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중요한 범죄” 개념의 가해자중심주의적 전도

2009년 대한민국 경찰은 사회적 파장이 크고 수사 요구가 높았던 장자연 사건 가해권력의 “사회적으로 중요한 범죄” 혐의를 ‘적색수배’하기는커녕 부실한 조사로 덮어 버렸다. 2018년부터 시작된 과거사 재조사조차도 용두사미로 끝나버렸다. 대통령의 엄정조사 지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과거사조사위원회의 심의결과가 보여주는 대한민국 수사기관(검경)의 적나라한 실태가 이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경찰은 과거사조사위원회 심의결과가 발표된 지 경우 반 년 만에, 마치 심기일전(心機一轉)이라도 한 듯이, 바로 그 “사회적으로 중요한 범죄”에 대해 증언한 증언자를 도리어 “사회적으로 중요한 범죄”의 혐의자로 적색수배 요청하고 ‘엄정수사’를 다짐하고 있다. 가해자가 처벌되지 않으면 피해자가 2차, 3차, n차 가해에 노출된다는 것을 이보다 여실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도대체 증언자 윤지오에게 씌워진 ‘사회적으로 중요한 범죄’ 혐의들이 무엇인가? 경찰에 따르면 그것은 ‘사기와 명예훼손’이다. “명예훼손과 사기 혐의 모두 인터폴 자체의 적색수배 요건인 2년 이상 징역에 포함되는 범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윤지오에게 씌워진 사기와 명예훼손 혐의가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가리키는가? 그리고 그 행동의 범죄화를 통해 사법권력이 사람들에게 던지고자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첫째 사기 혐의에 대해 생각해 보자. “당신은 증언하는 동안에 혹은 그 이후에 신변위협이 있었다고 말했고 당신의 지지자들로부터 경호비와 비영리단체 지상의 빛 후원금으로 1억 3천여 만 원의 돈을 모금했다.”가 그 혐의의 지시내용이다. 이것이 범죄혐의라는 주장은 무엇을 함의하는가? 당신이 증언자라면, 기자가 당신의  소재지를 추적하며 가해자 입장에서의 질문을 퍼붓더라도,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하더라도, 그런 것을 대중 앞에서 발설하면 안 된다. 국가가 당신을 증언자로 불렀더라도 증언자를 보호해 달라고 국가에 요구해서도 안 된다. 증언자에게 닥쳐오는 신변위협과 고통을 달게 받아 들여라.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증언을 지지하고 격려하며 연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경호비를 보내겠다고 아우성을 치더라도 결코 계좌번호를 알려주어서는 안 된다. 계좌번호를 공개해서 그곳으로 후원금이 입금되면 후원자를 기망하여 재물을 편취한 죄, 즉 사기죄로 단죄될 수 있다. 혹시 그렇게 당신에 대한 연대의지를 가진 사람들에게 계좌번호를 알려주어서 증언을 위한 경호비로 사용하여 신변안전을 도모하라고 조언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그의 말을 의심하라. 당신을 지지한다, 돕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을 믿지 마라. 증언에 대한 지지자가 당신의 적으로 돌변할 수 있다. 당신에게 경호비를 후원한 사람이 후원금반환소송을 제기하여 당신의 사기혐의를 뒷받침할 증인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그들은 원금 외에 고리대를 요구하는 사채업자처럼 돌변할 수 있도 있다. 후원회비로 운영되는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증언자를 보호하려는 노력 같은 것은 하지 말라. 증언자 피해자 목격자가 겪는 고통에 무관심하라. 그들의 어려움을 외면하라. 당신이 그들을 돕겠다고 나서면서 후원회비를 모집하게 되면 언제든지 그것이 기부금품법 위반의 대상으로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무엇보다도 권력자들에 대한 증언을 하겠다고 나서지 말라. 그들이 성추행을 하건 성폭행을 하건 오직 방관하라. 그것에 대한 증언은 언제든지 ‘사회적 중요범죄’로 지목될 수 있다. 권력자들 앞에서 침묵하라. 그들에게 굴종하라. 그것이 신변위협을 받지 않고 당신의 안전을 도모하는 길이며 적색수배를 피할 수 있는 길이다.

둘째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생각해 보자. 당신은 김수민 작가를 ‘이수역 사건 2차 가해자’라고 말하여 그의 명예를 훼손했다. 그것이 사실일지라도 대한민국에서는 인물을 특정하여 제3자가 들을 수 있는 공연성의 환경에서 그를 비난하면 명예훼손이 된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 사회에 너무나 흔한 사건으로서 ‘사회적 중요범죄’로 보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구준표와 이름이 같은 정치인’을 장자연 리스트에서 보았다고 말한 것이다. 당신이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증언한 후 홍준표 의원은 과거사진상조사단의 검사로부터 장자연 리스트에 이름이 있었다는 진술이 있으니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즉각 당신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홍준표 의원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인물이고 그가 당신을 범죄 혐의로 고발했다는 것은 당신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범죄’ 혐의가 있음을 보여준다. 당신이 설령 장자연 리스트에서 ‘홍준표’라는 이름을 보았다 하더라도 그것을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말해서는 안 되었다. 그 이름을 우회적 방법으로라도 시민단체에서 말해서는 안 되었다. 권력자들은 그것을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받아들이며 사법적 보복을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해도 범죄가 될 수 있다. 권력자들의 탈법이나 부패에 대한 증언은 언제든지 명예훼손이나 무고로 단죄될 수 있음을 명심하라. 침묵하라, 침묵하라, 침묵하라! 

이렇게 ‘사회적 중요범죄’로 규정된 두 가지 혐의는 가해권력자들의 불의에 대해 증언을 하지 않도록, 침묵하도록 만드는 효과를 가져 온다. 가해권력자들에 대한 증언이 명예훼손죄로 제소될 수 있으며 후원금 모금을 통해 가해권력자들의 보복으로부터 증언자의 신체를 방어하기 위한 노력은 사기죄로 제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정의 실현의 노력이 사법에 의해 부정의로, 범죄로 정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 기자, 작가와 같은 전문가들, 신문사, 방송사, 통신사 같은 언론사들, SNS 계정주 같은 시민사회 행위자들만이 아니라 경찰, 검찰, 법원, 정당, 그리고 국회의원 같은 국가권력의 기구들이 가해권력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 즉 ‘증언자의 범죄화’를 위한 총력전을 전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맥락에서 보면 “경찰청 자체 기준에 비춰 봐도 윤씨 사건이 사회적 파장이 크고, 수사 요구가 높은 사안인 만큼 중요사범으로 볼 수 있다”는 경찰관계자의 설명은 증언자의 고립과 범죄화를 위해 가해권력이 주도하는 이러한 전 사회적 총력전의 하나의 전술단위처럼 들린다. 왜 이렇게 들리는 것일까? 

촛불시민들은 윤지오가 증언한 권력형 성폭력 범죄 혐의를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으로 보고 그것에 대한 수사와 재수사 요구를 높이 제기했다. 그런데 경찰은 지난 10년간 이 요구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행동했다. 그 결과가 2009년 KBS의 장자연 문건 보도 이후의 수사에서 성범죄를 비롯한 다양한 범죄 혐의의 대상으로 떠올랐던 가해권력자들이 무혐의 처분된 것이고 2018년에 재개된 과거사 재조사가 혐의자들에 대한 재수사로 연결되지 않게 된 것이다. 촛불시민의 요구와 정반대되는 방향에서 가해권력자들은 윤지오가 행한 증언 자체와 그에 따른 부대 행위들(후원금, 숙소제공 등)을 ‘사회적 파장이 큰’ 범죄 혐의로 정죄하면서 지난 수 개월간 그에 대한 수사 요구를 ‘높이’ 제기해 왔다. 그 결과가 윤지오에게 열 가지 이상의 고소고발장이 날아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앞서 언급한 경찰관계자는 정확히 가해권력자들과 동일한 입장과 방향에서 윤지오의 증언행위를 바라보면서 그것을 범죄화하라는 가해권력자들의 시각과 요구를 고스란히 ‘경찰청 자체’의 시각과 요구로 대변하고 있다. 요컨대 경찰 관계자가 말하는 범죄 혐의의 ‘사회적 중요성’ 평가가 촛불시민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가해권력자들의 입장에서 내려지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증여혐오: 김수민의 “사기야!”의 경우(7)

나가며

지금까지 우리는 김수민의 증여 혐오 감성을 사례로 증여사회와 교환사회의 관계에 대해 고찰했다. 교환사회에서도 증여관계는 소멸되지 않는다. 심지어 증여관계는 교환사회의 바탕에서 교환의 가능조건을 제공하고 교환사회의 한계를 보충하며 교환사회를 넘어 도래할 사회에 대한 상상을 제공한다. 김수민은 증여사회에 한 발을 딛고 있으면서도 관념상에서 증여를 부정하고 특히 화폐적 형태의 증여(후원금)에 대해서는 혐오 알레르기를 보인다. 이수역 사건 피해 여성, 고 장자연 사건 증언자 윤지오가 후원금과 관련되자마자 김수민은 ‘사기야!’를 외쳤다. 그는 증여관계의 실재를 부정하고 교환관계만을 유일하게 합법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시장근본주의적 태도를 보였다. 김수민의 변호인을 자청한 박훈의 사회주의도 이 시장근본주의, 즉 교환지상주의에서 멀지 않다는 것은 양자의 협력관계를 통해 반증된다. 그런데 이들의 경우에는 관념과 정동 사이에 괴리가 있고 모순이 있다. 이들과 달리 5월 이후 윤지오에 대한 고소고발에 나선 최나리, 강연재(홍준표), 박민석 등은 시장근본주의를 의식적으로 추구하는 뉴라이트적 태도 속에서 사건을 바라본다.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사건은 더욱 철저해진다.  

