든 비영리단체에 뜻있는 후원자들이 후원금을 보내 준 것이 정말로 사회적 파장이 크고 수사 요구가 높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범죄혐의”에 해당하는가? 카톡 친구였던 김수민 작가가  윤지오를 “고인을 이용한 사기꾼”이라고 말하고 윤지오 증언자가 김수민 작가를 “이수역 사건 2차 가해자”로 말하면서 쌍방간 명예훼손으로 제소된 혐의들이 사회적 파장이 크고 수사요구가 높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범죄혐의”에 해당하는가?

상식적으로는 결코 “그렇다”고 답할 수 없을 이 질문들에 경찰이 “그렇다”고 답하고 또 그에 따라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특별히”(상식에 비추어서는 ‘과잉되게’) 요청하는 행동을 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범죄혐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증언과 신변위협에 대하여(4)

4. ‘신변위협이 없었다’는 주장의 위험성

증언자 주변을 맴도는 위협들은 이처럼 다양하다. 하지만 변호사 박훈의 귀에 이러한 주장은 마이동풍(馬耳東風)일 뿐이다. 박훈이 보기에 윤지오는 있지도 않은 위협이 있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통장으로 후원금이 굴러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꽃뱀’과 다르지 않다. 

박훈은 “사실은 아무런 신변위협이 없었고, 일반 교통사고임에도 불구하고 2019년 1월경 캐나다 고속도로와 도로에서 ‘정체불명의 사람’에게 차량 테러를 당하였다고 거짓 주장을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유포하고”, “2019년 3. 30에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을 하면서 사실은 아무 위협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발인이 머물고 있던 호텔의 환풍구를 누군가 고의로 끈을 날카롭게 끊었다거나, 출입문 잠금 장치에 액체가 흘러내린 흔적이 있다거나 이상한 가스냄새를 맡았다면서 마치 엄청난 신변 위협이 있는 것처럼 하면서 ‘경호비용’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위와 같은 모금행위를 하였습니다.” 

박훈은 “아무런 신변위협이 없었음”을 어떻게 아는 것일까? 무엇을 근거로 그러한 단정을 내리고 있는 것일까? 위에 언급한 여덟가지 유형의 경험을 겪은 사람이 자신의 자녀라도 그는 “아무런 신변위협이 없다”며 무방비로 거리로, 숙소로 내보낼까? “아무런 신변위협이 없다”는 박훈의 판단을 믿고 아무런 방비를 갖추지 않고 거리와 숙소로 갔던  그 사람이 다치거나 시신으로 발견되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윤지오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국민청원에 참여한 인원이 27만명을 상회하는 시점에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정장은 박훈 변호사와는 전혀 다른 입장, 전혀 다른 판단,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 그는 “보복이 우려되는 중요범죄 신고자나 피해자 보고는 경찰의 중요한 본분임에도 이번 사건에 미흡한 업무처리로 윤지오 씨는 물론 국민 여러분들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적 공분이 큰 사건의 주요 증인으로서 진실규명을 위해 온갖 고초를 마다하지 않고 있는 윤지오씨에 대한 신변보호를 소홀히 한 점에 대해 서울경찰의 책임자로서 한 없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라고 답했다. 또 “윤지오 씨가 느꼈을 불안감과 경찰에 대한 실망감과 절망감, 그리고 국민 여러분들의 분노를 생각하면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신변보호 담당 경찰관에게는 신고 직후 알림 문자가 전송되었으나 담당 경찰관이 이를 제때 확인하지 못하여 연락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었고 “스마트워치 긴급 신고 시스템 미작동 및 담당경찰관의 부주의로 인해 극심한 불안을 느끼셨을 윤지오 씨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문제가 된 스마트워치를 교체 지급했고 불안감을 주는 기존 숙소에서 새로운 숙소로 숙소를 옮겨 주었으며 ‘신변보호특별팀’을 구성하여 24시간 동행 밀착보호 조치를 취해주었다. 아울러 숙소의 기계음소리, 떨어진 환풍구, 출입문의 액체 등에 대해서는 서울청 과학수사에서 현장감식을 실시하고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그 결과를 통보해 주기로 약속했다. 이것은 아마도 국민과 증언자에 대한 보호 의무를 진 국가가 마땅히 취했어야 할 최소한의 조치였을 것이다. 

