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혐오: 김수민의 “사기야!”의 경우(5)

증언의 진실

김수민의 이 주장들 중 (1)이 사실이 아님은 여러 증거들이 보여준다. 그 증거는 무엇보다도 윤지오가 지난 10년간 어떤 보상도 주어지지 않고 오히려 위험만이 따르는 열여섯번의 증언을 고 장자연 사회적 타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감내한 것에 의해 입증된다. 수사관들도 윤지오가 수 십 차례에 걸쳐 가해권력자들을 만나는 술자리에 장자연과 동행했고 어느 연예인보다도 장자연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으며 핸드폰 통화기록에 그 사실이 나타나 있기 때문에 윤지오에 대한 참고인조사를 남보다 더 많이 요청했음을 인정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윤지오가 장자연의 죽음에 관한 소식을 듣자마자 자정 시간에 빈소로 달려가 조문하고 사흘을 장례식장에서 유가족과 함께 보내면서 조문객을 맞이하고 맞절을 하기도 하였다는 점, 고 장자연씨의 시신을 화장하고 유골을 뿌리는 과정을 유가족과 함께 했다는 점, 유장호가 자신과 말조차 섞기 싫어하는 유가족과 장자연이 남긴 문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윤지오에게 유가족과의 만남의 장소와 날짜를 조율하는 중간매개자 역할을 부탁했다는 점, 유장호가 장자연의 문건을 보여준 (유가족 이외의) 유일한 사람이었다는 점, 유가족과 함께 문건을 읽고 소각하는 현장에 있었다는 점 등은 김수민의 말이 거짓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2)도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2009~10년 전의 진술자료들이 명확히 증명해 주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장자연 리스트에 관한 여러 편의 글에서 이미 상세히 비판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더 이상 논하지 않을 것이다.

 (3)의 윤지오와 과거사조사위원과의 대화에 대해서는, 증언자의 안전에 대한 어떤 고려도 없이 증언을 요청하는 과거사조사위원회의 요구를 거부하기 위해 윤지오가 사용한 기술적 답변을 김수민이 맥락에서 분리하여 읽음으로써 오독한 것이라는 점을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괄호 속 문제들과 관련해서는 김수민이 사실을 모르는 탓에 빚어낸 왜곡이다. 왜냐하면 윤지오는 장자연이 방사장을 만난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만남의 날짜 장소 상황을 당연히 알 수 없고 기억할 수도 없다. 또 조사과정에서 추행이 문제로 된 것은 조0천이지 김종승이 아니었다. 조0천의 추행에 대해서는 이미 10년 전의 윤지오 진술서에 또렷이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김수민의 이러한 예시는 김수민이 말들을 임의로 지어내고 있으며 이 사건에 대해 얕은 차원에서 잘못된 정보를 갖고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증언이 거짓이라는 이 주장들은 무엇으로도 입증될 수 없는 김수민의 ‘혼잣말’로 남아 있다. (그런데 티비조선이나 SBS를 비롯한 제도방송들과 여러 신문들이 김수민의 이 근거 없는 혼잣말에 어떤 진실이 담긴 양 증거자료로 인용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이런 식으로 김수민은 이수역 사건에 뒤이어 다시 장자연 사건에서 “윤지오는 사기를 쳤고 나는 속았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나는 윤지오에게 여러 가지를 증여했지만 그는 나에게 그에 상응하는 답례를 하지 않았다’는 인식을 표현한다. ‘윤지오는 이기적이고 일방적이며 의존적이었다’, ‘윤지오의 태도가 불만스러웠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 관계를 유지했다.’는 생각이 그러하다. ‘서로 증여하며 살자고 했지만 나의 증여에 그가 답례하지 않았다’는 느낌은 ‘윤지오는 변덕스럽고 믿을 수 없는 사람, 표리부동하고 배은망덕한 두 얼굴을 가진 사람, 위선적인 사람, 거짓말쟁이’라는 생각으로 표현된다. 김수민이 이수역 사건의 피해 여성과 결별한 것이 후원금 요청, 즉 언어 증여를 넘는 화폐 증여의 요구였던  것처럼, 그가 윤지오와 결별한 것도 청원에 대한 동의서명 요청 즉 새로운 증여의 요청이었다. 이에 비추어서 우리는, 김수민이 ‘자신이 상응하는 답례를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그것이 양자 관계에서 사실인가 아닌가는 여기서 중요치 않다) 증여-수증의 관계를 사기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또 우리는 여기서 김수민이 ‘화폐(돈)는 증여의 수단일 수 없다는 판단을 기초로 화폐를 증여해 달라는 요구를 사기라고 보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전자는 증여를 교환으로 환원하는 경향이다. 그리고 후자는 화폐(돈)는 교환수단이지 증여수단일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 두 경향은 본질적으로는 증여에 대한 부정, 증여에 대한 혐오, 증여를 교환으로 대체하려는 의지를 표현한다. 오직 인간들 사이에는 교환만이 가능하며 등가가 교환되는 관계 외의 관계는 사기라는 인식은 이러한 의지에 기초한다. 