김수민의 세 번째 “사기야!”와 그 이후의 행보, 그리고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태들은 시장근본주의가 교환의 가상 아래에서 본질적으로는 진정한 사기행각을 벌이는 체제임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사칭은 언론사와의 교환 계약을 통해 합법화된다. 즉 누구든 돈만 내기만 하면 의사, 부동산투자자문가, 교수, 기자 그 무엇으로도 될 수 있다. 언론이 돈을 주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 사람이 누구이건 뭘 하는 사람이건 그가 원하는 바로 그 직업의 사람이라고 기사홍보를 해주기 때문이다. 내가 ‘X’라고 사칭할 필요가 없다. 언론이 화폐와의 교환 조건으로 내가 말하는 것을 사칭해 주기 때문이다. 성폭력을 한 사람도 돈만 내기만 하면 무죄의 사람으로 세탁될 수 있다. 피해자나 증언자 같은 무죄의 사람도 언론과 변호사에게 돈만 내기만 하면 가해자, 사기꾼 같은 유죄의 인간으로 만들 수 있다. 증여에 대한 혐오를 기초로 드높아진 김수민의 교환에의 열정은 이처럼 폭력, 절도, 사기 등 등가교환이 추방하고자 했던 모든 어두운 관계들과 행동들을 뒷문으로 불러들이는 열정임이 드러난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증여사회에서 교환사회로의 이행이 시초축적을 위해 생산수단으로부터 생산자를 분리시키는 국가권력의 사기적 입법 폭력, 무자비한 엔클로져(enclosure) 폭력, 그리고 여성을 수천년 걸쳐 익숙해진 생활환경에서 분리시키고 남성에게 종속시키는 마녀사냥 폭력 등에 의해 강제되었음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교환사회가 폭력, 강탈, 사기에 의해 탄생했던 만큼 그것의 지속과 재생산도 교환의 탈을 쓴 폭력, 강탈, 사기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증여혐오: 김수민의 “사기야!”의 경우(6)

“사기야!”의 종국과 본질

증여-수증-증여의 호혜적 순환은 자본주의적 상품사회와는 별개의 논리와 메커니즘을 갖고 가동되는 다른 질서다. 증여관계는 오늘날 자본주의적 시장사회의 바탕에서 시장질서의 한계를 보충하는 보조적 기능을 담당하는 데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증여관계는 언젠가 시장질서가 더 완전해지면 사라질 그 무엇으로 인식되곤 한다. 하지만 그 반대가 진실일지도 모른다. 등가의 시장질서야 말로 가치로 측정할 수 없는 것들의 공통장, 즉 호혜적 증여관계 위에서 파생된 역사적으로 일시적인 질서일지 모른다. 증여의 공통장이 시장보다 더 근본적인 것일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은 시장질서가 점점 더 폭력, 수탈, 절도, 사기에 의해 지배되어가는 현대적 경향 속에서 좀더 분명해지는 것 같다. 시장의 완숙이 철저한 등가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아니라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철저한 부등가의 질서, 불평등의 질서, 사유화의 독재를 가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맑스의 생각을 참조하면 시장 질서 속에 과연 등가교환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었는지, 등가의 질서가  단 한 번이라도 성립한 적이 있었는지 의심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맑스는 우리가 등가교환으로 알고 있는 상품교환의 질서야 말로 부불노동의 절도라는 부등가교환을 그것의 내적 비밀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잉여가치, 이윤은 등가를 지불하지 않은 것이고 그것이 자본주의의 본질이다. 자본주의는 잉여가치의 절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질서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대의 시장이 점점 강탈, 절도, 사기에 의해 지배되어 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시장질서의 세포관계인 상품교환 그 자체가 애초부터 내포하고 있었던 부등가교환과 절도의 맹아가 만발하여 등가교환 질서를 침식하고 파괴하기에 이르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김수민은, ’윤지오의 귀국 목적은 증언이 아니라 돈과 명성이었다’ ‘윤지오는 자기홍보에 장자연을 이용했다.’’윤지오는 출판과 사업을 통해 돈을 모으려 했다’ ‘윤지오는 돈을 모으기 위해 위험을 과장했다’ ‘윤지오는 유가족의 뜻을 무시했고 유가족을 비난했으며 그들과 나눠야할 할 돈을 독차지했다.’ 등등의 말로 윤지오의 증언을 돈벌이를 위한 사기 수단으로 폄하했다. 김수민의 고발논리는 윤지오의 증언은 1억원 이상 화폐 후원금과 교환될 수 없고 또 교환되어서도 안 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김수민의 생각대로 그것이 ‘가식’과 ‘가짜’의 증언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 증언은 제로가치(0원)일 것이고 그러니 1억원과 교환될 수는 없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김수민은 시장근본주의적 인식 속에서 증언-증여라는 현상을 파악한다. 이러한 인식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는 10년 동안에 걸친 16번의 증언을 모두 돈을 목적으로 한 사기행동으로 만드는 불합리한 시간소급까지 행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은 고 장자연을 죽음에 이르게 한 재벌, 정치권, 언론계, 법조계, 연예계의 성폭력 권력이 문제가 아니라 ‘윤지오라는 새로운 권력이 문제다’라는 표적 바꾸기를 가져왔다. 이후 그는 ‘사기꾼’ 타도라는 구호 아래에서 윤지오를 죽이는 데 총력을 기울였고다. 김수민은 말로는 ‘장자연 사건이 희석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조선일보 SBS 등 장자연 사건과 연관된 이른바 ‘가해권력’과 손잡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김수민이 이 방송사들의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윤지오의 증언은 거짓이고 사기’라고 말할 때, 이 가해권력들은 확실한 면죄부를 얻고 장자연 사건의 본질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희석’시킬 수 있었다. 문제는 성폭력 가해권력이 아니라 윤지오의 증언 신빙성으로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사람들이 김수민을 가해권력이 증언 대오에 들여보낸 트로이의 목마로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김수민은 모순에 찬 자신의 증여 혐오를, 한 번은 이수역 피해 여성 그리고 또 한 번은 증언자 윤지오를 향해 표현했다. 이들을 돈벌이를 목적으로 한 사기행위자로 고발한 두 번의 행동이 그것이다. 이솝우화 속의 양치기 소년도 두 번 “늑대야!”라고 외쳤지만 그 소년은 늑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김수민은 자신이 사기꾼으로 고발한 사람들이 사기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이수역 사건에서 ㅎㅇ가 김수민에게 피해 여성이 사기를 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음에도 김수민은 모른체하며 이른바 “공론화”(피해여성측에서 보면 2차가해이자 무고)를 멈추지 않았다. 윤지오가 김수민에게 “당신이 나에 대해 행하는 것은 이수역 사건 피해여성에 대한 2차가해와 동일한 2차가해이자 무고”라고 알려주었음에도 김수민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 말이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이라 주장하며 변호사 박훈과 함께 고소를 했다. 김수민은 이들이 사기꾼이 ‘아님’을, 혹은 적어도 ‘아닐 수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 모른체한다. 이것은 결국 알고 모름, 즉 인식이 근본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을 무너뜨리고 처벌받게 하고 싶다는 의지, 욕망이 근본 문제임을 보여준다. 

양치기소년은 실제로 늑대가 몰려 온 세 번째 순간에도 “늑대야!”라고 외쳤지만 아무도 그 말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양들은 늑대의 먹잇감이 되었다. 김수민도 이 양치기 소년처럼 “사기야!”라고 외쳐야 하는 세 번째 계기를 맞게 된다. 서0혁이 나타나 슛맨과 손잡고 윤지오에 대한 유튜브 방송 까판을 벌렸을 때다. 김수민은 이들과 손잡고 윤지오 비난 까판에 합류했다. 하지만 얼마 뒤 김수민은 서0혁이 사칭 전문가임을 알게 된다. 김수민은 늘 그렇듯이 이들로부터 등을 돌리고 윤지오 까판을 슈퍼챗(후원금)을 얻는 데 이용한다며 다시 한 번 “사기야!”라고 외치게 된다. 이번에는 진짜 ‘늑대’가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김수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도리어 김수민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사기꾼과의 투쟁’이라는 미명하에, 한 번은 피해자를, 또 한 번은 증언자를 사기로 몰아 여론의 뭇매를 맞게 만듦으로써 가해자를 유리하게 만들었던 김수민의 “사기야!”는, 실제의 사칭 전문가가 나타났을 때에는 어떤 경보기능도 하지 못했으며 늑대들이 양들을 먹어치울 수 있도록, 즉 사칭과 사기가 여론을 지배할 수 있도록 활짝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피해자와 증언자를 사기꾼으로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독을 내뿜는 화기로 사용되었던 김수민의 인스타그램은, 드디어 진짜 사기가 나타났을 때에는 그것과 싸우는 무기로 기능하기는커녕 안온한 일상의 혼잣말로 돌아가 그 진짜 사기를 방조하는 평화로운 잡담장소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윤지오라는 새로운 권력’에 대한 고발의 본질이 진짜 가해권력을 돕는 것에 있었고, “사기야!”의 본질이 진짜 사기를 돕는 것에 있었음을 자백이라도 하려는 듯이.

증여혐오: 김수민의 “사기야!”의 경우(4)

윤지오의 증언을 사기로 둔갑시키기    

김수민이 인스타그램을 통한 2차 가해의 흔적을 지운 것은 자신이 이수역 피해여성을 사기꾼으로 몰아세움으로써 자신의 살길을 도모한다는 비난이 쏟아진 이후였다. 그로부터 몇 개월 뒤인 2019년 4월 23일 김수민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수역 사건에서의 ‘사기’ 혐의를 ‘공론화’(피해 여성 입장에서는 ‘무고’)하기 위해 기자와 변호사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한 바 있는 윤지오를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한다. 이 고소에서 김수민이 든 주요 고소사유는 윤지오가 자신을 “이수역 사건 2차 가해자”라고 “비난했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두 사람의 개인적 관계 차원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는 2019년 4월 16일  김수민이 “윤지오의 말은 100% 진실일까요?”라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윤지오의 고 장자연 사건에 대한 증언과 후원금 모집이 ‘사기’라고 비난하기 시작한 것이 파열의 시발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비난과 관련하여 윤지오는 김수민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이수역 피해 여성과 동일한 입장에 처했음을 깨닫고 김수민이 자신에 대한 2차 가해자인 것처럼 이수역 사건 피해 여성에 대한 2차 가해자라고 대응했다.

김수민은 윤지오와 수 개월 동안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어 왔고 2018년 12월에는 한 차례 윤지오를 만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수민은 윤지오와 도움을 서로 주고 받으면서 윤지오의 입장을 이해하고 받아주며 지지하는 “언니”로서의 역할을 맡는다.  2018년 11월 27일 이수역 사건과 관련해 윤지오로부터 JTBC 기자를 소개받은 후 김수민은 “지오야 진짜 고마워. (윤지오: 고맙긴요 한것도 없는데.) 왜 한게없어 이렇게 도움을 마니주는데. 우리 서로 지금처럼 서로에게 도움도 되고 의지도 하면서 좋은 인연으로 살아가자”고 말하는데 이 말이 두 사람의 관계와 분위기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윤지오도 이에 대한 화답으로 “앞으로 잘부탁해요 울수민언닝❤/난 늘 언니편이니까/힘내/우리 힘내자”고 말하고 다시 김수민도 “우린 의리! 나도 언제나 늘 너 편이야”라고 화답한다. 이러한 관계는 우리의 논의 맥락에서 보면 증여에서 증여로 이어지는 비적대적 증여관계이다. 서로 돕는 것은 교환의 관계가 아니며 서로가 필요로 하는 것을 주고 받는 증여-수증-답례의 반복적 순환을 통한 협력관계이기 때문이다.