박훈은 아마도 4월 23일, 서울청 과학수사 결과 발표를 이러한 주장에 대한 반박 논리로 삼고 싶을지 모른다. 4월 16일 김수민이 윤지오에 대한 불만감정을 ‘윤지오의 말은 100% 진실일까요?’라는 비난문건으로 표현하고 박훈이 김수민을 대리해 윤지오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과 거의 같은 때에 이루어진 이 조사발표에서 경찰청은 현장감식과 과학수사 결과 ‘신변위협을 시도한 범죄혐의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하면서 윤지오가 제기한 의심사항에 대해 아래처럼 하나하나 응답했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가 객실 벽면·화장실 천장에서 들었다는 의심스러운 기계음 소리는 구청의 소음측정 결과, 화장실 환풍기나 보일러가 작동할 때 벽면을 통해 들리는 미세한 소리로 확인됐다. 화장실 천정 환풍구 덮개 분리 및 끈이 끊어진 점도 해당 호텔에서 지난 3월13일 관광공사 점검 때, 이미 환풍기 덮개 한쪽 브라켓이 끊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양면 테이프로 고정 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객실 출입문 잠금장치 쪽에 액체가 흘러내린 흔적이 있다는 윤씨 주장에 대해서는 경찰은 출입문 상단에 설치된 유압식 도어장치에서 오일이 흘러내린 것으로 확인했다.” 

그런데 이 응답은 현장조사와 탐문, 그리고 과학수사 후에 나온 것으로, 윤지오가 없는 위협을 만들어낸 것이기는커녕 오히려 윤지오가 제기한 문제들이 일상적 지각과 감각으로 누구나가 의심할 만한 것들이었음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하물며 윤지오가 “보복이 우려되는 중요범죄 신고자”였고 “국민적 공분이 큰 사건의 주요 증인”이었음을 고려하면 반드시 의심되어야 할 것이 윤지오에 의해 의심된 것임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발표에 대해 조선일보, 뉴시스, 머니투데이 등 고 장자연 문건에 그 이름이 등장하거나 장자연 사건과 연루되어 있는 사람들을 사주로 두고 있는 언론들은 ‘신변 위협 시도로 볼 범죄 혐의점은 파악되지 않았다’는 경찰청의 발표를 정확하게 박훈의 언어로, 즉 ’신변위협이 없었다’는 제목으로 왜곡하여 보도했다. 예컨대 조선일보는 <경찰 “윤지오 신변위협 정황 없어… 비상호출 무응답은 기계 조작미숙”>으로, 머니투데이는 <경찰 “윤지오 스마트워치 미작동 ‘조작미숙’ 탓…신변 위협 없어”>로, 뉴시스는 <경찰 “윤지오 신변위협 없어…SOS 미신고는 조작실수”>로 보도했다. 경찰의 실제 발표문이었던 ‘신변 위협 시도로 볼 범죄 혐의점은 파악되지 않았다’는 ‘신변위협이 없었다’와는 의미가 전혀 다르다. 

대한민국은 북한이 남한을 ‘위협하는 시도’(침범행동)를 하지 않는 순간에도 북한의 ‘위협은 상존한다’고 말한다. 칼을 든 사람이 칼을 휘두르는 ‘위협 시도’(범죄행동)를 하지 않는 순간에도 사람들은 ‘신변위협이 있다’고 느낀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두운 밤거리에서 지나가는 남성이 성폭행이나 성추행과 같은 ‘신변위협 시도’(범죄행동)를 하지 않을 때에는 여성은 ‘신변위협’을 느껴 심장이 뛰는 경험을 한다. 그런데 조선일보, 뉴시스, 머니투데이는, 변호사 박훈이 고발장에서 그랬던 것과 유사하게, ‘신변 위협 시도로 볼 범죄 혐의점은 파악되지 않았다’는 경찰청의 발표를 ‘신변위협이 없었다’는 말로 왜곡한다. 