그런데 현실에서 김수민은 스스로 증여행동을 한다. 자신과 “일면식도 없는” 이수역 피해 여성을 옹호하기 위한 여론투쟁에 에너지를 쏟고 윤지오의 질문들에 답하며 카톡을 통해 애정의 표현들을 준다. 그런데 이것들은 등가로 교환될 수 없는 것들이다. 바로 이 등가로 교환될 수 없는 증여관계를 ‘모든 것은 등가로 교환되어야 한다’는 자신의 주관적 관념 아래에 종속시킴으로써 김수민은 스스로 증여행동을 하면서 등가교환을 기대하는 모순에 빠진다. 이 모순된 기대가 충족되지 못할 때 김수민은 돌변하여 자신과의 증여-수증-증여의 호혜 관계에 있었던 사람들을 갑자기 사기꾼으로 모는 악순환 속으로 들어가곤 한다. 그리고 이것은 김수민과 증여관계를 맺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 상처를 남긴다.

증언과 신변위협에 대하여(3)

3. 신변위협은 실재한다.

두 번째로 살펴 보아야 할 것은 윤지오에 대한 신변위협이 없었다는 박훈의 주장에 대해서이다. 이 주장을 살펴 봄에 있어서 우리가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실재성의 두 차원이다. 실재성은 잠재성과 현실성의 두 차원으로 나뉜다. 신변위협의 문제에서 현실성은 행사의 차원이며 잠재성은 존재의 차원이다. 혼자 밤길을 걷는 여성에게 남성으로부터의 신변위협이 행사되지 않을 때에도 여성이 신변위협을 느끼는 것은 신변위협이 잠재적으로 실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변위협이 행사되고 있을 때에 신변위협이 실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신변위협이 행사되지 않고 있음이 현실일 때조차 신변위협은 잠재적으로 실재한다고 해야 한다. 윤지오는 지난 10년 동안 자신이 경험한 현실적 신변위협과 잠재적 신변위협에 대해 여러 차례 진술해 왔다. 그 진술들 중에서 중요한 몇 가지를 발췌해 보자.

첫째 10년전 밤에 경찰서에 출석하여 새벽까지 이어진 참고인 조사를 마친 후 경찰의 차를 타고 귀가하던 중 조선일보라는 로고를 새긴 차량이 경찰의 차를 미행했다. 미행하는 차를 따돌리기 위해 쫓고 쫓기기를 얼마동안 하다가 수사관이 차를 세우고 물어보니 조선일보 기자였다. 경찰이 그에게 왜 따라오느냐고 물으니 “취재를 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는데 이후에 기사는 나오지 않았다.

둘째 조희천 강제추행에 대해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증언한 후 기자들이 윤지오를 찾았다.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윤지오는 이 기자들이 가해자들을 대신해서 증언자인 윤지오를 찾아다니고 가해자들이 할 공격적인 말을 가해자 대신 증언자에게 퍼붓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다. 즉 윤지오에게 기자들은 가해자들의 분신처럼 느껴지며 실질적인 보복위협을 하는 가해세력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셋째 JTBC와의 비실명 전화인터뷰에서 고 장자연 사건을 다룬 책을 쓴다고 한 후 자신을 ‘조선일보‘ (기자)라고 밝힌 어떤 사람은 향초 제품 납품회사와 교회에 전화를 걸어’(윤지오와) 연락이 닿지 않아 그런다‘ ’그곳에 윤지오가 다니는 것이 맞냐‘며 물었다.  남긴 번호로 전화를 해 보았지만 없는 전화번호였다. 윤지오는 이것을 가해권력자들이 벌이는 스토킹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넷째 2019년 1월에 고속도로와 도로에서 두 차례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근육이 찢어지고 염증이 생기는 부상을 입었다. 교통사고 직후에는 별 것 아닌 평범한 교통사고로 생각하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또 가족들과 지인들이 우려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이것들이 우연이 아니라 가해자들이 자행하는 위협공격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고 두려움이 점점 커져 갔다.