이 협력관계의 파열을 사회적으로 선언하는 ‘윤지오씨 말은 100% 진일일까요?’가 나오기 전에 두 사람 사이의 이 증여적 협력관계가 위기에 처하는 두 번의 순간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 첫째 위기는 카톡을 통해 만난 두 사람이 오프라인에서 처음으로 만나기 위해 약속을 정할 때이다. 김수민이 12월 10일 윤지오를 만나기 위해 광주에서 서울로 온 것은 12월 9일이었다. 그런데 12월 10일 약속 당일 새벽 2시에 윤지오로부터 “언니 언제까지 서울에 있어요?”라는 문자가 와서 “언니 너땜에 올라왔지. 너보구내려갈거야 왜? 오늘 안볼려고?”라고 묻는다. 이에 윤지오는 “아 오늘만 잇다가 내일가요? 언니 일정이 어찌돼요? 몸이 안좋아서 ㅜㅜ 술을 못마실거같아서. 맛난거먹고 수다수다는 좋아요. 종검[종합검사: 인용자]하고 못쉬고 계속 사람들 만나가지고 ㅜㅜ”라고 답한다. 김수민이 관계의 단절까지 고려할 정도의 불쾌의 감정을 드러낸 것은 이 순간이다.

“언니 너랑 약속 아니였음 부산에서 바로 광주내려갔어 일부러 서울 가는 케텍스 시간때문에 부산에서 저녁까지 기다리다가 어제 12시에 서울도착한거야 언니는 안피곤할거같니? 넌 다른사람들하고의 약속은중요하고 언니하고 약속은안중요해? 니맘대로 미뤄도되는거야? 너14일까지 밖에 시간없다고해서 또 13,14는 너 약속있다고해서 피곤해도 얼굴이라도볼려고올라왔더니 이게무슨 행동이니 내가 너 보자고 사정하는거야? 언니기분매우안좋다 언니도 머리아픈일많고 안좋은일많고 너무피곤하고쉬고싶어도 그래도 지금아니면또못만나니까 힘들어도왔더니 너 약속당일날 이게 무슨태도야? 나랑 술안마시면 못보고 그러는거야?? 내가너한테 어떤 사람인지는모르겠으나 지금 너의 그런태도는 실수인거같다. 만나서 우리가 술먹는것밖에는할게없었니?? 그래?? 너는 그래서 언니를볼려고했어? 너 푹쉬고 볼일들보고 잘 돌아가라”

나의 몸도 마음도 좋지 않은 상태지만 나는 너와의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서울까지 어려운 걸음을 했는데 당일날 갑자기 약속을 변경하는 것은 나와의 약속을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보이고 이렇게 하는 것은 ‘실수’하는거다, 라는 지적이며 너를 더 이상 보지 않겠다는 절교선언이다. 이수역 피해 여성을 향해서도 김수민은 “날 후회하게 만들지마/당신들이 나와 많은 사람들을 속인거라면/큰 실수한거야.”라고 말했었다. 이에 윤지오는 이렇게 대응한다. 

“언니 너무 극단적으로 말하시는거같아요. 언니에게도 상황이있듯이 저도 상황이라는게 있고 당연히 언니가 저보러온것도 고맙고 언니를 술마시면 보고 안마시면 못보고 이런게아니라 위에다보면 언니 내일가는지 일정이 어떤지 물어보고 종검후에 사람들 계속만나서 술못마셔서 맛난거먹고 얘기하는거 좋다고한거에요. 저도 제일이 사건자체도 크고 저는 10년을 넘게 겪어오고 이번에 판사도 판결안하고 또 넘겨주고 귀국전에도 그렇고 언니도 이수역일로 힘드신거 알기에 저도 기자나 변호사 연락하는거 저도 도우려했고 언니 가족분들이랑 시간보내시고 그런 일정도 있으시니까 컨디션좋을때 좀 쉬다가 보던지 아니면 오늘 가볍게보던지 하려했던거고요 언니야 말로 절 어찌생각하는지 모르겠네요. 아직 절 한번도 보시지 못한상태에서 문자 몇개로 너는 그런애구나라고 판단하고 말하시는거에 저는 더 상처받았어요”

윤지오가 만나지 못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만나서 수다를 떠는 것은 좋은데 술을 마셔야 할 것 같으면 날짜를 바꾸고 싶은데 일정이 되는지 물었던 것은 대화맥락에서 분명하다. 김수민이 윤지오의 이 질문을 “오늘은 못만나겠으니 일정을 바꾸자”고 한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즉 ‘실수’는 오히려 김수민 편에 있었다. 김수민은 자신의 이 ‘실수’에 대해 다른 정황을 들어 변명한다.

“언니 오래된팬이 내가 정말 믿었던사람인데 언니친분을이용해서 뒤에서 내 지인들과 사람들에게 돈을요구했다는 소식을 알았다 지금 확인된사람들만5명이넘어 손이떨린다 언니가 충격도크고 오늘 대표가 회사로찾아가봤는데 그런회사도없고 언니도 진짜마니힘들다 언니때문에 상처받았다면 미안하다 널 상처주려고한게아닌데 지금 내가 많이 예민해져있어서 그런가보다 미안하다지오야 언니가 흥분을해서”

믿었던 사람의 “사기” 행각 때문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윤지오에게 상처를 주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과인 셈이다. 그런데 김수민이 “사기”라고 판단하여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 사건도 당사자가 김수민을 반박하는 글을 올려 이수역 사건과 동일한 논쟁 상황 속으로 들어갔고 이 때문에 김수민이 “머리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비활성화한 점을 고려하면, 김수민이 윤지오에게 처음에 했던 말, 즉 자신의 팬으로서 자신이 믿었던 그 사람이 자신과의 친분을 이용해 사기행각을 벌였다는 주장은 비판적으로 분석될 필요가 있는 주장으로 보인다. 아무튼 이 위기는 김수민이 사과하고 윤지오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파국에 이르지 않고 넘어갔고 두 사람은 만나서 첫 만남(이자 마지막이 될 만남)을 가졌다. 

그런데 두 번째 위기는 바로 파국으로 이어졌다. 시점은 2019년 3월 7일[한국시간 3월 8일]이다. 윤지오가 김수민에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윤지오 씨 신변보호 요청” 청원글 링크를 김수민에게 알려주고 동의서명을 해 줄 것을 요청한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고 우리의 주제 안에서는 내가 당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리는 “증여”의 요청이다. 이에 대해 김수민은 이렇게 답한다. 

“너는 언니 연락을 두번이나 계속 씹더니 니할말만 딱 하러 나한테 톡 보내니?? 그리고 글에 페미 저격글을 그대로 올렸던데 너 나보라고 쓴 글이야?? 너는 니가 필요하고 뭐가 궁금할땐 신나게 연락하더니 너 다른 사람한테도 이런식으로 연락하니?? 니할말만 딱 내뱉어?? 내가 너 부탁들어주고 모른거있음 알켜주고 그런 사람이야? 나한테 글 올려주란 부탁을 참 쉽게도한다 너 ㅎㅎ 일 잘봐라”

이 대화 전에 김수민이 두 번 카톡 메시지를 보냈고 윤지오의 응답이 없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한번은 3월 5일에 “책 온라인판매시작한거야?”라고 물었고 또 한 번은 3월 7일에 “8시뉴스 인터뷰한거봤어 한국나오자마자 계속 인터뷰하고다니느라 진빠지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 메시지에서 김수민도 말하고 있듯이 장자연 10주기인 이 시기에 윤지오는 매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윤지오는 그 상황을 “저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시차적응할 시간도 갖지 않은채 ‘김어준 뉴스공장’생방송 인터뷰에 임했습니다. 그후 어제 자연언니의 10주기에 맞춰 ‘김현정의 뉴스쇼’, ‘이이제이’, ‘SBS 8시 뉴스’, ‘KBS 9시 뉴스’ ‘연예가 중계’에 생방송과 녹화촬영을 진행하였습니다. 공중파와 종편을 포함하여 2곳의 언론사를 제외하곤 연예소식을 전하는 매체부터 각종 매체에서 출연제의를 받았습니다.”라고 3월 7일[8일] 인스타그램에서 묘사한 바 있다. 

이러한 일정과 증언행동에 대한 두 가지 반응이 있었다. 하나는 “더러운년. 최소한 고인의 아픔을 덜어주는게.? 고인을 니 야욕에 이용하지 말라. 더불어 정치액션 그만둬”(sim1****) “시체팔이 그만해라”(thde****), “장자연이는 죽어서도 좌빨들 노리개 신세로구나 ㅎㅎㅎㅎㅎㅎㅎ!!~*”(inte****) “책 홍보하러 나오셨나봐요~그저 좋게만은 안보이네요”(show****) 방향의 비난반응이고 또 하나는 “미투 어쩌구저쩌구 하던 여성가족부 한 마디도 없네 신변보호라도 해줘야 하는거 아니니 세금 축내면서”(kol3****) “정말 큰 용기가 필요햇겟다. 이렇게 거악에 맞선 사람들은 국가차원에서 신변을 보호하고 보복이 잇을시엔 가중처벌을 해야 한다”(tlag****) “이분 대단하시네 신변보호확실히재줘라 이 썩어빠진 나라야”(ckj8****) 방향의 지지반응이다. 모두 3월 7일[8일] 전후 하루 이틀 사이의 반응이다. 

이런 두 가지(가해권력중심주의적 반응과 피해자중심적 반응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반응 방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윤지오는 김수민의 반응을 본 후 김수민이 자신을 ‘전혀 배려하고 있지 않다’는 판단에 이르게 된다. 

“언니 말을 좀 너무 쉽게하시네요. (….) 저는 잠한숨 못잔체 인터뷰 7개를 했고요. 언니야 말로 제 신상을 올리기도전에 제 얼굴을 올리시고 응원글을 올리겠다고하셨었고 이번에 제 동의도 없이 글이 아닌 함께 찍은 사진도 올리셨는데 기분이 내키지 않았지만 아무말하지 않았습니다. 말씀 그렇게 함부로 하시는거 아닙니다. 절 전혀 배려하시지 않음을 잘 알게되었고요. 지금 제가 처한 상황을 한번이라도 생각하셨더라면 저런 말씀은 안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첫번째 위기 순간과는 달리, 이 두 번째 위기 순간에는 윤지오의 이런 항변이 김수민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도리어 이 순간 김수민은 위에서 언급한 첫 번째 가해권력중심주의적 반응 방향을 취하면서 윤지오에 대한 비난자로 변신한다.