신변위협 행동과 신변위협의 실재를 혼동시키고 신변위협 행동이 없으면 신변위협이 실재하지 않는다는 허구적 인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가해권력자들 앞에 사람들을 무방비로 노출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리하여 그것은 가해권력의 가해행동을 용이하게 만드는 한편, 사람들을 위태롭게 하며 반복해서 피해를 당하도록 만드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상의 서술은 박훈이 ‘윤지오가 후원금을 받은 것은 사기다’라는 법률적 주장을 끌어내기 위해 든 논거(“리스트와 위협은 없었다”) 그 자체가 거짓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실천적으로 오도하는 위험한 내용을 담고 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증언자 주변을 맴도는 위협들은 이처럼 다양하다. 하지만 변호사 박훈의 귀에 이러한 주장은 마이동풍(馬耳東風)일 뿐이다. 박훈이 보기에 윤지오는 있지도 않은 위협이 있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통장으로 후원금이 굴러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꽃뱀’과 다르지 않다. 

박훈은 “사실은 아무런 신변위협이 없었고, 일반 교통사고임에도 불구하고 2019년 1월경 캐나다 고속도로와 도로에서 ‘정체불명의 사람’에게 차량 테러를 당하였다고 거짓 주장을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유포하고”, “2019년 3. 30에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을 하면서 사실은 아무 위협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발인이 머물고 있던 호텔의 환풍구를 누군가 고의로 끈을 날카롭게 끊었다거나, 출입문 잠금 장치에 액체가 흘러내린 흔적이 있다거나 이상한 가스냄새를 맡았다면서 마치 엄청난 신변 위협이 있는 것처럼 하면서 ‘경호비용’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위와 같은 모금행위를 하였습니다.” 

박훈은 “아무런 신변위협이 없었음”을 어떻게 아는 것일까? 무엇을 근거로 그러한 단정을 내리고 있는 것일까? 위에 언급한 여덟가지 유형의 경험을 겪은 사람이 자신의 자녀라도 그는 “아무런 신변위협이 없다”며 무방비로 거리로, 숙소로 내보낼까? “아무런 신변위협이 없다”는 박훈의 판단을 믿고 아무런 방비를 갖추지 않고 거리와 숙소로 갔던  그 사람이 다치거나 시신으로 발견되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윤지오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국민청원에 참여한 인원이 27만명을 상회하는 시점에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정장은 박훈 변호사와는 전혀 다른 입장, 전혀 다른 판단,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 그는 “보복이 우려되는 중요범죄 신고자나 피해자 보고는 경찰의 중요한 본분임에도 이번 사건에 미흡한 업무처리로 윤지오 씨는 물론 국민 여러분들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적 공분이 큰 사건의 주요 증인으로서 진실규명을 위해 온갖 고초를 마다하지 않고 있는 윤지오씨에 대한 신변보호를 소홀히 한 점에 대해 서울경찰의 책임자로서 한 없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라고 답했다. 또 “윤지오 씨가 느꼈을 불안감과 경찰에 대한 실망감과 절망감, 그리고 국민 여러분들의 분노를 생각하면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신변보호 담당 경찰관에게는 신고 직후 알림 문자가 전송되었으나 담당 경찰관이 이를 제때 확인하지 못하여 연락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었고 “스마트워치 긴급 신고 시스템 미작동 및 담당경찰관의 부주의로 인해 극심한 불안을 느끼셨을 윤지오 씨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문제가 된 스마트워치를 교체 지급했고 불안감을 주는 기존 숙소에서 새로운 숙소로 숙소를 옮겨 주었으며 ‘신변보호특별팀’을 구성하여 24시간 동행 밀착보호 조치를 취해주었다. 아울러 숙소의 기계음소리, 떨어진 환풍구, 출입문의 액체 등에 대해서는 서울청 과학수사에서 현장감식을 실시하고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그 결과를 통보해 주기로 약속했다. 이것은 아마도 국민과 증언자에 대한 보호 의무를 진 국가가 마땅히 취했어야 할 최소한의 조치였을 것이다. 