다섯째 2019년 4월 전 소속사 매니저였던 권0성이 생전 연락이 없다가 인스타그램으로 갑작스레 연락을 하여 JTBC가 너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이니 JTBC와 인터뷰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 후 정작 그는 뉴시스 기자와 ‘윤지오는 생전에 장자연과 친하지 않았다’는 식의 음해성 인터뷰를 가졌다.

여섯째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 증언을 시작한 후 기자들은 윤지오가 투숙한 호텔을 찾아내 증언자에 대한 의심을 표현하는 가해자들의 목소리를 윤지오에게 쏟아내기 시작했고 윤지오의 인스타그램에는 ‘공항에 도착하면 칼로 찌르겠다’거나 ‘손톱을 드릴로 뚫고 싶다’는 식의 끔찍한 댓글이 달렸다.

일곱째 2019년 3월 8일 naver-*** 명의의 청원인이 ‘고 장자연씨 관련 증언한 윤**씨 신변보호 청원’을 하고 3월 14일 고소인의 변호사들이 경찰청에 윤지오에 대한 신변보호를 요청한 후 동작경찰서에서 스마트워치를 제공하고 맞춤형 순찰 등의 신변보호조치를 결정했다. 그 후 숙소 화장실 쪽에서 기계음이 들리고 환풍기 부분이 뜯겨있고 출입문 잠금장치가 고장나고 문틀 손잡이에서 액체가 흘러내리고 가스냄새가 나는 일련의 불안한 일들을 경험했다.

여덟째 4월 하순 경에 뮤지컬 배우 ‘민00’씨의 초대로 어머니와 경호원과 함께 뮤지컬을 관람할 예정이었는데 누군가가 숙소 위치를 알아내 그 위치를 무단으로 인터넷에 올리고 새벽에는 모르는 남성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두려운 나머지 예정된 뮤지컬 관람도 하지 못했다. 22일과 23일에는 경찰 및 경호원과 함께 숙소를 변경하였으나 변경한 숙소마저 노출되었다. 어떤 약속도 없이 무작정 찾아와 숙소 1층에서 대기하던 기자가 무단으로 자신을 촬영하는 바람에 경호원이 카메라를 압수해 해당 영상을 삭제한 적도 있다.

이런 것들을 겪으면서 신변위협을 느낀다고 말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두고 신변위협을 느낀다고 해야 할까? 2019년 4월 이후 증언자 윤지오에게 쏟아진 엄청난 강요들(‘한국으로 와서 조사받으라’)과 협박들(‘감옥에 가둬라’)은 이 신변위협들의 다른 형태로의 지속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박훈의 고발은 그 다른 형태의 신변위협의 시발점이었다.

‘장자연 리스트’를 없애는 것이 실패한 후 나타난 가해권력의 새로운 시도: 리스트의 문구나 이름을 없애기(1)

요점

장자연 리스트를 없애려는 시도가 김수민, 김대오, 박훈 등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시도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논의했다. 장자연 리스트를 없애는 것은 10년 전 진술증거들의 명확한 실재로 인해 실패로 돌아갔다. 과거사진상조사단이 그것의 실재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리스트의 실재를 부정하기 어렵게 되자 그 속의 핵심 문구나 이름을 지우려는 시도들이 나타났다. 이 중 주목할 만한 것 중 하나는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와 특이하게 이름이 같은 정치인”의 이름을 지우려는 시도이고 또 하나는 “성상납 강요를 받았습니다”라는 문구를 지우려는 시도이다.

홍준표라는 이름

정의연대 김상민 사무총장이 박훈 변호사를 무고죄로 고발하는 자리에서 국회의원 홍준표를 민형사소송할 것이라고 말한 기자회견을 인용한 윤지오의 인스타그램 피드에  한 네티즌이 “누나 홍준표 의원은 왜요? 누나가 홍의원은 잘못 지목한거 맞다고 하지 않았어요? 제가 누나 기사들은 거의 다 읽어서 어렴풋이 그런 내용 본 것도 같은데.. 제가 잘못 본 걸수도 있으니까 누나가 설명 해줬으면 좋겠어요.”(hwook91)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 댓글에 내 생각을 밝히고 싶었으나 나는 지난 4개월간 어떤 인스타그램에도 댓글을 달아본 적이 없고 불가피한 필요가 생기기 전에는 이 원칙을 지켜나갈 생각이기 때문에 이 블로그에 그 물음에 대한 나의 생각을 써보고자 한다.