“그리고 너가 10년동안 계속 숨어지냈다고 말하는거 좀 웃기지않니. 너랑 나랑 나눈 대화들이 있는데 책 홍보도 좋다지만 너 나한테 장자연이랑 그렇게 깊이 친하지는않았다고 말했는데 그냥 너가 어려서 널 애기야라고 불렀다고 넌 위약금내고 나간후에는 모른다고 말하더니 너 방송에서나 인터뷰에서나하는말들보니 좀 가식이 많이느껴지더라 너 그리고 니 신상을 올리기도전에 니 얼굴을 올렸다고 이미 너 인스타 프로필 네이버에 다 떠있는거 보고올린거다 내가 사진밑에쓴말은 안읽었니? 그리고 방송은 니 욕심에서 하는거아냐?? 솔직해져라. 니가 니욕심이없다고 장자연만을 위해서라고 니모든걸걸고 말할수 있어?? 사람이 가식이느껴지는건 어쩔수가없더라 일보고가라 그리고 니 사진은 지울란다.”

이에 대해 윤지오가 “절 생각하는 지인들은 함부로 연락조차하기 어려워하고 상황이 정리될 때 연락을 달라고합니다.언니가 변호사의 도움을 필요하다고 말씀한 순간에 제가 어떤상황이었는지 알고도 계셨고 제 상황도 버거웠지만 도움드렸고요. … 언니? 말 앞뒤 자르고 그렇게 인식하시는거 아니에요. 저는 누굴 위해 단한번이라도 증언하신적있나요? 법적인 공방과 지난 사건으로 언니가 함부러 말하는 바람에 언니는 스트레스 많이 받고 함구했고 저는 그런 경솔한 행동에도 도우려했습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소용이 없다. “ㅎㅎㅎ 가식이나그만떨어라 못봐주겠다 너랑나랑 지금껏 나눴던대화들 톡 공개하면 볼만하겠네ㅎㅎ죽은사람가지고 니 홍보에 그만 이용해라”가 답이었다. 윤지오는 김수민이 “영리하게”라는 말을 오독하여 악용하고 있음을 느끼고 “위에 말한것은 그 이슈를 이용해서 영리하게 그간 못했던 말을 한다고 했도[고] 그러고 있어요”라고 해명해 보지만 역시 돌아온 것은 “ㅎㅎㅎ”였다.

이 대화 속에 이후 윤지오에 대한 마녀사냥에 사용되는 기본 프레임의 상당 부분이 제시된다. (1)10년동안 계속 숨어지냈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2)고인이 된 장자연을 이용하여 책을 홍보한다. (3)장자연과 윤지오는 깊이 친하지 않았다 (4)윤지오가 자신의 욕망을 위해 방송과 인터뷰를 한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윤지오가 자신의 이익(돈벌이)을 위해 가식을 떨고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김수민의 감정적 반응에서 시작하여 결별과 적대에 이르는 이 대화는 3월 7일[8일] 불과 10분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고 김수민이 “8시뉴스 인터뷰한거봤어 한국나오자마자 계속 인터뷰하고다니느라 진빠지겠다”고 (공감이 담긴 메시지를 보낸 때로부터) 불과 16시간 정도 뒤에 벌어진 대화이다. 이 짧은 시간 동안에 김수민의 관점은 180도 뒤바뀌어 지지자에서 비난자로 돌변한다. 이것이 이수역 사건 피해 여성에 대해 보인 돌변에 이어 김수민이 보인 두 번째 돌변이다.

첫 번째 돌변과 더불어 김수민이 이수역 사건 여성 피해자에게 ‘피해자를 빙자한 사기’ 혐의를 씌웠듯이 두 번째 돌변과 더불어 김수민은 윤지오에게 ‘고인을 이용한 사기’ 혐의를 씌운다. 이 비난 작업은 2019년 4월 16일 SNS에 올린 ‘윤지오씨 말은 100% 진실일까요’에서 본격화되어 이후 수 개월간 지속적으로 그리고 점점 강도 높게 이루어진다. 이수역 사건 피해 여성에 대해서 김수민은 그 후원금 모집의 비공개성, 비밀성을 사기의 단서라고 고발했는데 윤지오를 사기로 문제삼기 위해 김수민은 윤지오의 증언이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려 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글에서 다음처럼, 즉 (1)윤지오는 장자연에 관해 증언할 만큼 친하지 않았다.(왜냐하면 윤지오가, 자기는 장자연이랑 친하지 않았다고, 어울리지도 않았고, 개인적 연락도 없었다고 말했으며 장자연이 겪은 경험을 자기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2) 윤지오는 장자연 문건을 본 적이 없다.(왜냐하면 윤지오가 경찰 조사를 받는 중에 책상에 놓여 있는 문서를 우연히 봤다고 말했으며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도 거기서 봤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3) 윤지오는 장자연 사건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왜냐하면 윤지오가 진상조사단과의 대화에서 김종승이 장자연씨 추행한 것이나 방00 얼굴 본 날짜 장소 상황에 대해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기 때문이다.)고 씀으로써 윤지오의 증언이 거짓말이라는 극단적 주장을 하기에 이른다. 

증여혐오: 김수민의 “사기야!”의 경우(3)

이수역 사건 피해 여성이 후원금을 요청한 실제 이유

우선 우리는 당시 김수민 및 피해 여성측 사이에서 양자 모두와 소통할 수 있었던 ㅎㅇ의 반응을 통해 사건의 진실에 한 걸음 접근해 갈 수 있다. ㅎㅇ은 맨 처음 김수민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는, 피해여성의 후원금 요구가 합리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며 김수민의 생각에 공감하는 대화를 나누었다.  김수민이 피해 여성으로부터 받은 후원금 요청 메시지를 ㅎㅇ과 공유하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ㅎㅇ도, 개인후원을 비밀리에 요청한다는 것이 이상하고 변호사가 공개모금한 돈으로는 수임을 받을 수 없고 비밀모금한 돈으로는 수임을 받겠다고 한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반응한 것이다. 하지만 ㅎㅇ은 김수민보다는 신중하게 피해여성들과 함께 일해온 지인에게 사정을 더 알아보고 연락하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연락이 도착하기도 전에 김수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피해 여성의 후원금 요청을 ‘사기’로 보는 자신의 주관적 해석을 공개해 버린다. 위에 인용한 구절이 그것이다. ㅎㅇ은 이 공개가 문제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김수민에게 자신이 파악한 내용을 말해 준다. 피해 여성과 함께 일해온 지인이 “변호사가 사회적으로 격렬한 쟁점이 되고 있는 문제에서 공개리에 모금을 하여 자신이 변호사임이 공개되면 여론상 사건을 수임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이 사실이고 이런 사정 때문에 첫 변호사가 사임하여 두 번째 변호사를 선임하는 방법으로 비밀, 개인 후원 방법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말했음을 알려주면서 ㅎㅇ은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글을 보관으로 돌려 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이 요청을 거부하고 김수민은 그 글의 공개를 (일정 시간 동안) 유지한다.

이 글을 읽고 개인 후원금 메시지를 보냈던 피해 여성이 이 사태와 관련하여 김수민에게 보낸 메시지는 이 사태의 진상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직접적 증언의 목소리이다.

“작가님 께서 올리신 새로운 인스타 피드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드린 메세지가 오해를 살 수도 있었겠다 하는 생각에 해명을 해야 할 것 같아 다시 메세지 드립니다. 그간 있었던 무수한 일들을 짧은 메세지로 축약해 보내는 과정에서 저희의 상황이나 의도가 온전히 전달 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간과했습니다. 많이 당황스럽고 부담스러우셨을 수도 있단 생각이 들어 정말 죄송합니다. 혹시 의아하신 점이나 짚고 넘어 가고 싶으신 점 등이 있다면 얼마든지 연락주십시오. 저희는 모든 이야기를 가감없이 솔직하게 해 드릴 수 있습니다. 작가님께 부담이나 스트레스를 남겨드릴 마음은 전혀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불쾌하시거나 오해를 살만한 점이 있었다면 대화를 나누면서 자세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여기에서 피해 여성은 자신들의 불찰로 오해의 소지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당황스럽고 부담스러우셨을 수도 있단 생각이 들어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며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고 싶으니 연락을 달라고 말한다. 

제3자인 ㅎㅇ의 사태조사(즉 지인의 말)와 피해자의 직접적 해명은 일치한다. 만약 이 해명이 사실이라면 김수민이 여성 피해자를 2차 가해하는 상황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여성 피해자는 앞서 본 바처럼 김수민을 비판하기보다 자신의 불찰을 성찰하고 사과와 대화를 통한 오해풀기를 제안한다. 

지금까지 여성측이 남성측을 가해자로 몰면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해 왔다고 주장해온 남성측 지지자들도 김수민의 이러한 돌변을 반겨 하지만은 않았다. 그들은 김수민이 이수역 사건의 당사자 여성을 사기꾼으로 몰면서 자신은 빠져 나가고 사건 당사자 여성에게 독박을 씌운다는 식으로 반응했다. 

“그니까 ..어쨌든 작가란 X도 병신짓 했고 이제서야 깨달아서 이래나 저래나 까발려지면 매장 될 판인데 좀 살 수 있는 루트 만들어서 자기는 쏙 빠져나가고 저 이수역 X들이 다 독박 씌우겠다 이거네???”

김수민으로서는 난처한 반응들이 이렇게 연속된 것이다. 이것은, 자신이 피해 여성에게 제공한 언어적 증여가 답례로 보답 받기는 커녕 오히려 추가의 화폐 증여 요구로 이어졌다고 느끼면서 언론 제보와 인스타그램 피드 공개로 대응한 것이 가져온 응보였는지 모른다. 어쨌든 여기에서 우리는 화폐 증여에 대한 김수민의 혐오 반응을 읽을 수 있다.  김수민은 요청 받지도 않은 언어적 증여를 피해 여성을 위해 자발적으로 제공한 바 있다. 그런데 왜 요청까지 받은 화폐 증여는 결코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는 식의 혐오 반응을 보인 것일까?

피해 여성이 김수민에게 해명과 사과 및 당부를 담은 위의 메시지를 보낸 후 김수민이 이에 응답한 글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암시해 준다.  

“네 많이 불쾌하고 혼란스러웠습니다. 공식적인 후원도 아닌 갑자기 디엠을 보내와서 계좌번호 던져 주고는 후원 부탁한다 대신 침묵해 달라 알려져선 안 된다 주변 사람에게 이야기를 전달해 달라 부담 없이 읽어달라는 건 무슨 뜻이죠 저한테는 듣는 순간 부담이 무척 되더군요 그거 알죠 그쪽과 저랑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입니다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그리고 저도 당신들을 위해 싸워주고 분노해 주고 해명해 주는 거 변호사 모금을 후원해 주는 거 이중에서 그 어떤 것도 당연한 건 없습니다 단지 같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당신들 편을 드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당신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고 무조건 억울한 피해자라고도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당신들이 잘해서 그렇게 당신들을 위해 글을 쓰고 해명하려고 노력하고 당신들 편을 들어주는 게 아니란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딱하나 분명 서로 잘못은 있지만 어찌됐던 여자는남자 보다 약자고 그쪽은 수가 더 많았고 남자쪽은 다친 것이 없었고…”

여기서 김수민이 피해 여성측을 “사기”로 보는 글을 올려 ‘공론화(?)’한 것을 정당화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원래 피해 여성측에도 잘못이 있었다는 것이다. 즉 과실은 쌍방에 있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공식 후원 형식을 따르지 않는 후원 요청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표명함으로써 김수민은 이제 이수역 사건 여성측의 내부고발자가 된다. 여성측에게도 잘못이 있음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여성측이 피해자를  가장한 사기꾼일 수 있다는 생각을 퍼뜨리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김수민의 이 내고고발로 인해 피해 여성들은 사기꾼의 누명을 뒤집어 쓰고 여론의 질타를 받게 된다. 