박훈은 아마도 4월 23일, 서울청 과학수사 결과 발표를 이러한 주장에 대한 반박 논리로 삼고 싶을지 모른다. 4월 16일 김수민이 윤지오에 대한 불만감정을 ‘윤지오의 말은 100% 진실일까요?’라는 비난문건으로 표현하고 박훈이 김수민을 대리해 윤지오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과 거의 같은 때에 이루어진 이 조사발표에서 경찰청은 현장감식과 과학수사 결과 ‘신변위협을 시도한 범죄혐의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하면서 윤지오가 제기한 의심사항에 대해 아래처럼 하나하나 응답했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가 객실 벽면·화장실 천장에서 들었다는 의심스러운 기계음 소리는 구청의 소음측정 결과, 화장실 환풍기나 보일러가 작동할 때 벽면을 통해 들리는 미세한 소리로 확인됐다. 화장실 천정 환풍구 덮개 분리 및 끈이 끊어진 점도 해당 호텔에서 지난 3월13일 관광공사 점검 때, 이미 환풍기 덮개 한쪽 브라켓이 끊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양면 테이프로 고정 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객실 출입문 잠금장치 쪽에 액체가 흘러내린 흔적이 있다는 윤씨 주장에 대해서는 경찰은 출입문 상단에 설치된 유압식 도어장치에서 오일이 흘러내린 것으로 확인했다.” 

그런데 이 응답은 현장조사와 탐문, 그리고 과학수사 후에 나온 것으로, 윤지오가 없는 위협을 만들어낸 것이기는커녕 오히려 윤지오가 제기한 문제들이 일상적 지각과 감각으로 누구나가 의심할 만한 것들이었음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하물며 윤지오가 “보복이 우려되는 중요범죄 신고자”였고 “국민적 공분이 큰 사건의 주요 증인”이었음을 고려하면 반드시 의심되어야 할 것이 윤지오에 의해 의심된 것임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발표에 대해 조선일보, 뉴시스, 머니투데이 등 고 장자연 문건에 그 이름이 등장하거나 장자연 사건과 연루되어 있는 사람들을 사주로 두고 있는 언론들은 ‘신변 위협 시도로 볼 범죄 혐의점은 파악되지 않았다’는 경찰청의 발표를 정확하게 박훈의 언어로, 즉 ’신변위협이 없었다’는 제목으로 왜곡하여 보도했다. 예컨대 조선일보는 <경찰 “윤지오 신변위협 정황 없어… 비상호출 무응답은 기계 조작미숙”>으로, 머니투데이는 <경찰 “윤지오 스마트워치 미작동 ‘조작미숙’ 탓…신변 위협 없어”>로, 뉴시스는 <경찰 “윤지오 신변위협 없어…SOS 미신고는 조작실수”>로 보도했다. 경찰의 실제 발표문이었던 ‘신변 위협 시도로 볼 범죄 혐의점은 파악되지 않았다’는 ‘신변위협이 없었다’와는 의미가 전혀 다르다. 

대한민국은 북한이 남한을 ‘위협하는 시도’(침범행동)를 하지 않는 순간에도 북한의 ‘위협은 상존한다’고 말한다. 칼을 든 사람이 칼을 휘두르는 ‘위협 시도’(범죄행동)를 하지 않는 순간에도 사람들은 ‘신변위협이 있다’고 느낀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두운 밤거리에서 지나가는 남성이 성폭행이나 성추행과 같은 ‘신변위협 시도’(범죄행동)를 하지 않을 때에는 여성은 ‘신변위협’을 느껴 심장이 뛰는 경험을 한다. 그런데 조선일보, 뉴시스, 머니투데이는, 변호사 박훈이 고발장에서 그랬던 것과 유사하게, ‘신변 위협 시도로 볼 범죄 혐의점은 파악되지 않았다’는 경찰청의 발표를 ‘신변위협이 없었다’는 말로 왜곡한다. 

신변위협 행동과 신변위협의 실재를 혼동시키고 신변위협 행동이 없으면 신변위협이 실재하지 않는다는 허구적 인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가해권력자들 앞에 사람들을 무방비로 노출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리하여 그것은 가해권력의 가해행동을 용이하게 만드는 한편, 사람들을 위태롭게 하며 반복해서 피해를 당하도록 만드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상의 서술은 박훈이 ‘윤지오가 후원금을 받은 것은 사기다’라는 법률적 주장을 끌어내기 위해 든 논거(“리스트와 위협은 없었다”) 그 자체가 거짓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실천적으로 오도하는 위험한 내용을 담고 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