정독해와 이미지독해

어떤 말이나 글을 듣고 읽을 때 여러가지 독해 방식이 있겠지만 지금 우리가 다루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독해와 이미지독해가 구분될 필요가 있다. 정독해가 문장/말의 전후맥락, 지시관계, 의미연관 등을 정밀하게 따져 읽는 것이라면 이미지독해는 문장/말이 연상시키는 것을 중심으로 읽는 것이다. 전자는 능동적 독해력을 요구함에 반해 후자는 수동적 독해력을 더 많이 요구한다. 전자는 이성적 능력을 요구함에 반해 후자는 상상적 능력을 요구한다. 영상문화가 지배적으로 되면서 사람들은 이미지독해의 능력을 얻는 대신 정독해 능력을 잃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윤지오의 증언에 대해서도 정독해보다는 이미지독해가 널리 유행하면서 오해/상상에 또 다른 오해/상상이 누적되어 진실이 가려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가해권력이 바라마지 않는 것이고 또 적극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그 부풀려진 상상, 환영체계 뒤로 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라는 이름의 문제는 그 중 하나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크게 오해된 말 : “그 이슈를 이용해서 영리하게”

홍준표 문제를 다루려면 이 세상에서 가장 크게 오해된 말이라고 해야 할 “그 이슈를 이용해서 영리하게”라는 윤지오의 한 마디로 돌아가야 한다. 김수민이 이 구절을 ‘사기 프레임’ 속에 집어 넣어 이미지독해한 이후로 변호사, 기자, 그리고 군중의 두뇌 속에 확고하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굳어져 있는 말이 이것이다. 영리함은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되어 ‘영리한 사기’로 해석되었다. 그리고 이 말이 ‘사기 프레임’ 속에서 기능하기 위해서 김수민은 앞뒤 맥락을 모두 절단했다. 책의 출판과 관련하여 계약금, 인세, 홍보비용, 매대노출, 미디어노출, 매체인터뷰, 유튜브 강연 공연 방송출연 등 <13번째 증언> 출판과 관련된 여러 문제들에 관해 대화하던 중인 2018년 12월 7일에 윤지오는 이렇게 말한다.

“난 책도 책이지만/ 그후 내 행보가 더 중요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고 판단되서/ 지금 만나고다니는 다른사람들도 그렇고/책은 그냥 출판자체에 의미를 두는거라/많이 안팔려도 나는 별로 감흥이 없을거같아/많이팔려도 그렇고/하지만 분명한건 이슈는되니까/그 이슈를 이용해서 영리하게/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해보려고/그래서 출판하는거고”

나는 이 인용에서 윤지오의 말 전체를 통일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중간에 끼어들어 윤지오의 말을 분절시키는 김수민의 세 마디 “응/응/응 책 판매가 그렇게중요한게아니라면 큰 신경안써도될거야”는 뺐다. 화제는 책인데 위의 인용은 책을 출판하는 것의 위치에 대한 윤지오의 인식을 명확하게 밝힌다. 책에 대해서 윤지오는 1)책이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책도 책이지만”) 그것이 핵심은 아니다(“책은 그냥 출판자체에 의미를 두는거라/많이 안팔려도 나는 별로 감흥이 없을거같아/많이팔려도 그렇고”). 2)그런데 책의 출판이 [고 장자연 사건과 관련하여] 이슈가 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분명한건 이슈는되니까”) 3)출판을 매개로 한 이 이슈화를 이용해서 영리하게 그 동안 못했던 것들을 해보려고 한다.(“그 이슈를 이용해서 영리하게/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해보려고/그래서 출판하는거고”) 4)그것은나의 이후의 행보에 관한 것인데 지금 만나고 다니는 다른 사람들도 나의 이후의 행보를 규정하는 일부다. 

“영리하게”의 목적: 장자연 사건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 

여기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그 후 내 행보”와 “지금 만나고다니는 다른사람들”이다. 윤지오가 영리하게 사기를 치고자 했다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이미지독해법(이것은 변호사 박훈의 동일한 이미지독해법과 영향을 주고 받으며 상승작용한다)에 따르면 이것은 사기와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2018년 12월 초 당시 윤지오가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던가? 그리고 “그 후 내 행보”의 윤곽이 무엇이었던가? 위의 말을 듣고 김수민이 “그래 너가 알아서잘할거라믿어”라고 말하자 윤지오는 이렇게 덧붙인다.

“아녀 ᅮ/ 그냥 하는거지 뭐/어차피 인생이 계획한바대로 되는것도아니고/뭐든다해봐야지/ᄏᄏᄏ기대치가 애초에없엉”

“그 동안 못했던 것을 해보려고”, “계획한바”, “뭐든다해봐야지”, “기대치”는 모두 행보와 연관된 말, 즉 미래의 행동과 관련된 말들이다. 윤지오는 김수민에게 책출판과 관련해서는 꼼꼼하게 물어보고 또 자신의 생각과 계획도 밝히지만 미래 행보와 연관해서는 말을 아끼고 구체적인 것을 밝히지 않으며 묻지도 않는다. 즉 김수민이 이 문제에 대해서는 상의할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을 드러낸다. 만약 상의할 대상이라고 생각했으면 이런 계획, 이런 행동은 언제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는지 물었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것은 윤지오의 “영리하게”가 표현되는 한 양상이다. 