그런데 피해 여성들의 입장에서 첫째 이유는 쟁점사항이지만, 둘째 이유는 참으로 억울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후원금을 비공개로 모금했던 것은 첫 번째로 선임된 변호사가 사임하고 새로 변호사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변호사들이 공개모금 방식을 거부한 데 따른 불가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대체 애초 피해 여성이 보낸 디엠이 어떠했길래 김수민은 “공식적인 후원도 아닌 갑자기 디엠을 보내와서 계좌번호 던져 주고는 후원 부탁한다 대신 침묵해 달라 알려져선 안 된다 주변 사람에게 이야기를 전달해 달라 부담 없이 읽어달라는 건 무슨 뜻이죠”라고까지 반응한 것일까? 김수민 작가에게 피해 여성측에서 보낸 애초의 인스타그램 디엠은 다음과 같다.

“부끄럽지만 현재 저희에게 도움을 주시겠다는 분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공식 모금을 열지 못했습니다 변호사들이 모두 사건에 쏠린 여론, 변호사로서의 이후 본인 커리어에 영향을 줄 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모금을 통한 변호사 선임을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변호사 선임, 치료비 등 그간 약 8백만원에서 10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본인이나 최측근들이 부담할 수밖에 없었던 열악한 상황이었습니다 현재 변호사를 재선임 해야 하는데 역시 공개적인 모금을 원치 않으며 모금이 없어야 변호사 선임 가능성이 조금 더 올라 갑니다 하지만 말씀드린 바와 같이 금전적인 문제의 큰 어려움을 격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몸을 추스린 저희가 직접 한분 한분께 연락을 드리며 도움을 요청 하는 중입니다 비용에 대한 부분은 투명하게 진행 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 갑작스러운 긴 텍스트에 놀라셨겠지만 금전적 후원이 가능하시다면 도움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조심스럽게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 모금과정이 누설되면 저희측의 변호사 선임이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져 비밀 엄수를 꼭 부탁드립니다 더불어 조금 모순되는 말이지만 주변에 정말 신뢰 가능한 분들이 계시다면 저희 이야기를 전달해주실 수 있을까요 계좌는 시티은행…”

읽은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를 수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이 디엠에는 비공개 방식의 사적 후원 방식을 선택한 이유가 분명하게 서술되어 있다.  처음에 김수민의 이야기를 듣고 김수민의 말에 공감했던 ㅎㅇ도, 이러한 방식의 후원금 요청이 ‘사기’가 아니라 불가피한 사정에 의해 선택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것을 열심히 김수민에게 설명해 준다. 사실을 확인해 보니 피해 여성들이 사기를 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보았던 자신의 처음의 의심이 사실과 다르고 오히려 피해 여성이 처음 김수민 작가에게 보낸 메일의 문구 그대로가 사실이라고 말이다.  

“이수역 피해자분들이 지금 여러가지로 언론도 그 누구도 못믿고 일이 틀어질까봐 걱정도 되고 또 이런 식으로 선임을 거부할까봐 최대한 몸사리며 하고 있는 중이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고, 사기나 이용하려던 건 정말 아니라고 하는데 이 분은 제가 개인적으로 많이 만나고 하는 분이라 신뢰도가 있거든요. 작가님도 많이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우셨겠지만 그쪽에서 답장이 올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줄 수 있으실까요?ㅠ”

이런 조사를 기초로 ㅎㅇ이, (자신과 김수민의 오해와는 달리) 피해 여성들이 변호사 선임했다가 계약 파기되고 재선임하고 있는 것이 사실로 보이니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을 보관으로 돌려달라고 요청하지만 이에 대한 김수민의 응답은 냉담하고 확고하다. 

“공론화하는 게 맞는 거 같아서요. 침묵해 주는 게 옳지 않는 것같아요. 그럼 그들은 뒤에서 계속 그렇게 비밀스럽게 돈을 달라는 메시지를 보낼 것이고 사람들한테 피해자든 뭐든 분명 저건 옳지 않아요.”

“피해자든 뭐든 분명 저건 옳지 않아요”라는 말은 사실보다 규범이 우선이라는 자신의 확신을 표현한다. 이렇게 시간을 두고 기다리면서 사실을 더 확인해야 할 순간에 자신의 주관적 규범을 앞세움으로써, 김수민은 이수역 사건 여성 피해자들에 대한 지지자, 언어적 증여자에서 ‘내부고발자’ 형식의 ‘2차 가해자’로 변신한다. 

이 변신의 순간에 김수민이 피해 여성에 대한 자신의 이전의 지지가 “증여”였음을 분명히 밝히는 것은 흥미롭다. 앞서 말한 지지의 세 가지 성격 중 ‘자기실현’이나 ‘연대’의 성격을 제외시키고 ‘증여’의 성격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그쪽과 저랑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입니다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그리고 저도 당신들을 위해 싸워주고 분노해 주고 해명해 주는 거 변호사 모금을 후원해 주는 거 이중에서 그 어떤 것도 당연한 건 없습니다.”에서 “주다”(증여)는 네 번 등장한다. “싸워 주고, 분노해 주고, 해명해 주고, 후원해 주다”가 그것이다. 감정의 증여, 해명의 증여, 투쟁의 증여, 후원금의 증여. 

이 네 가지 증여 중 “당연한 건 없습니다”라는 말은 무엇인가? 증여에는 일정한 답례의 의무가 따른다는 것이다. 자신은 이미 분노의 증여, 해명의 증여, 투쟁의 증여를 했다. 그런데 수증자로부터 돌아온 것이 답례증여이기는커녕 추가의 증여, 그것도 화폐 증여에 대한 요구였다. 현대 사회에서 화폐는 교환수단이며 교환수단이기 때문에 지불수단, 축장수단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그것이 증여수단일 수 있을까? 김수민은 이에 부정적으로 답한다. 화폐는 증여의 수단이 아니다. 이런 관점 때문에 김수민은 화폐적 형태의 후원금 요구를 ‘사기’로 파악하면서 그 요구를 거부할 뿐만 아니라 피해 여성을 ‘사기 가해자’로 묘사하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하기에 이른다.

증여혐오: 김수민의 “사기야!”의 경우(1)

들어가며

‘증여(贈與)’를 순우리말로 표현하면 ‘주다’라는 뜻이다. 영어에서 증여를 뜻하는 ‘gift’도 주다는 뜻의 ‘give’에서 나온다. ‘주다’는 물건, 시간, 자격, 권리, 역할, 지식, 감정, 경고, 암시, 마음 등 물질적이거나 비물질적인 것을 넘겨주어 그것을 누리거나 느끼게 하는 행동을 지칭한다.  이 말은 ‘투자하다’, ‘기부하다’ 등의 (준)경제적 행동; ‘수여하다’, ‘하사하다’, ‘상납하다’, ‘선사하다’ 등의 사회적 행동; ‘투여하다’, ‘베풀다’ 등의 윤리적 행동과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주다’는 ‘얻다’나 ‘뺏다’보다는 ‘받다’에 대응한다. 우리말 ‘받다’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것을 받치는 모양을 암시한다. 즉 ‘받다’는 물질적 비물질적 은혜를 입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에 돌려주어야 할 책무, 즉 ‘갚’을 의무를 어느 정도 함축한다.

‘주다-받다-갚다’의 연쇄는 근대 이전의 시대에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원리, 아니 기본적 원리였다.  마르셸 모스는 이것을 ‘증여-수증-답례’의 순환적 반복연쇄라고 표현했다. 여기서 답례는 새로운 증여이기 때문에 이로부터 새로운 수증과 새로운 답례의 순환이 촉발되기 때문이다. 얼핏보면 증여사회를 구성하는 이 원리는 근대 이후 사회의 교환원리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교환사회에서도 상품을 주고 화폐를 받으며 화폐를 주고 상품을 받는 C-M-C의 부단한 순환이 관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여사회와 교환사회 사이에서 주고-받음은 두 가지 커다란 차이가 있다. 증여사회에서 주고-받음은 계약한 두 당사자간의 주고 받음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에게서 받은 것을 공동체 내의 다른 사람에게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고 받음이 개인들(계약 당사자들) 사이의 주고-받음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들 속에서의 주고-받음으로 이해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차이가 있다. 교환사회에서는 주는 것과 받는 것은 등가여야 한다는 원리가 작동함에 반해 증여사회에서 주는 것과 받는 것이 같게 되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주는 것과 받는 것이 다르고 부등가일 때 오히려 의미를 갖는 것이 증여였다. 증여사회의 후기에 관찰되는 포틀래치 경쟁은 이 다름의 원리가 받은 것보다 경쟁적으로 더 많은 것을 줌으로써 자신의 명예 및 권력 상의 우위를 확인하려는 문화로 될 때 나타나는 역사적으로 특수한 증여형식이었다.

이 자리는 증여사회가 어떻게 교환사회로 이행했는지에 대해서 논할 자리는 아니다. 다만 이 문제를 이해하는 데에는 맑스의 시초축적에 대한 분석(<자본론>)이나 실비아 페데리치의 마녀사냥에 대한 분석(<캘리번과 마녀>), 정신병원 감옥 임상의학 등의 탄생에 관한 푸코의 분석(<광기의 역사>, <감시와 처벌>, <임상의학의 탄생>) 등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만 언급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이 저자들은 한결같이 이 이행이 자연스럽고 순조로운 이행과정이 아니라 입법만이 아니라 총칼이나 감금, 화형식과 같은 군사적 사회적 종교적 폭력을 동원한 과정이었다고 서술한다. 사람들을 교환사회 질서에 순응하도록 만들기 위해 증여사회의 인지양식, 문화, 관습에 대한 대대적 공격이 필요했다. 증여에 대한 혐오가 그것인데, 부등가의 교통형식인 증여는 등가교환의 질서를 안착시키지 못하도록 막는 장애물이었기 때문이다.  증여혐오는 증여질서의 구성원으로서 그것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사회질서 바깥으로 추방하거나 강제로 수용하여 감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술사, 예언자, 점술가, 음유시인, 떠돌이, 예술가, 혁명가 등이 이 증여혐오의 주요 표적이 되었다. 

증언과 신변위협에 대하여(1)

2019년 8월 2일 정의연대는 박훈 변호사를 윤지오에 대한 무고와 명예훼손으로 고발하였다. 이 고발장은 ‘윤지오가 후원금을 받은 것은 기망행위 혹은 사기다’라는 법률적 판단을 끌어내기 위해 내세우는 박훈의 두 가지 주장에 대한 비판을 포함하고 있다. 그 두 주장 중의 하나는 장자연 리스트가 없었다는 주장이고 또 하나는 윤지오에 대한 신변위협은 없었다는 주장이다. (박훈의 고발에 기초하여 손해배상과 부당이득을 청구하는 고소장을 작성한 여성 변호사인 최나리는, 리스트도 위협도 없었다는 박훈의 이 강한 버전을, 장자연 리스트에 대한 윤지오의 진술은 믿기 어렵고 위협은 과장되었다는 식의 약한 버전으로 바꾼다. 2019년 5월 20일 과거사조사위원회 심의발표 이후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상황에서 심의발표와 너무 배치되는 박훈의 주장을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나는 대중에게 아직 소개되지 않은 이 고발문건을 기초로 박훈의 두 가지 주장을 비판함으로써 장자연 리스트가 있었고 신변위협도 있었다는 점을 좀더 분명하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재확인하고자 하며 이를 통해 박훈의 고발이 허위주장에 기초해서 조작된 가짜고발임을 밝히고자 한다.

위에서 말한 ‘윤지오에 대한 무고 및 명예훼손 고발’의 원인이 된 것은 2019년 4월 26일 변호사 박훈이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한 윤지오에 대한 고발장이다. 이 고발장에서 박훈은 다음과 같은 고발사유를 제시했다. 

“피고발인은 고 장자연 씨가 쓴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가 존재했다고 주장하면서 존재하지도 않은 ”장자연 리스트“[를] 봤다고 하면서 ”법 위의 사람들 30명과 목숨 걸고 싸우고 있다“고 하고, 사실은 전혀 신변위협을 당한 적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변위협을 당하였다는 허위주장을 하여 사람들을 기망하여 거액의 후원금을 모금하였는 바 이는 정확히 형법상 ”사기“ 범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바 피고발인을 엄정하게 조사하시어 엄벌에 처해 주시기 바랍니다.”(강조는 인용자)

장자연 리스트는 없었고 윤지오는 위협당한 바 없으며 따라서 후원금 모금은 허위주장에 기초한 사기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 주장은 김대오의 거짓말에 기초하고 있고 김수민의 왜곡된 4.16 문건에 의지하고 있다. 이것은 이후 최나리 고소장에서 고소의 근거로 인용된다. 박훈의 이러한 그릇된 주장이 언론과 유튜브, 악플을 통해 무한 재생산되고 여론화됨으로써 당시 한창 장자연 사건을 조사중이던 과거사재조사위원회에 영향을 미쳤고 결국 이 사건을 재수사할 수 있는 동력중심을 잃게 만들었다. 심지어 고발장에서 박훈 자신조차 윤지오의 증언이 유의미하다고 인정한 조0천의 강제추행 1심 판결에서조차, 판사 오덕식이 윤지오의 사기죄 피소 등을 이유로 윤지오의 진술 신빙성을 의심하면서 결국 무죄를 선고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사건은, 윤지오에 대한 박훈의 사기죄 고소가 명백히 범죄혐의가 있는 사람들을 무죄방면하는 수단으로 사용됨으로써 사회정의 실현에 큰 장애물로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박훈의 고발사유에 대한 상세한 비판을 통해 진실을 회복하는 일이 절박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1. 장자연 리스트는 있었다.

가장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은 장자연 리스트가 ‘없었다’는 박훈의 주장에 대해서다. 박훈은 ‘장자연 리스트는 없었기 때문에 윤지오가 그것을 보았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박훈의 생각과는 달리 자료는 윤지오가 장자연 리스트를 보았고 또 읽었음을 보여준다. 어떻게 ‘없는’ 리스트를 보고 또 읽을 수 있겠는가? 이제 우리에게 남겨져 있는 진술자료 등을 통해 윤지오가 장자연 리스트를 보고 읽었던 그 사실과 상황에 대해 살펴보자.

윤지오는 노컷뉴스와 조선일보가 장자연이 남긴 문건(유서라고 잘못 알려진 것)이 있음을 보도한 직후인 2009년 3월 10일 호야엔터테인먼트의 유장호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 때 유장호는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부르며 그 이름의 명함을 고소인이 갖고 있는지 차례로 대조하며 확인했다. 이것이 윤지오가 이후 ‘리스트’라고 불리게 될 명단을 최초로 경험한 시간이다. 이 때 윤지오는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녹음기로 통화내용을 녹음했고 그 녹음내용을 수사기관에 증거물로 제출했다. 당시의 통화에서 유장호는 ‘명단은 경찰에 제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유장호가 장자연이 남긴 문건에 ‘명단’(즉 리스트)이 있음을 윤지오에게 처음으로 알려 준 것이며 그 명단=리스트가 사람들에게 공개되지 않을 것임을 처음으로 시사한 것이기도 하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2009년 3월 12일 윤지오는 봉은사에서 유장호를 만났다. 그곳에 주차된 승용차 뒷좌석에서 윤지오는 실내등을 켜고 유장호가 건네준 장자연의 문건을 읽었다. 거기에는 피해사실을 적은 장들이 있었고 그와 별도로 “성상납 강요를 받았습니다”라는 말 아래에 명단이 적혀 있는 장들도 있었다. 윤지오는 이와 관련해 장자연의 사망 뒤 약 일주일 뒤인 2009년 3월 15일의 진술에서 문건의 맨 끝에 편지글 형식으로 씌어진 “지인들, 가족들, 특히 친언니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글귀를 보았다고 말했고 2010년 6월 25일 법정에서는 “어떤 장에는 성함만 기재되어 있으면서 어떠한 언론사에 누구, 어디 무슨 사의 누구라는 식으로 기재되어 있는 것도 있었다”고 그때 본 것의 다른 부분을 진술했다.

2009년 3월 12일 장자연 씨의 오빠와 언니를 포함한 유가족들은 경호원이 땅 밑에서 파내온 별개의 문건을 보고 읽었는데 윤지오는 이때 그 문건도 친언니와 함께 보았고 그것이 자신이 보고 읽은 것과 내용상 동일한 것임을 확인했다. 그것들 중 하나는 원본이고 다른 하나가 사본이라면 윤지오는 이 두 가지를 모두 봉은사에서 보고 읽은 것이다. 그런데 이 두 종의 문건과 리스트는 유가족의 요구로 그곳에서 모두 소각되었다. 

 그런데 다음날인 3월 13일 KBS가 유장호 숙소의 쓰레기통에서 발견했다며 A4 4장의 문건을 공개했다. 이것은 태워진 원본과 사본 외에 또 다른 문건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명단이 포함된 편지글 형식의 3장의 리스트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윤지오는 피해사실을 기록한 그 문건의 내용은 자신이 본 것과 대동소이하나 자신이 봉은사에서 본 것과는 글씨체가 다르며 또 리스트가 없는 것은 결정적 차이라고 말했다.

이후 리스트는 끝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장자연 리스트를 윤지오가 봉은사에서 보고 읽었다는 사실은 그의 혼잣말이 아니다. 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장자연 문건은 호야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배우이자 실질적 소유주인 이0숙이 더 콘텐츠의 김종승과의 송사를 유리하게 끌고갈 목적으로 대표인 유장호로 하여금 장자연과 함께 작성토록 한 것이다. 그것은 2월 28일에 작성되었다. 그런데 장자연 리스트는 그 다음날인 3월 1일 장자연이 작성하여 유장호에게 건네준 편지형식의 글 속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리스트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우선 그 작성자인 장자연(고인)이고 그것을 보고 읽은 사람에는 최소한 유장호와 윤지오, 그리고 유가족이 포함된다.

실제로 유장호는 2010년 10월 법원에 제출한 변론요지서에서, 장자연과 함께 2009년 2월 28일 작성한 4장의 피해사실 문건 외에 장자연 씨가 3월 1일 신사동 소재 세0000라는 곳에서 장자연을 만나 장자연이 쓴 편지형식의 A4 3장을 따로 받았고 그 편지의 내용은 “문서로 작성된 내용은 다 사실이라는 내용, 법률적으로 잘 알아봐 달라는 당부의 내용, 김종승과 관련하여 조심해야 할 사람들 등”이었다고 진술했다. KBS가 보도한 문건은 장자연 등의 피해사실을 기록한 내용만 포함하고 있으므로 유장호의 이 진술에 따를 때 리스트가 따로 있었음은 분명하다. 또 이것은 명단(리스트)는 제출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유장호의 3월 10일 통화중 말과 일치한다.

그리고 장자연의 오빠 장00 씨도 경찰조사에서 사람 이름이 나열된 문건이 있었던 것으로 진술했다. 과거사조사위원회 심의발표에 “유족 장□□은 경찰 조사에서 마치 사람 이름이 나열된 문건이 있는 것처럼 진술한 바 있으나”라고 표현된 문장이 그것이다.   

이상 윤지오, 유장호, 유가족 장00의 사건 당시 진술이 리스트와 관련하여 서로 일치하고 또 유장호가 윤지오와의 통화에서 명단을 불렀으며 그 명단은 경찰에 제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점에 비추어 장자연 리스트가 있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유장호와 오빠 장00가 최근에 자신의 진술취지를 바꾸었다는 것이 이미 10년 전 교차검증된 이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특히 유장호의 경우는 문건이 공개된 직후 윤지오에게 전화를 걸어 ‘문건을 네가 공개했다고 해주면 안 되겠냐’는 식의 위증교사[윤지오는 이 부탁을 거절했으며 해당 녹음을 경찰에 제출했다.]를 하기도 한 사람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과거사진상조사단이 과거사조사위원회에 “수사기록에 편철된 문건 외에 피해사실과 관련하여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명단’이 기재된 문건, 즉 ‘리스트’가 있었을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은 지극히 정당한 것이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판단에 근거하여 과거사진상조사단은 장자연 리스트에 실려 있었을 최소 13명의 명단을 재구성하여 과거사조사위원회에 제출했다. 장자연 리스트가 없었는데 윤지오가 보았다고 한다는 박훈의 주장은 이 모든 것과 배치되는 성급하고도 맹목적인 것이었다.