그렇다면 그 행보에 대해 우리는 더 이상 추론할 수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가 비교적 구체적으로 밝힌 말인 “지금 만나고다니는 다른 사람들”이 그 미래행보의 단서, 실마리가 될 수 있기 대문이다. 이 실마리를 더듬어 나가기 위해 2018년 12월 7일 전후 윤지오가 어떤 사람들을 만났는지 살펴보자. 

 12월 7일은 윤지오가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방문해서 체류하고 있던 시점이다. 그는 두 가지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첫째는 장자연에 대한 조희천의 강제추행 사건의 법정 증인신문을 위해서였다. 또 하나는 과거사조사위원회에서 진행하는 고 장자연 사건 재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서다. 이 두 가지 목적은 모두 모두 증언과 관련된다. 그러면 12월 14일 태국으로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만나거나 소통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11월 28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숙소로 이동할 시의 신변보호를 해준 수사관 3명, 11월 29일 검찰과거사조사단의 김00변호사와 손00 검사, 조희천 강제추행 사건 증인신문조사를 도와줄 민변 변호사들, 법정출석 시 자신을 보호해줄 보호자 2명, <13번째 증언> 출판을 맡은 가연출판사의 대표와 측근들 및 출판조언을 해준 김수민(12월 10일) 그리고 12월 12일 JTBC 뉴스룸 전화인터뷰를 담당한 기자와 앵커 등이다.

여기에 증언과 관련되지 않은 어떤 사람도 없다. 윤지오는 지난 9년간의 증언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김종승 유장호 외의 모든 가해권력자들이 무혐의 처분된 과정을 숙고하면서 어떻게 증언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에 집중한다. JTBC 손석희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9년 전에 수사에서도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셨을 텐데 지난번에 인터뷰에서 말씀하셨듯이 그 당시 검찰은 그 진술을 믿을 수없다, 이렇게 결론을 내리지 않았습니까?”라는 앵커의 질문에 윤지오는, 

“9년 전 검사들은 이 사건을 그저 연예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접대 사건의 하나로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너도 성상납을 해 놓고 왜 숨기냐라며 성상납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저까지 몰아붙이는 질문들이 너무나 화가 났고 억울했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었던 남자들 모두가 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입을 맞춰서 두려웠지만 이게 제 일이었다면 자연 언니도 똑같이 증언을 해주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저도 진실을 말했습니다.”

라고 말한다. 윤지오는 남자들이 “입을 맞춰” 자신의 말을 거짓말로 몰아붙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한다. 이 두려움은 지금의 상황에서 권력자들, 언론들, 변호사들, 기자들, 작가들이 입을 맞춰 자신을 사기꾼으로 몰아붙이는 식으로 과거와 유사한 방식으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윤지오는 “자연 언니”와 자신이 입장이 바뀌었다면 “자연 언니”도 자신을 위해 진실을 증언해 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에 진실을 말했다고 말한다. 

다른 요인도 있다. 그것은 이명박 정부하의 검찰과 문재인 신정부 하의 검찰이 보여주는 차이이다.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신 것 외에도 검찰 조사에도 적극적으로 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말씀을 하셨습니까?”라는 앵커의 질문에 윤지오는 “이 사건을 재수사하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검사님들을 지난 8개월 동안 접해왔습니다. 9년 전과 달리 검사님들께서 편견 없이 그리고 열성적으로 수사한다는 인상을 받아서 더욱 용기를 낼 수 있었고요. 무엇보다 이 사건을 성폭력 사건으로 인정하고 바라본다는 점에서 달랐던 것 같습니다.”라고 동문서답한다. 그러나 이것은 실제로는 “동문서답”이 아니라 “영리하게”의 일부이다. 진상조사단에서의 조사내용은 “진상조사단에서 이렇게 진술했다”는 형식으로는 외부에 말할 수 없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질문에 충실한 형태로는 답할 수 없는 이 간극을 윤지오는, 9년전 검찰과 현재 검찰 사이에서 본인이 느끼는 정동적 차이를 설명하고 이 사건을 검찰이 연예계 관행이 아니라 성폭력 사건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점을 높이 평가하며 이런 것들이 자신으로 하여금 증언의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조건이었음을 설명하는 것으로 채운다.