2. ‘장자연 리스트’에 대한 증언과 ‘위협 경험’에 대한 증언을 기망행위로 몰기

최나리 변호사의 ‘증여의 의사표시 취소로 인한 부당이득 반환청구소송’에 대한 비판(2)

이제 윤지오의 행위를 ‘기망행위’로 보는 (최나리의) 첫 번째 이유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그것은 “후원금을 받을 목적으로 천명한 이유가 신빙성이 없거나 극히 과장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여기서 먼저 살펴야 할 것은 최나리가 신빙성이 없다고 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제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이 그것은 장자연 리스트에 대한 윤지오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미 우리는 뉴시스, 박훈, 김수민, 김대오로부터 SBS, 조선일보까지, 그리고 최근에는 조0천 강제추행 사건 1심 판사 오덕식에 이르기까지 마치 입을 맞춘듯이 주장하고 있는 것이 장자연 리스트에 관한 윤지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주장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고 장자연에 대한 가해권력자들의 필요와 정확히 부응하는 주장임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윤지오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확인시켜 주는 10년전의 진술자료나 과거사조사위원회 진상조사단의 보고, 그리고 조희천 강제추행을 기소한 검찰의 기소사유 등을 거스르며 자신의 희망과 욕망을 객관적 사태 속에 투사하는 주관주의적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신빙성이 없다’는 여론과 판단을 만들어 내기 위해 객관적 사태 위에  ‘나는 믿고 싶지 않다’, ‘신빙성이 없어야 한다’, ’신빙성이 없게 만들고 싶다’는 욕망, 당위, 의지의 덮개를 덮어 씌우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김대오는 ‘자신이 문건을 본 적은 결코 없지만 그 문건 속에 결단코 리스트는 없었다’는 해괴한 주장을 펼쳤다. 김수민은 ‘그 리스트라는 것이 윤지오가 참고인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수사관의 책상에서 얼핏 훔쳐본 것일 뿐’이라는 말을 지어내었다. 변호사 겸엄을 하고 있는 시인 박훈은 이번에는 이 두 거짓말을 조합하여 근거로 삼으면서, 윤지오가 장자연 리스트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면서 거짓말로 펀딩사기를 벌이고 있다는 소설을 써냈다. 

최나리는 이 해괴하거나 날조된 주장들을 자신의 논고의 숨겨진 근거로 삼고 있는데, 이것이 설득력을 갖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2009년과 2010년의 진술조서, 수사발표, 언론보도 등을 송두리째 태워 없애고 최소한 그 2년의 시간을 역사에서 파내 버릴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윤지오가 10년 전의 진술들 속에 리스트가 있었음을 화석처럼 분명하게 새겨놓았고 그것은 유장호와 장자연 오빠 장00의 진술에 의해서도 교차검증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실은 당시의 수사발표나 언론보도 속에도 역시 화석들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장자연 리스트 논란과 그 성격에 대해’, ‘김대오의 거짓말’ ‘김대오의 입은 거짓말제조공장인가 자동거짓말기계인가?’ ‘박훈이 장자연 리스트를 없애는 놀라운 방법’ ‘김수민: 살아 있는 모순’ 등에서 장자연 리스트에 관한 윤지오 진술이 갖는 부인할 수 없는 신빙성에 대해 이미 충분히 논했기 때문에 여기서 다시 이것을 입증하는 데 에너지를 사용하고 싶지는 않다. 이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최나리가 자신의 고소장에서 장자연 리스트에 대한 윤지오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는 주장을 하면서 어떤 논증도 하지 않으며 고소장 밖에서 이루어진 허구적 주장과 조작된 여론들(주로 김수민이 지어낸 말)을 마치 이미 확인된 사실인 것처럼 인용하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진술이 신빙성 없음’을 ‘기망’의 이유로 삼은 것은 최나리이므로 진술 신빙성이 없음을 입증할 책임도 그에게 있는 것은 분명한데 아직 그는 이에 대해 아무 것도 입증하지 못했다. 

두번째로 살펴야 할 것은 최나리가 ‘극히 과장된 것’이라고 부르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다. 고소장을 보면 이것은 신변위협에 관한 윤지오의 증언에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신변위협 과장에 대한 최나리의 논증 역시 장자연 리스트에 대한 논증만큼이나 허술하기 짝이 없다. 대체 ‘기망’의 다른 이유로 삼은 ‘신변위협 과장’이라는 주장이 어디에 근거하고 있는 것일까?

그가 들고 있는 하나의 근거는 2019년 3월 30일의 윤지오가 청와대 게시판에 올린 국민청원이다. 거기서 윤지오는 경찰측에서 지급해준 위치추적장치 겸 비상호출 스마트 워치가 작동되지 않아 신고를 한 후 9시간이 더 경과했음에도 아무런 연락조차 되지 않고 있음을 들면서 자신이 호출버튼을 누른 이유에 대해 쓴다. 벽쪽에서 기계음이 들리다가 이제 화장실 천정에서 동일한 소리가 들린다, 환풍구의 끈이 날카롭게 끊어져 있다, 출입문 잠금장치가 고장나 수리를 했는데 문쪽을 확인해 보니 오일로 보이는 액체가 문틀 맨위에서 흘러내린 흔적이 있다, 문을 열때 이상한 가스냄새가 났다…이런 이유로 수면을 제대로 못 취하는 중에 소리가 반복되어 비상호출 버튼을 눌렀다는 것이다.

윤지오의 청원은 국민이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는데 국가가 신변보호를 해주지 않아 두려움에 떨고 있는 현실에 대한 경험적 증언이며 증인이 사비로 24시간 경호원을 고용하여 증언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현실은 부당하다는 고발이고 이 부당한 현실이 바로 잡혀야 한다는 개혁의 요청이다. 

다행히 윤지오의 청원이 일부 받아들여져 문재인 정부와 경찰청은 청원마감일이 오기 전에 윤지오에 대한 일정한 경호조치를 취했다.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보복이 우려되는 중요범죄 신고자나 피해자 보호는 경찰의 중요한 본분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에 미흡한 업무처리로 윤지오씨는 물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최종하다”고 사과했다. 

이후 4월 하순경 경찰이 신고사항에 대한 과학적 조사결과 발표라는 이름으로 기계음, 환풍구, 출입문, 가스냄새 등에 대해 어떤 상황설명을 했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윤지오가 위협으로 느낀 일련의 흔적들과 현상들이 조사결과 실제적 위협의 흔적이나 현상은 아니었다는 설명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설명은 윤지오에 대한 마녀사냥이 본격화된 시점에 이루어졌다. 우선 그 날의 설명은, 경찰조차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윤지오에게 설명해 준 바 없는 스마트워치 조작상의 특성을 윤지오의 조작미숙 때문에 잘못 작동되었다는 식으로 설명하면서 책임전가하는 파렴치한 발표였다. 게다가 몇 가지 개개의 흔적과 현상에 대한 경찰의 설명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 심지어 언론은 가스냄새가 났다는 문제제기에 대해 ‘어떻게 호텔에서 가스냄새가 날 수 있습니까?’라는 호텔 직원의 해명을 반박 자료로 인용했다. 백보 양보하여 그 상황적인 설명들이 맞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보복우려”에 대한 반증이 아니다. 다시 말해 그것이, 중요 범죄 신고자에게는 “보복 우려”(와 예방공격의 위험)가 따른다는 보편적 사실, 즉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인정하고 사과한 바 있는 그 보편적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당시 윤지오가 느낀 기계음이나 환풍구 출입문 가스냄새 등이 설령 위협이 실행되고 있었다는 것의 증거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증언자가 예사롭지 않은 어떤 흔적이나 현상들로부터 우려를 느끼고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단순한 심리적 현상이 아니라 실재적인 것이다. 증인이 느끼는 위협감과 두려움은 경찰이 제시한 설명으로 그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실제보다 더 실제적인 잠재적 실재성(보드리야르)이기 때문이다.  

예방이나 보복은 일반적으로 다양한 유형의 폭력 형태로 가해져 오는 것인데 그것에 대한 우려와 두려움을 과연 과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만약 최나리가 진정으로 이렇게 생각한다면 그러한 생각은 국가가 증언자나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를 지지 않아도 됨을 지시함으로써 국민들을 엄청난 위험 앞에 노출시키는 위험한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만약 그런 생각에 따라 국가가 실제로 국민들을 방기한다면 국민들은 가해권력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가와 별도로, 아니 국가에 맞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자경단이라도 조직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실제로 윤지오가 공익제보자 보호를 위한 비영리단체 지상의빛을 설립한 것은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 주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자경단은 아닐지라도 비정부기구를 통해 공익제보자를 돕자는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최나리가 드는 “위협 과장” 사례의 또 하나는 윤지오가 2019년 4월 11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하여 자신의 신변위협을 과장했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가? 손석희 앵커와 가진 윤지오의 이날의 인터뷰는 전직 조선일보 기자였던 조0천 강제추행건에 대한 증언, 한국에서 활동하다 캐나다로 떠나게 된 이유, 2018년 6월과 12월 JTBC와의 익명의 전화 인터뷰 이후 당했던 두 번의 교통사고와 가해권력들로부터 받은 위협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등에 관한 것이었다. 

이날 윤지오는 앵커로부터 증언에 대한 보복이나 위협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자신이 위협감을 느낀 세 가지의 사건을 언급한다. (1)“장자연 문건에 언급된 유력 언론사”(조선일보)가 향초납품업체와 교회에 전화를 해서 윤지오 씨와 연락이 안 된다며 소재를 물은 것. (2) 이전의 매니저 권00가 JTBC와 인터뷰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JTBC가 너를 이용하는 기분이 드니” 인터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고 정작 자신은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여 “지오는 옛날부터 유명해지고 싶어 한 친구”, “실제로 지오는 자연이와 친하지 않았다”는 식의 허위주장을 한 것. (3)JTBC와의 전화인터뷰 이후 교통사고가 좀 크게 두 차례가 있었고, 근육이 찢어져서 손상되면서 염증이 생긴 것.

최나리는 여기서 (3)번 항을 신변위협에 대한 과장이라고 규정하고 그 근거를 김수민으로부터 가져온다. “소외 김수민은 피고가 당한 신변 위협은 조작된 것인데 그 중 특히 2019.1 발생한 교통사고는 눈길에서 미끄러지며 뒷차가 충격을 가한 단순한 추돌사고였으며 가해자 차주는 평범한 아이의 아빠라는 사실을 이미 피고가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위 JTBC 뉴스룸[에] 출연 당시에 파손이 심한 뒷차 즉 가해자의 차량을 자신의 차량인 것처럼 기망하여 조작을 가하였고…”가 최나리가 해당 사건에 대해 쓴 문장이다.  

“가해자의 차량을 자신의 차량인 것처럼 기망하여 조작을 가하였고”라는 문장은 논박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 윤지오가 거대방송사 JTBC의 자료화면을 조작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을 하려면 최나리 변호사가 JTBC 측에 확인하여 사실과 상황을 확인하는 정도의 노력은 기울였어야 마땅할 것이다. 문제는 이 사건에 대한 김수민의 비꼬인 해석이다. 카톡 대화 속에 그 교통사고가 ‘애기 아빠가 일 끝나고 애들 데리러 가다가 과실로 발생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는 윤지오의 말이 나온다. 김수민의 해석은 전적으로 이 카톡구절에 의지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귀기울여 듣지 않는 것은 그런 카톡 이후에 윤지오의 마음 속에 일어난 변화이다. 그는 이미 여러차례 이에 대해 밝힌 바 있다. 처음에는 평범하고 단순한 교통사고라 생각했으나 이후 가족을 비롯한 주변사람들로부터 사고를 위장한 가해공격일 수 있지 않느냐, 앞으로 더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점점 그 사고에 대한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나리는 윤지오의 이러한 말은 전혀 참고하지 않고 김수민보다 한술 더 떠서 JTBC에서의 인터뷰를 ‘과장’ ‘조작’ ‘기망’ 등의 언어로 도배해 버린다. 이 인터뷰를 할 당시 앵커 손석희는 윤지오의 말을 듣고 이미, “거기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은 교통사고는 일어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지 않겠는가?]”고 있을 수 있는 반론을 의식하며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윤지오는 자신이, 증언으로 인해 불특정다수의 권력자들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입장에 놓여 있고 교통사고를 이 맥락에서 받아들이게 되는 조건을 토로한다.

“그런데 JTBC에 제가 전화 인터뷰에서 사실을 기록한 사건을 다룬 책을 쓴다라고 한 시점부터, 제 행방을 추적하시는 어떤 분들이 계셨고. 또 사실 어떠한 한 언론사만 주목을 하시는데 사실은 한 곳이 아니라 저는 개인 혼자지만 제가 상대해야 될 분들은 A4용지 한 장이 넘어가는 거의 한 30명에 가까운, 공권력을 행사하실 수 있는 법 위에 선 분이시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에게서 저는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고. 그분들에 대해서 또 언급을 직접적으로 하면 명예훼손으로 걸리기 때문에.”

평범한 교통사고로 보일지라도 그것이 불특정다수로부터 가해져오는 위장된 공격의 하나일 수 있다는 답변이다. 가해자는 법 위에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다수의 사람들이고 그렇게 특정하기 어려운 다수로부터 보복이나 예방공격을 당할 수 있는 것이 증언자가 놓여진 위치임을 부정할 수 있을까? 이 말이 설득력을 갖는 한에서 어떻게 교통사고로부터 위협을 느꼈다는 인터뷰 진술이 과장, 조작, 기망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

오히려 4월 이후의 사태 전개는 특정하기 어려운 가해권력들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입장이며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윤지오의 말이 참이었음을 뚜렷이 입증해 준다. 왜냐하면 증언자 윤지오에 대한 마녀사냥식 공격이, 조선일보 SBS 뉴시스를 비롯하여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언론사와 통신사, 홍준표를 비롯한 정치가, 박준영 박훈 최나리 강연재 등의 변호사, 김대오 김용호와 같은 기자, 서민과 같은 교수, 김수민과 같은 작가 등의 지적 법률적 정치적 미디어적 화력을 총동원하면서 윤지오에게 집중적으로 퍼부어지는 것을 우리가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이 총력전 과정을 통해 윤지오가 대한민국 시민사회로부터 추방되고 배제된 현실을 고려하면, 윤지오가 자신에게 닥쳐온 위협을 과장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소평가하고, 과소대비했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상황을 더 잘 설명해 주지 않겠는가?(계속) 

최나리 변호사의 ‘증여의 의사표시 취소로 인한 부당이득 반환청구소송’에 대한 비판

변호사 최나리가 오0영 외 438인을 대리하여 윤지오를 고소한 것은 2019년 6월 10일이다. 이 고소장의 주체들은 두 가지 방식으로 윤지오에게 뭔가를 청구한다. 하나는 주위적 청구원인으로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이고 또 하나는 예비적 청구원인으로서 ‘증여의 의사표시 취소로 인한 부당이득반환 청구’이다. 말이 괜히 낯설고 어려운데 골자는 전자는 손해배상청구를 한다는 것이고 후자는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한다는 것이다. 주위는 우선 청구이고 예비는 우선 청구가 해당 사항 없다고 판단되어 기각될 때 내미는 그 다음 청구라고 보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손해배상청구의 근거로 삼은 불법행위가 인정되지 않아 손해배상청구가 기각된다면 증여자의 증여 의사표시 취소로 윤지오가 얻은 부당이득이라도 반환받을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부당이득이 발생하는 이유로 삼는 것은 후원자들이 2019년 4월 23일 이전에 했던 후원금 증여의 의사표시를 최나리의 고소장을 통해 취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이 고소장이 불법행위로 본 것도 ‘기망행위’이고 증여의 의사표시의 원인으로 삼은 것도 똑 같은 ‘기망행위’이다. 최나리가 주위적 청구원인이나 예비적 청구원인으로 삼고 있는 그 ‘기망행위’라는 말이 도대체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 주의깊게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주위적 청구원인’으로서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에서 ‘기망’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살펴보자.

“앞서 상술한 바와 같이 피고는 2019.3.18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국가에서 지원되는 신변보호만으로는 여전히 신변의 위협이 따르기 때문에 앞으로 발생되는 경호비 등으로 후원금을 쓸 예정’이라는 요지의 글을 게시하여 신한은행으로 계좌를 공지하였고 2019.4.11. ‘5대 강력 범죄 피해 사례에 해당되지 않아 보호시설을 지원받지 못하는 피해자와 제2의 피해자인 목격자와 증언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시설, 24시가 보호할 수 있는 경호인력 등을 지원하기 위한 비영리단체 지상의 빛을 설립했다.’고 밝히며 국민은행 계좌를 공지하여 후원을 독려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피고가 후원금을 받을 목적으로 천명한 신변의 위협 등은 위와 같이 허위이거나 극히 과장되어 있으며 특히 피고 본인이 자처한 ‘고 장자연 리스트의 목격자’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신빙성이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또한 피고는 지상의 빛이라는 비영리단체를 통하여 모금한 후원금의 사용처를 ‘1. 굿즈제작비용 2. 키트제작 재료비용 3. 배송비용 4. 포장비용 5. 인건비’로 게시한 바 있는데 이는 위 단체의 설립목적과 명백히 배치되는 것이며 또한 현재까지 어떠한 명목으로  얼마만큼의 금액을 소비하였는지 일절 밝히고 있지 아니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피고의 행위는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과장을 넘어선 허위사실의 공표, 즉 기망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입니다.”

윤지오의 행위를 법적 사회적 용인 수준을 넘어서는 허위사실 공표, 즉 ‘기망행위’로 단정하기 위해 최나리가 끌어오는 근거는 두 가지다. 첫 번째 것은 후원금을 받을 목적으로 천명한 이유가 신빙성이 없거나 극히 과장된 것이라는 것. 그리고 두 번째 것은 지상의 빛으로 모금한 후원금 사용처가 단체 설립목적과 배치된다는 것. 이제 최나리가 든 이 각각의 이유가 사실인지 또 그것이 ‘기망행위’에 해당되는지를 검토해 보도록 하자.

1. 비영리단체 지상의빛에 대한 무지와 무고

우선 두 번째 이유부터 검토해 보자. 비영리단체 지상의빛은 회원단체이며 등록되지 않은 임의단체이다. 임의단체인 이유는 100명 이상의 회원수, 일정한 활동경력, 회의록 등 활동기록자료 등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단체에 대해서만 관계기관이 단체의 등록을 허용해 주기 때문이다. 등록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것이 신생의 단체라는 의미이며 등록되지 못해 국가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많은 단체들은 임의단체에서 시작하여 경력을 쌓고 회원수를 늘린 후 등록단체로 나아간다. 그러므로 지상의빛이 등록단체로 되지 못한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면 임의단체의 구성요건은 무엇인가? 2인 이상이며, 대표나 관리자가 있고, 규약과 총회 회의록을 갖추면 관할세무서에 신고하여 비영리단체를 설립할 수 있다. 이 요건이 충족되면 관할세무서장은 고유번호증을 발급한다. 지상의빛은 이 모든 요건을 충족시켜 관할세무서로부터 고유번호증을 발급받은 합법 단체이다. 

그렇다면 후원금의 사용처가 설립목적과 명백히 배치된다는 최나리의 주장은 타당한가? 전혀 타당하지 않다. 지상의 빛 윤지오 대표는 모금된 후원금을 마중물로 사용하여 굿즈를 제작판매함으로써 지상의빛 기금을 확충하자는 아이디어를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안한 바 있다. 이 아이디어는 지상의 빛 설립 이후 밀어닥친 4월의 잔인한 마녀사냥 파도 속에서 물론 실행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기금의 이러한 활용은 기망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비영리단체의 본질은 수익사업을 하지 않는 것에 있지 않고 발생된 수익을 구성원간에 분배하지 않는 것에 있다. 즉 수익사업을 한다 하더라도 거기서 발생한 수익을 공익이나 친교 등 설립목적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 본질이다. 물론 비영리 임의단체의 고유증번호로는 수익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비영리임의단체가 수익사업을 하려면 별도의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아 그것으로 수익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그러므로 지상의빛 기금 증식을 통해 더 많은 피해자, 증언자 등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윤지오 대표의 제안 같은 경우는 별도의 사업자등록증을 발급 받아 수행하면 되는 것으로 단체의 설립목적과 전혀 배치되지 않는다.

최나리는 이토록 합법적인 제안을 기망으로 오해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사용처를 공개하지 않는 것까지 기망행위에 해당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주장을 펼친다. 우선 정말 윤지오가 사용처를 공개하지 않았던가? 그는 수차례에 걸쳐 한국에 도착하여 캐나다에 돌아오기까지의 경비는 사비로 사용했으며 국민은행에 입금된 후원금은 한 푼도 사용한 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지상의빛 기금의 본격 사용은 박근혜 탄핵 공신 노승일 씨에게 매월 30만원씩을 지급하기로 한 2019년 7월 10일부터 이루어졌고 그것 역시 언론을 통해 공개된 내용이다. 

한 푼도 사용한 바 없다는 것만큼 투명한 공개가 있을 수 있을까? 또 재정공개는 정기 총회에서 보고하면 되는 것이지 단체에 속하지 않은 임의의 사람들에게 단체 재정을 공개할 어떠한 의무도 없다. 그런데 왜 최나리는 비영리단체 지상의빛이 마치 모든 사람들에게 재정을 공개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는 것처럼 억지 주장을 펼치며 압박 때문에 부득히 이미 그 내역(제로지출)까지 밝힌 바 있음에도 마치 기금의 사용처를 숨기고 있다고, 즉 ‘기망행위’라고 허위사실을 주장하는가?

귀를 막고 눈을 가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남의 눈에서 티끌을 찾아내느라 자기 눈의 들보를 보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상의 빛 대표 윤지오를 허위사실을 주장해서라도 처벌받게 하려고 하는 목적에 사로잡혀 진실의 감각을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